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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정원에 어떤 나무를 심을까

이곳은 자유롭게 글을 올리고 정보를 나누실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전체글 47건
제목 | 특집_정원과 식물 V | 글쓴이 | 랜트(주) | 등록일 | 2010-09-13 11:07
내용

특집_정원과 식물 V

 

특집_정원과 식물       1.     , 나무, 사람 행복한 게임_차윤정 그리고

2.     정원 속의 이끼_김용규

3.     , 영원한 사랑의 테마: 꽃과 나무에 깃든 신화와 전설_오병훈

4.     자연을 닮아가면서 사는 사람들: 그림 속의 식물들_조정육

5.     식물과 디자인_심부섭 으로 진행된다.


                             특집_정원과 식물의 3번째 순서였으나 자료 보관의 문제로 미루어졌던

                             ‘, 영원한 사랑의 테마를 이번에 싣는다. (편집자 )

 

 

 

, 영원한 사랑의 테마

꽃과 나무에 깃든 신화와 전설

A mythological story and

a legend covered with flowers

 

글 · 그림_오 병 훈 (moolpool@empal.com) · 한국식물연구회 회장

 

꽃은 민속이요 문화

남녘으로부터 핏빛 동백이 한을 토해낸다고 하더니 이즈음에는 중부지방에도 연일 꽃소식이
날아들고 있다. 꽃은 자연이 만든 순수의 결정체이고 우리의 희망이다. 꽃을 통해 살아있음을
알리고 절망 속에서도 한 떨기 풀꽃을 보면 용기를 얻게 된다. 꽃을 인간 생활로 보면
가장 화려한 청춘기요, 꽃의 절정기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향기로운 때이다. 꽃은 어두운 마음을
밝히는 등불이어서 아무리 무딘 감정을 가진 사람도 금방 시인으로
만드는 마술 같은 존재다.
입학식과 졸업식 같이 즐거운 때는 밝은 빛깔의 꽃을 전하고
슬픈 일을 당했을 때는 흰색 국화를
전해 고인을 추모한다.
꽃은 부활이다. 효녀 심청도 연꽃을 타고 인당수에서 되살아났다. 내세관을 믿었던 옛 사람들은
꽃이 피고 지는 자연현상을 통해 죽음까지도 초월할 수 있었다.

                             동 백


꽃화
자를 풀어보면 풀 이 모습을 바꾼 것임을알수있다. 옛날에는 풀을 골이라 했다.
()을 벤다거나 가장 쓸모 있는 풀을
왕골莞草이라고했다『.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에서는
‘곶 됴코 여름 하나니…’라고 적었다. 꽃 좋고 열매 또한 많다고 하여 꽃을 곶으로 불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문학자 서정범 교수는
꽃의 어원에 대해골〈곧〈곶〈꽃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풀이 꽃으로
바뀐 것이 확실하다. 고구려 고분의 천장을 장식한 수많은 연꽃이야말로 죽어서도
꽃 피는
극락정토에서 살기를 염원했던 마음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꽃은 희망이요 사랑이며,
생활이자 부활이다. 꽃이 있는 삶은 행복하다. 꽃이 있어서 사랑이 싹트고 민속이 생겼으며
풍요로운 문화를 이룩할 수 있었다.


                          연 꽃

꽃의 대명사가 된 장미

역사 속에서는 특별한 의미로 기술되어 있는 꽃들이 많다. 동양에서는 모란을꽃의 왕(화중지왕花中之王)’이라 했다거나 장미를요염한 첩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양의 경우 장미야말로꽃의 여왕대접을
받는다.
장미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색이 다양하고 모양도 여러 가지이며 게다가 향기까지
좋으니 이보다
좋은 꽃이 어디 있겠는가. 장미는 장미과 장미속에 속하는 낙엽관목 또는 덩굴식물이다. 장미와 근연종 식물에는 월계화, 사계화, 해당화, 인가목, 생열귀나무 등이 있다. 그 중에서 어떤 종은 꽃봉오리가 매우 크고 또 어떤 종은 향기가 아주 좋다. 그리고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피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 종은 색깔이 아주 화려하다.
그래서 장미 육종가들은 이들 꽃의 장점을 모두 합한 새로운 꽃을 만들어냈다. 그 꽃은 탐스러운 꽃봉오리와 짙은 향기를 갖고 있으며 항상 꽃이 피고 매우 아름답다. 그 꽃이 바로 우리가 장미라고 부르는 꽃이다.


                      장 미
그러면 장미의 원종은 어떤 것일까? 장미의 원산지는 한반도를 비롯하여 대만의 북쪽 지역과
중국, 일본 등지이며 높이는 2m 정도로 자란다. 장미는 보통 6월에서 8월에 걸쳐 꽃이 피며 꽃잎은 다섯 장이고 자주색이나 빨간색, 혹은 흰색이다. 꽃이 지고 나면 빨간색 열매를 맺는다.
중국에서는 서한西漢시기에 처음으로 관상용 장미를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다.그 당시 장미 꽃잎으로 향주머니를 만들거나 음식에 넣어 먹기도 했다. 장미속 식물은 특수한 곳에 쓰인다. 장미 엑기스만을 추출하여 향료나 향수의 재료로 쓴다.
유럽의 불가리아에 유명한 장미계곡이 있다. 이 계곡 전체에 화려한 색깔과 맑은 향을 내뿜는 장미가
가득 피어있다. 해마다 5월이 되면 농민들의 일손이 바빠진다. 장미 꽃봉오리를 따 공장으로
보내 엑기스를 추출한다. 장미 엑기스는 값이 아주 비싸서 황금에 버금갈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다.
그도 그럴 것이 100g의 장미엑기스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삼백여만 송이의 장미 꽃봉오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장미계곡에서 일 년 동안 곱게 키운 장미들은 모두 증기 가공을 거쳐 엑기스를 추출해내게 된다.
장미는 세계인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꽃 중의 하나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를 만나러 갈 때
한 송이 장미를 선물한다. 장미가 향기롭고 아름다운 것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사
람들의 가슴속에
애정을 대표하는 꽃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프로디테를 위해 피어난 장미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만물의 신 제우스와 대양의 신 디오네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프로디테가
태어나던 날
신들의 나라에 큰 잔치가 벌어졌다. 아프로디테는 커다란 조개를 타고 먼 바다에서
왔는데, 그날은 오색구름이
바다에 자욱이 깔려 있었다. 하늘에는 무지개가 떴고 신들은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하여 아프로디테의 탄생을
축하해 주었다. 먼저 계절의 여신은 아프로디테의 발가벗은
몸에 비단옷을 입혔다. 나부끼는 금발 머리카락은
화려한 비단옷과 어울려 더없이 아름다웠다.
또 대지의 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마음에
드는 꽃이 없다고 느껴 새로운 꽃을 만들었는데 그 꽃이 바로 장미였다.
대지의 신은 아프로디테가 욕실에서 목욕 중일 때 하얀 거품을 보고 힌트를 얻어 흰 장미를 만들었던
것이다.
꽃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향기가 없으면 생명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술의 신
박카스는 자신이
즐겨 마시던 향기로운 술 넥타를 장미에 뿌렸다. 그랬더니 장미는 비로소 매혹적인
향기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아프로디테는 장미를 좋아했다. 그래서 정원의 곳곳에 장미를 심고 가꾸었다. 어느 날 아프로디테의 아들 큐피드가 정원의 장미밭에서 놀고 있을 때 장미꽃이 하도 고와 코를 가까이 대고 향기를 맡으려 했다.
그 때 꽃 속에 숨어 있던 벌 한 마리가 큐피드의 콧등을 쏘았다.
“앗! 따거워!”
큐피드는 너무나 아파 어머니 아프로디테에게 달려갔다. 아프로디테는 벌들을 모두 잡아 침을 뺐다.
어린 큐피드가 장미를 쉽게 만질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벌들에게서 뽑은 침을 줄기에 하나씩 붙였다.
그 때부터 장미 줄기에 가시가 돋아나게 되었다.
아프로디테에게는 미남 애인이 있었다. 사냥꾼인 아도니스는 씩씩하고 용감한 젊은이였다. 아도니스는 멧돼지 사냥에 나갔다가 멧돼지에게 받혀 죽게 되었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아프로디테는 너무 다급하게 달려갔으므로 자신이 심어 놓은 장미 가시를 스스로 밟아 버리고 말았다. 발바닥을 찔린 아프로디테는 피를 흘리며 흰 장미꽃 밭을 뛰어갔고 흰 장미는 붉은 핏빛으로 물들고 말았다. 그 때부터 장미는 붉은색과 흰색으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아프로디테의 남편인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는 아내가 장미만 좋아하고 젊은 사냥꾼 아도니스와 놀아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아프로디테가 가꾼 장미를 뜨겁게 달군 대장간의 불구덩이 속에 던졌다. 이것을 알고 뛰어온 아프로디테는 타다 남은 장미 다발을 끄집어내어 물에 담궈 놓았다.
이 장미가 다시 살아나 꽃이 피었는데 그 때부터는 황금색 꽃으로 바뀌어 피어났다.


절대권력 앞에서 나약해지는 민중들                         

신화 속에서 꽃은 저마다 색과 모양에 따라 다른 의미로 등장한다. 장미만 해도 그리스 신화에서는
제우스와 헤라의 사랑으로 흘러내린 애액이 흰 장미로 피어났다거나 비너스가 큐피드에게 젖을
물리다가 땅으로 흘러내린 젖방울에서 하얀 장미가 돋아났다고 적고 있다.


                 바람꽃(아네모네)


꽃은 아름답다. 자연물 가운데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것이 바로 꽃이다. 그 때문에
시대를 달리하여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전설 속에서는
사람이현세에서 살다죽으면 꽃으로
다시살아난다고 믿는다. 동양의 경우지배계급에
대해 피지배계급은 언제나 현세에서 억압 속에서
지내다 죽어서 꽃으로 피어난다.
그것은 서양에서도 어느 정도 비슷한 내용을 품고 있다. 신화 속
에서는 절대 권력자에
대해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죽음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는 나약한 존재로
그려지게
마련이다. 절대 권력을 가진 만물의 신 제우스는 남의 여자를 함부로 빼앗는가 하면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것으로 가질 수 있다. 에우로파공주가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고
흰 소로 변신하여 그녀를 시칠리 섬으로 납치해 오는가 하면,
백조로 변신하여 페르시아의 왕녀를
데려와 아내로 삼는다.

제우스의 바람기는 아내 헤라도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갈대만 해도 그렇다. 숲에 사는 시링크스
요정은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혼자 짝사랑하고 있었다. 어느 날 시링크스가 들판에서 꽃을 따고
있을 때
목신牧神판을 만나게 되었다. 판은 하체가 염소이고 상체는 사람의 형상을 한 흉측한 모습
이었다. 판이 시링크스를 껴안으려 하자 그녀는 달아나기 시작했다.
라돈 강가에 이르러 더 이상 갈
곳이 없자 시링크스는 크게 외쳤다.

“아르테미스! 살려 주세요.”

그 순간 시링크스는 한 줄기 갈대로 변하고 말았다. 그래서 지금도 갈대 줄기를
꺾으면 소리가 잘 나기
때문에 피리를 만든다.
또 바람꽃 전설 속에서도 폭력으로 여자를 취하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요정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네모네는 봄의 여신 클로리스의 시녀였다.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클로리스의 남편서풍의 신반하고 말았다. 그래서 클로리스의 눈을 피해 둘의 애정행각은 계속 되었으나 오래 가지는 못했다. 클로리스는 질투심에 끓어올라 아네모네를 멀리 쫓아 버리고 한 떨기 들꽃으로 피어나게 했다.
그 때문에 지금도 봄날 언덕에서 바람꽃은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고 있는 중이다. 약자는 언제나 당하지만저항하지 못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서양의 가치관인 것 같다.


                           강 아 지풀

갈대밭에 묻어둔 왕의 비밀

힘이 있는 자는 약자를 함부로 대해도 되고 힘으로 빼앗아도 된다는 묵인 아래 신화는 시작된다.
꽃에 얽힌
신화를 듣고 자란 유럽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힘으로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
무지함에서 깨우치게 한다는
구실로 대륙을 침략하여 잠재적으로 기독교를 포교하려고 한다.
기독교의 포교 방식이 공격적인 포교를
지향하는 것도 서양의 가치관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성지를 이교도로부터 탈환하겠다는
구실로 십자군 전쟁을 일으켰고, 미개한 이교도
에게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아메리카로 진출하고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으로 식민지를 넓혀
갔다. 힘의 논리 앞에 굴복해야 한다는 전설과 신화를 굳게 믿었던
유럽인들은 아직도 약소국가를
함부로 생각하고 경제적 대국임을 내세워 자본주의적 침략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유럽의 신화가 언제나 폭력 앞에서 굴복으로 일관하는 것만은 아니다. 무엇이든 예외는 있게 마련이다.
미다스왕의 갈대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품고 있다. 미다스왕은 유난히 큰 귀를 갖고 있어서
늘 모자를 눌러 쓰고 다녔다. 그러나 왕도 이발을 할 때가 되면 큰 귀를 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미다스왕은 전속 이발사에게 왕의 신체적 비밀을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된다고 다짐을 받았다
                                                                         

그러나 이발사는혼자 고민하다가 강가의 갈대밭으로 나가 구덩이를 팠다. 그리고는 구덩이 속에
대고 가만히 속삭였다.
“미다스왕의 귀는 당나귀 귀야! 미다스왕의 귀는 당나귀 귀라구.” 이렇게 말한 뒤
재빨리 구덩이를 메웠다. 그러나 비밀은 그렇게 굳게 지켜지는 법이 아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갈대밭에서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지금도 갈대밭에서는 바람이 불 때마다.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고
속삭인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절대적인 권력자에게 저항하는 민중의 함성이 깃들어 있다.
그 수많은 잡초 같은 민중이
힘을 모아 대 제국을 무너뜨리고 독립을 쟁취한다. 그리고 민중혁명을
일으켜 공화국을 건설한다.

신화나 전설 속에서 걸어 나온 잔 다르크 같은 영웅이 민중들을 이끌어 혁명을 완성한 셈이다.
권력자에 대한 저항은 유럽의 강 아 지풀 전설에서도 읽을 수 있다. 왕의 전용 이발사가 있었다.
부왕이 승하 하자 젊은 왕자가 새로 왕좌에 올랐다. 새 왕은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는 폭군이었다.
왕실 이발사에게 찾아가 평민의 머리카락을 자르던 쇠 가위 말고 황금 가위로 자르도록 명령했다. 황금으로 된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를 수는 없었다. 가윗날에 낀 머리카락을 뽑힌 왕이 따갑다며 벌을 내리려 했다. 이발사는 “내가 죽어 왕의 성격을 고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죽을 수 있어.” 이렇게 생각하고 스스로 가위를 쥐고 목을 찔렀다. 왕은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이발사의 무덤을 찾아가 사과했다. 그 무덤가에는 작은 풀꽃이 목을 길게 세우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연신 도리질을 계속하고 있었다.


        튤 립

이 이야기도 절대 권력자에 저항하는 약자의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정신적 교감들이
면면히 이어져
오면서 오늘의 유럽을 만들고 또한 민주주의를 꽃 피웠는지 모른다. 유럽인들은
영웅을 만들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큰 능력을 가진 절대자를 내세워 그 속에서 무리를 지어
사회를 구성하고 국가를 만들어 나가기를 좋아한다.
영웅 페르세우스를 본떠 시저와 안토니우스를 현실 속에서 탄생시켰다. 튤립꽃의 전설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어느 마을에 예쁜 처녀가 살았다. 그녀에게 세 명의 청년이 구혼을 했는데 첫 번째는 왕자가
찾아왔다.
“나와 결혼해 준다면 왕녀가 되어 보석이 박힌 왕관을 쓰게 될 것이요.”
두 번째는 늠름한 기사가
“나와 결혼하면 이 보검으로 당신의 명예를 지켜주지요.”
그리고 세 번째 부자 청년은
“이 황금 덩어리와 모든 재산을 다 드리리다.”
그러나 처녀는 세 명의 청년을 모두 사랑했으므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없었다. 그래서 끝내
스스로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 그 후 그녀의 무덤가에서 한 떨기 풀꽃이 돋아났는데 머리에는
붉은 관을 쓰고 허리에는
보검을 차고 있었으며, 땅속에 황금 덩어리를 감추고 있었다.

     맨드라미

며느리의 서러운 애환이 깃든 꽃

이처럼 유럽인들은 절대적인 능력과 재주를 가진 초인적인 영웅을 만들어 내기를 좋아한다. 영웅을
구심적으로 결집한 그 저력이 오늘날 민족주의로 일관하고 있는 경제대국을 건설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동양에서는 다르게 나타난다. 전설이나 신화 속에서는 꽃이 한많은 삶을 누리다 떠난 외로운
영혼들로
표현되는 것이 보통이다. 언제나 가진 자의 횡포로 사랑하는 님을 빼앗기고 눈물짓다
숨을 거두는 여인들로
새겨진다. 꽃이 대부분 여인들로 표현되는데 비해 남성은 나무에 비유하여
나타난다.

꽃에 얽힌 신화나 전설 속에서는 현실과는 먼 느낌이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비현실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과 일본 같은 동양에서는 꽃이 다양한 주제로 나타난다.
맨드라미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느 마을에 황금수탉을 기르는 농부가 살았다. 이웃 마을에 사는 부자는 황금수탉이 탐이나서 어떻게 빼앗을까 그것만 궁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자가 좋은 꾀를 생각해 냈다. “여보게 자네 수탉하고 우리 수탉을 싸움시켜 이기는 쪽이 다 가지도록 하면 어떤가?”닭싸움에는 자신이 있었던 사내는 싸움을 받아주기로 했다. 그러나 부자는 미리 수탉의 뒷다리에 날카로운
칼날을 매달아 두었으므로 농부의 닭이 지고 말았다. 농부의 수탉 무덤에서 핀 꽃이 바로 ‘닭 벼슬 꽃, 계관화鷄冠花라는 맨드라미였다.

이 이야기를 보면 부자의 속임수에 넘어간 불쌍한 농부의 수탉이 가엾게 여겨지기도 한다.
한편 세상을 어리석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물론 나쁜 부자는 어떻게든 죄 값을 받아야
한다.
동양에서는 운명에 대해 저항하며 헤쳐나가기보다 그 운명에 순응하는 쪽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 대표적인 이야기가 바로 국화에 얽힌 전설이다.


              금낭화

옛날 중국에 항경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예언자가 말하기를 9 9일 중구절에는 집을 비우고
들놀이라도 갔다 오기를 권했다. 그래서 항경은 가족들을 이끌고 들놀이를 즐긴 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랬더니 이게 웬일인가. 가축이 모두 죽어있는 것이 아닌가. 그 후부터 중구절이면 가족들과 함께
들놀이를 하는 풍습이 생겼다.
금낭화錦囊花 얽힌 이야기도 저항을 하지 않고 힘에 순종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외부의 억압에 대해 그저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동양의 미덕이다.
옛날 어느 마을에 마음씨 고운 소녀가 살았다. 어머니는 예쁜 비단 주머니를 주며 잘 간직하라고 했다.
어느 때인가 마을의 부잣집에서 값진 패물을 잃어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자연히 가난한 소녀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마련이다. 소녀는 결백을 주장하였지만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누군가 소녀가 치마 속에 감추고 있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을 원님 앞으로 끌려간 소녀는
심한 매질에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소녀의 비단 주머니를 열어 보았으나 그 속에는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패물도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었으나 소녀는 다시 돌아올 수 없었다.
그녀의 무덤에서 돋아난 꽃은 비단 주머니를 닮은 금낭화였다.

  
          꽃며느리밥풀

꽃며느리밥풀 또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옛날 어느 부잣집으로 며느리가 새로 시집을 왔다.
며느리는 가난한 집에서 팔려오다시피 했으므로 시어머니의 구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어느 때 며느리가 부엌에서 밥을 푸다가 밥그릇에 붙은 밥알을 떼어 입에 넣었다. 마침 시어머니가
이 광경을 보게 되었다. 시아버지 밥그릇을 훔치는 못된 며느리라고 하여
쫓겨나고 말았다.
그녀가 울다 지쳐 쓰러진 자리에서 돋아난 꽃이 바로 꽃며느리밥풀이다.
지금도 꽃며느리밥풀
아래쪽 두 개의 꽃잎에는 하얀 밥풀떼기가 붙어 있다.
이 이야기를 다시 음미해 보면 언제나 약자는
변명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외부의 힘에 굴복하는
쪽으로 비쳐지고 있다. 서양에서 사뭇 침략적이며 공격적이고 미지를 향해 개척하려는 의지를 보이는데 비해 동양은 그렇지 못하다. 순종적이고 사건을
내면에서 스스로 해결하려 하고 끝내
굴복 당하고 마는 슬픈 이야기로 전개된다. 동양과 서양이 꽃을 두고 보는 시각은 이렇게 다르다.


의상대사와 관음송
觀音松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나무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아기가 태어나면 금줄에 솔가지를 달고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살다가 죽어서 소나무 관에 누워 영면한다. 그만큼 소나무가 우리 정서 깊숙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리라. 낙산사에서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기도를 할 때였다. 원효대사도 관음보살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낙산사로 가던 중이었다.
어느 마을의 우물가를 지나게 되었다. 우물 옆 개울에서는 한 여인이 생리대를 빨고 있었다. 목이 마른 대사는 그 여인에게 물 한 바가지를 청했다. 여인은 아무 말도 없이 샘물을 퍼 주는 대신 피가 섞인 더러운 물을 퍼주는 것이었다. 원효대사는 그 물을 마실 수 없어 버렸다.
“원 고약한 인심도 다 있군.”
그리고 스스로 샘물을 떠서 목을 축였다. 실로 상쾌한 물맛이었다. 그 때 옆에 서 있던 늙은 소나무에서 파랑새 한 마리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휴제호화상, 휴제호화상 休醍酉胡和尙. 休醍酉胡和尙

고운 목소리로 울더니 날아가 버렸다. 이상하게 여겨 소나무 곁으로 가까이 갔더니 그 곳에서는 여인의
고운 신발 한 짝이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원효대사는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갈 길이 바빴다. 다시 길을
재촉하여 낙산사에 이르렀다. 관음보살을 찾았으나 친견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관음상 연화
좌대 앞에는 소나무 밑에서 본 것과 같은 신발 한 짝이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대사는 비로소 깨달았다. 더러운 물을 퍼 주던 그 여인이 바로 관음보살이었다는 것을.
대사는 다시 관음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토굴 속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풍랑이 일어 다시는 들어갈 수 없었다. 후세 사람들은 관음보살이 현신한 그 소나무를 관음송觀音松이라 불렀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파랑새는 여름철새이다. 동남아시아의 열대에서 겨울을 보내고 우리나라의 여름에 찾아와
숲에서 번식을 한다. 따라서 파랑새는 낙엽 활엽수에 보금자리를 틀고 애벌레를 먹여 새 끼를 키운다.
침엽수라고 앉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침엽수림보다는 낙엽 활엽수에 깃들이기를 좋아한다.

또 소나무의 열매인 솔방울에는 기름이 가득한 솔 씨가 들어 있다. 이 솔 씨는 숲에 사는 다람쥐,
청설모 같은 설치류가 즐겨 먹는다. 청설모 같은 동물은 작은 새의 알도 먹는다. 초식성 조류에게는
천적이나 다름없다. 그 때문에 파랑새는 소나무를 잘 찾지 않고 낙엽 활엽수를 더 좋아하는지 모른다.
원효대사와 관련된 이 설화에서 보면 소나무와 파랑새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서로 상충되는 식물과
동물을 소재로 피력했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잘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다.
하필이면 소나무였을까. 예로부터 소나무는 불변의 상징처럼 돼 있다. 사철 푸른 잎을 하고 모진 풍상
속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바꾸지 않는 것에서 진리의 참 모습으로 비유되곤 했다.
원효대사와 관련된 이 설화 속에서도 소나무는 진리의 불변을 설파하기 위함인지 모른다. 한 마리의
파랑새로 변신한 관음보살이야말로 언제 어디든 일반 대중과 불자들의 마음에 복음을 던져 줄 수 있다는
믿음 그 자체이리라. 영원히 변하지 않는 불법의 진리를 소나무로, 언제 어디든, 누구의 마음속에도
관음보살의 가피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금은화(인동)

제각기 민족의 성정을 간직한 꽃과 나무

나무에서도 서양과 동양에서 보고 생각하는 견해가 다르다는 것을알수있다. 동양에서는 노거수에 얽힌
전설이 많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마을마다 동신목이라 하여 신앙적 대상으로까지 나무를 받들어 모신다.
대개 그 마을의 인물과 함께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용문사의 은행나무와 영주 부석사의
선비목이라는 골담초는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은 것이 자랐다거나 속리산의 정이품송은
세조대왕의 어연이 지날 때 가지를 번쩍 들어 올렸다는 믿지 못할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경주 오류리
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는 등나무 두 그루가 있다. 이 나무에 얽힌 이야기는 들어도 들어도
슬프기만하다.

옛날 이 마을에 어여쁜 자매가 살았다. 어느 봄날 산으로 나물 캐러 갔다가 사냥 나온 화랑 청년을 만났다.
너무 잘생긴 청년이라 자매가 서로 연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운명의 신은 그들의 사랑을 질투하여
화랑 청년을 전쟁으로 보내게 되었고 이어 전사 소식이 들려왔다. 두 자매는 청년이 없는 세상에선
살 가치가 없다고 하여 함께 부둥켜안고 연못에 몸을 던졌다. 그 후 연못가에서 두 그루의 등나무가 자라 지금도 부둥켜안고 살아간다.

인동도 같은 내용으로 소개된다. 어느 마을에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 여자 아기가 있었다.
금과 은처럼 귀한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언니를 금화, 동생을 은화라고 이름 지었다. 둘은 곱게 자라
시집 갈 나이가 되었다. 어느 때 죄를 짓고 쫓겨 다니는 청년을 집에 숨겨 주게 되었는데 자매는
한 청년을 두고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청년이 체포되어 떠나던 날 자매는 높은 낭떠러지에서
서로 부둥켜 안고 떨어지고 말았다. 절벽 아래서 돋아난 덩굴에 꽃이 피었는데 금화와 은화가 서로
사이좋게 피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 꽃을 금은화라고 불렀다.

동백나무의 전설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옛날 어느 나라의 왕에게는 어진 동생이 있었다.
왕은 동생에게 왕위를 빼앗길까 두려워서 동생과 조카를 궁으로 불러 들여 죽이려고 했다.
사형장에서 동생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저 아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풀어 주소서.”
“그렇다면 이 칼로 목을 쳐라.”
라며 큰 칼을 내밀었다. 동생은 마지막이라 여겨 하늘나라에서 아들과 평화롭게 살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큰 칼을 내리쳤는데 그만 아들은 작은 새가 되어 포로롱 날아가는 것이었다. 동생은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리고 한 그루 나무가 돋아났고 이어 핏빛 꽃이 피어났다. 그 때 어디선가
작은 새가 날아와 꽃 속을 파고 들었다. 사람들은 아비를 찾아온 아들이라 여겼다.


      살구나무 꽃


이처럼 우리의 꽃 전설 속에서는 운명을 그저 앉아서 받아들이는 착한 마음씨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의 부당한 공격을 무저항으로만 버티지는 않는다. 상당히 해학적이며 유머러스한 전설도 있다.
살구나무 전설은 인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감동을 준다. 중국 오나라 땅에 동봉董奉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돈이 없어 치료를 하지 못하는 가난한 환자에게도 의술을 베풀었다. 진료비 대신 환자로부터
살구나무 씨를
심도록 했다. 그래서 황무지였던 땅이 10만 그루나 되는 살구나무 숲으로 바뀌었다.
살구가 익으면
누구든지 따 먹도록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봉의 의술을 동선행림董仙杏林이라 불렀다. 오늘날 한의학계를 행림杏林이라 한다거나 한의원을 행림당杏林堂, 행림의원杏林醫院이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꽃창포

동방삭東方朔 달나라에서 천도를 훔쳐 먹고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전설에서 복숭아가
장수를 뜻하는 과일이 되었고, 불수감佛手柑 부처의 손처럼 생긴데서 가장 고귀한 사람이
되라는 축원의 뜻을 담게 되었다. 또 씨가 많은 석류는 자손의 번창을 염원하는 상징 식물로
굳어지게 되었다. 이들 세 가지 식물을 삼다수三多樹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처럼 꽃은 우리 생활에 많은 교훈을 주기도 하고 생활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예로부터
국가나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을 꽃으로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 정의를
상징하는 칼을 닮은 꽃창포를 나라꽃으로 정했다. 중국의 경우 모란과 매화를 국화로
한다거나 일본은 한꺼번에 피었다 동시에 지는 벚나무를 나라꽃으로 정해 널리 심고 있다.

꽃을 통해 민속과 문화를 알 수 있고 그 민족의 습성이나 생활습관까지도 이해하게 된다.
우리는 꽃에서 영감을 얻어 예술작품을 빚어내고 꽃을 요리해 먹으며 꽃에서 값진 향료를
뽑아낸다. 꽃은 값진 자원이며 수많은 사랑과 고운 사연을 간직한 채
오늘도 우리 곁에서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다.


자료협조:  ela 환경과조경 vo.l.241

  _윤 이 장(askdesign@naver.com) 10. 0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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