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학회-조경사회, 신임회장 2013 신년대담
[라펜트 신년기획]혁신을 위한 신진 전략한국조경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이는 사회 곳곳에서 불고있는 변화의 바람에 기인한다. 특히 건설분야로서는 신도시 개발 등 대규모 개발 물량이 주는 대신 도시재생과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인다. 시민참여와 사회복지의 대두도 주목할 키워드다.
지난해 조경분야는 인접분야의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 최근 수목원법을 비롯해, 산림, 건축 분야의 제개정 법률이 논란이 되었다. 이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2013년은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고, 동시에 조경분야를 대표하는 (사)한국조경학회와 (사)한국조경사회도 새로운 단체장을 맞이하게 된다. 변화에 대한 희망의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이다.
이에 라펜트는 환경과조경과 함께 새로 취임하는 단체장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고변을 들어보고자 두 단체장의 신년 특별대담을 기획하게 됐다. -편집자주-
일시_ 2012년 12월 10일(월)
장소_ 한국과학기술회관 신관 1007호 (사)한국조경학회 사무국
주최_ 라펜트, 환경과조경
대담_ 김한배((사)한국조경학회 제21대 회장,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
정주현((사)한국조경사회 제17대 차기회장, 경관제작소 외연 대표)
사회_ 오정학(환경과조경 전문위원, 경기도시공사)
최자호(라펜트 부장, 총괄팀장)
정리_ 나창호 기자
사진_ 나창호, 이형주
김한배 회장, 정주현 회장, 최자호 부장, 오정학 위원(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
최자호(이하 최): 한국 조경이 40돌을 지났다. 건설경기 악화와 인접분야의 도전도 거세지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단체장을 맡은 소감은?
김한배(이하 김): 한국조경학회는 조경분야 최초의 단체이다. 앞으로 조경학회는 우리 분야의 싱크탱크로서 소임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환경조경발전재단에서 추진하는 사무에 대한 역할도 충실히 할 것이다. 이는 전임 회장들의 활동을 승계해 나감으로써 완성시킬 것이다. 무엇보다 학회 본연의 역할인 교육발전에 혁신의지를 갖고 사무를 추진해 나갈 것이다.
정주현(이하 정): 이제 조경은 성장의 시대 속에 있지않다. 성숙으로 기조를 바꾸어야 할 때가 왔다. 성숙단계에 가장 주력해야 할 것이 바로 조경관련 법과 제도다. 따라서 한국조경사회 회장을 맡는 2년동안 조경관련 법제 구축에 주력할 방침이다.
큰 틀에서 운영방향은 '효율적 내실'과 '창의적 변화' 두 가지이다. 먼저 효율적으로 내실을 다지기 위해 관련 행사를 축소하고, 조직을 압축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창의적인 변화를 위해선 법제도 구축이 절실하다. 우리 단체는 앞으로 이 부분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오정학(이하 오): 최근 <환경과 조경>의 조경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성’에 대한 자성이 적지 않다. 전문성 향상을 위해 정책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방침인가?
김: 한국조경학회는 도시설계학회와 공동은 교육인증제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국토해양부 협조가 미온적이라 실행이 되지 않고 있다.
산업적 수요감소도 교육 일선에선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시민교육, 공무원 교육 등과 같은 전방위적 시도들이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된다. 시민에서 수요가 창출되려면 조경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그것을 전달할 교육도 필요하다.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공무원 교육 역시 학회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할 사안이라 생각된다.
이 밖에 학술대회는 대학원생 위주로 진행되는 발표에서 교수, 실무자, 공무원도 연구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참여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정: 학회와 단체에서 다양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그곳에 참석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지금 실무에 있는 이들이 과연 전문성 확보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묻고 싶다. 단체 차원의 지원을 넘어 자기계발에 대한 개인적 노력이 필요하다.
생태, 경관, 공공디자인으로 분화된 것은 조경의 전문성 측면에서 마이너스다. 조경 전문분야의 기본기가 약해져 실천적 발전에 저해요소가 된 것이다. 일례로 조경설계도면이 20~30년 전과 지금이 별반 차이가 없다. 진짜 도면에 깊이있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조경학회와 조경사회가 시행하는 여름조경학교, 조경실무아카데미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단체에서 추가적인 새로운 사업들을 진행한다고 해서 그것이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오: 대학졸업생들에 따르면 이론 위주의 수업 때문에 취업 후 적응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있다.
정: 학과에서 가르치는 설계과목이 계획수준에 그치고 있다. 학생들은 마스터플랜을 만들면 설계가 끝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조경은 그 곳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말이다. 미래에는 마스터플랜 설계가 많지 않을 것이다. 새로 조성되는 대단위 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선진국은 디테일을 중요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교교육은 그것이 부족하다. 학교는 분석과 프로세스를 정확하게 지도할 교수진 확충이 필요하다.
반면 지금의 이론수업은 오히려 강화되어야 한다. 복잡한 설계 프로세스를 수업내용으로 온전히 적용시킬 수 없다면, 학교에서는 이론적인 강의로 기본기를 강화시키고, 기술은 실무 일선에게 맡겨야 한다.
김: 교육과 실무 사이의 간극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대학이 직업교육을 하는 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실무 교육 일변도로 진행 할 수는 없다.
현장실무에서 도출되는 설계 역시 프로세스에 충실하지 못하다. 시각 위주의 과잉된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계획 프로세스가 탄탄한 뒷받침이 된 상태가 되어야 건강하고 깊이있는 설계가 나온다. 최근 일부 대학 과목 중에는 상세설계와 시공을 연결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
비단 조경설계뿐만 아니라 시공전문가, 제품설계전문가, 생태전문가, 관리전문가도 많이 배출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학교가 조경의 스펙트럼과 그 요구사항을 맞춘 모든 교육을 소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머지않아 1세대 교수진이 실무 경험자로 대체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실무의 요구사항이 학교 현장에 반영될 시기가 곧 도래할 것이다.
최: 대학 조경 관련학과를 보면 학과 이름이 다양하다. 학회 차원에서 ‘조경’의 정체성을 위해 명칭을 ‘조경’으로 일원화 시킬 필요성은 느끼지 않는지?
정: 학과이름에서 조경이라는 단어가 뒤로 밀려나고 있다. 우리의 조경은 일본의 조원이나 중국의 원림, 대만의 경관건축보다 한국적이고 좋은 단어이다. 우리가 이걸 안 지키고, 변형시키고 있다. 외연은 넓어진 것 같지만 표피만 넓어졌지 심층적으로 봤을 때 조경은 오히려 약해지고, 희석되고 있다. 적어도 단체와 학교는 '조경'단어를 버려선 안된다.
김: 학과명칭은 해당학과를 만든 교수진과 수요에 의해 달리 불려진다. 심지어 학과명칭에 조경이 들어가지 않는 곳도 조경학과로 인정되고 있다. 학과마다 특성화 부문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쓰인다. 하지만 조경학과로서의 기본적인 내용은 갖추어야 조경학과로 인정하는 자정장치의 필요성은 느낀다.
해결을 위한 대안은 조경학 인증 시행이 있다. 미국인증제는 학과 명칭에 랜드스케이프(조경)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을 첫 번째 조건으로 삼는다. 조경학회와 발전재단이 조경헌장(가칭)을 제정하는 것도 생각해 봤다. 조경의 핵심가치와 지향점을 모아 최소 기본선을 규정하는 것이다.
최: 50여개 대학에서 2천여명의 학생들이 조경학과에 입학하고 있다. 양적으로는 미국 다음의 2위이다. 그러나 인구비례로 보면 세계 1위이다. 지금 건축이나 토목이 가진 과잉배출의 문제점이 조경에서도 두드러질 수 있다.
김: 매년 조경학과 졸업생이 2,000명 이상 나오고 있다는데, 수요가 그만큼 따라주지 않는다. 졸업생 배출과 수요에 관한 내용들을 조경학회나 환경조경발전재단이 면밀히 조사해 교육과학기술부에 조경학과 신설제한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학과가 많다는 것은 인지도와 영향력 측면에 순기능도 있지만, 과잉 공급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대응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 현재만큼 조경학과 졸업생을 배출하는 것은 과잉이다. 사회가 이들을 수용을 못하기 때문이다. 졸업생 상당수가 조경을 못하고 다른 일을 한다. 녹색성장 조류에 편승한 유사학과가 학과명칭을 모호하게 쓰고 있다. 시장논리에도 맞지 않다. 그렇다고 단체와 학회에서 인위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라고 본다. 시장 수요가 없으면 입시생이 조경학과 진학을 안 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입장에서도 조경학과 입학을 희망하는 입시생이 줄면 학생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스스로 거품이 빠지리라 생각한다. 결국 생존경쟁에서 소수정예만 살아남게 된다.
오: 건축, 임학, 도시계획 등이 관련법규를 바꿔가며 조경의 영역을 잠식해 오고 있으나, 융합과 통섭의 시대에 이러한 것을 막기는 힘들 것이다. 다만, 우리도 인접분야로 영역을 넓혀 나가야겠는데 이를 위해 교육과 제도개편 등 여러 측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두 단체에서는 어떤 전략들을 가지고 있는가?
김: 외부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법제정이나 개정을 해온 사례들이 사후에 우리에게 접수돼 방어적 측면에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인접 분야의 침범행위를 가급적 신속하게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그것이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처방전은 아니다.
우리가 새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산림청이 도시숲을 제안하듯 우리도 시민이 호응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조경공간들을 고안하고, 조경 제도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힘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는 조경법제가 마련돼 있지 않아 쉽지 않다. 결국 우리의 영역를 넓히기 위해 조경분야를 대표하는 기초적인 법제가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그 법을 기반으로 영역확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그린인프라와 관련한 녹색기본법을 추진하고 있다. 그린인프라란 넓게 보면 녹지공원 시스템을 말한다. 조경이 담당할 수 있는 녹지기반 종류를 명시해주는 것 자체만으로 조경의 영역을 제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새로운 법률안을 만드는 것만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초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조경학회가 중심이 되어 이를 추진할 것이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어려운 경기로, 행사를 통합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조경학회와 조경사회만 보더라도 여름조경학교와 조경아카데미, 조경대전과 환경조경대전처럼 성격이 비슷한 행사가 있다.
정: 건축은 조경이란 말을 쓰지 않고 건축물녹화라면서 입면녹화, 옥상녹화를 건축에 포함시키려 하고, 산림은 숲이나 정원이라는 개념을, 도시계획에서는 경관을, 원예는 도시농업이라는 개념으로, 생물은 생태, 산업디자인에서는 공공디자인으로… 이렇게 조경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건축과 산림만 봐도 관련법이 많다. 그래서 그 법을 기반으로 확장해 오는 것이다.
시대는 융합의 시대이고 퓨전의 시대인데, 조경분야가 분화되면서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고, 경계도 흐물흐물하기 때문에 침범을 받고 있는 형세다. 범위를 무리하게 넓혔기 때문에 그만큼 도전을 받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분야에 스며들 전략을 구체적으로 짜야한다.
법제도에 있어 우리의 태도는 공세적이어야 한다. 각각의 영역에서 조경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면 그곳에서 자리매김 해야 한다. 먼저 인접분야가 가진 기존법에서 조경항목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막는데 급급해서는 안된다.
유연한 조경의 특성을 살려, 산업디자인진흥법에 관련항목을 넣고, 식품법, 원자력법까지 살펴 볼 수 있다. 원자력이 미래의 에너지로서 문제가 많다고 한다면 우리가 그곳에서 무엇을 기여 할 수 있는지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분야간 경계를 흐물흐물하게 만든 것을, 다른 분야와 통섭할 기회로 역이용해야 한다.
최: 국내의 국제 현상공모에 외국 전문가들이 많이 당선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국내 조경분야의 해외 진출은 미진하다는 지적이 있다.
정: 조경인들은 선진국과 개도국, 그리고 후진국 조경에 대해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는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하는 상태다. 앞으로 새로운 공공녹지인프라 조성이 정체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것이 선진국 모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실정에 맞는 해외진출 전략을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명확한 목표설정이 필요하다. 일본,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으로 진출하면, 경쟁해서 이기기 힘들다. 후진국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실익이 없다. 결국 개발도상국을 타깃으로 잡아야 한다.
조경학과 학생들도 해외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그러나 해외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어학이다. 현재 조경분야 내 어학공부가 부족하다. 영어 일변도의 교육도 문제다. 개도국에 가면 그 곳의 사람들도 영어를 못한다. 아프리카, 러시아, 아랍권, 중남미 등지에서는 영어를 전혀 가르치지 않고 있다. 제 2외국어가 절실하다.
김: 광활한 중국시장의 진출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조경학회를 중심으로 한중일 국제심포지엄이 2년마다 열리고 있는데, 2014년은 중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그 자리에서 산업기술교류에 대한 MOU 체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실효성 여부를 떠나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정: 중국은 자체인력이 상당하다. 과거와 달리 명문대를 졸업한 해외유학파 소장들도 많다. 중국에는 많이 물량이 있지만 자국내 경쟁이 심하고 학과도 폭발적으로 늘어 우리에게까지 기회가 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오: 어려운 시기를 맞아 조경의 여러 분야들이 통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환경조경발전재단은 앞으로 어떤 역할을 추진할 계획인가?
정: 환경조경발전재단은 조경분야의 중요한 합의기구이다. 앞으로 재단은 조경계 전체의 목소리를 내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정책적 연계를 위한 활동도 다른 단체보다 우선시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성된 단체사이도 이견을 보이는 부분이 있어 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들 의견을 조율하는 조경학회와 조경사회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앞으로 두 단체의 관계를 공고히 한다면 많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 본다.
김: 본인이 회장을 맡는 2년 동안 각 정부부처와의 관계를 다원화 시키고 싶다. 산림청과도 새로운 관계 개선도 시도할 것이다. 임기 중에는 원칙주의를 고수하지 않고, 대화를 통한 통합가능성을 타진하고, 노력의 자세를 취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조경분야가 각 정부부처의 관계 개선에 가교역할도 할 수 있다.
정: 산림청은 우리와 직접 접촉하는 부분이 많다. 그렇다면 조경계는 산림청과의 관계를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산림청 역시 이제는 명칭에 ‘산(山)’만 고집하지 말고 녹지청이나 녹색성장부, 또는 다른 명칭으로 바꿔서 조경과 함께 Win-WIn 해야 한다. 산림과 조경이 손을 잡으면 건축, 토목에 경쟁력이 갖추어진다. 산림 본연의 일은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다. 산림청이 정부부처라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조경과 통합한다면 시너지가 있으리라 본다.
조경분야 역시 산림청과 대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의 중앙조직이고, 관련법을 가진 산림청을 적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우리가 나서서 상생을 위해 제안해야 할 필요가 있다. 조경분야 단체장들이 산림청의 입장과 우리 입장을 조율해 공조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산림청이 도시로 내려오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생각해 상생을 거부한다면, 조경분야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
조경분야는 환경부, 산림청, 국토해양부와 연관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조경 단체장들이 나서서 선을 확실하게 그어주어야 한다. 환경에서 왜 조경을 등한시 하느냐(환경부), 앞으로 건축과 토목부문은 한계가 드러날 텐데?(국토부) 산에서 내려왔으면 함께 걸어야 하지 않을까?(산림청) 현재 명확히 선을 긋지 않고 지나가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환경조경발전재단에서 명확한 입장표명을 해주어야 한다. 정부조직이 바뀌는 이런 때가 우리입장을 제대로 전달할 기회이다.
김: 외부와의 소통강화가 재단으로서 중점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이를 위해선 내부의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그동안 조경학회장이 겸직해 온 재단 이사장직에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 1명을 추가로 추대해 대내외 역할을 분담하고 조직을 보다 체계화 시킬 계획이다. 특별위원회로는 대국민 교육을 위한 '시민조경아카데미 위원회'를 신설할 것이다. 전국 조경학과 학생연합회와도 지속적인 소통을 가지려 한다. 학회에서는 대외협력 부회장제를 신설해, 폭증하는 대외업무를 총괄 관리할 방침이다.
최: 금년 한 해도 어려웠지만 내년도 조경 경기는 사상최악의 해로 전망되고 있다. 장기적인 조경 경기를 어떻게 예측하고 있는가?
김: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토건위주의 사업은 장기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경우, 부동산경기 폭등과 더불어 조경산업이 양적으로 성장해왔다. 따라서 민간 신도시 건설, 대형주거단지 건설이 줄어들게 되면, 조경일도 함께 줄게 된다.
앞으로 공원일몰제가 7년 남았다. 그것이 실현되면 공원용지가 해제되어 공원조성 위축을 가져오게 된다. 그래서 전임학회장은 국가도시공원 도입으로 일몰제로 문제를 풀어가고자 했다. 지자체 예산의 한계로 정부예산을 공원조성에 반영시키려는 것이다. 전임학회장의 노력으로 실현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본다. 본인 임기 중에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신규 조성뿐만 아니라 기존 공원의 재평가도 필요하다. 먼저 조경학회가 기존 공원들의 가치를 재평가해 리모델링이 꼭 필요한 공원을 우선순위로 선정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리모델링을 시행할 수도 있다.
대규모 개발사업이 축소되고 시민참여가 떠오르고 있다. 개발사업이 도시재생과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대체되고 있다. 주민주도로 추진되는 이들 사업 속에 전문가로서 조경분야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먼저 환경조경발전재단 내 사회적기업 만들기가 필요하다. 이미 한국도시설계학회는 사회적 기업 설립추진이 완료단계에 와있다. 우리도 가칭 '푸른도시만들기'처럼 조경 기반에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 사회 속에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대외적으로 타분야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선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언론이 법률과 제도 변화를 명확히 진단하고, 대중에게 선명하게 홍보해 주어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고 우리에게 어떤 위협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결집이다. 업계 내부는 물론 학생층의 결속도 중요한 전제조건이 된다. 1980년대 후반에 창설한 '전국 조경학과 학생연합회'는 당시 조경계 위기를 대응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정: 학생층의 참여 활성화에 공감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형 조경에서 탈피해 선진국 형태로 전환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개도국 조경이 성장을 통해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다. 선진국형 조경은 성숙의 조경이다.
앞으로 정원사업을 조경산업의 새 동력원으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이제는 대형공사 수주로 1년동안 회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소규모 일거리가 늘면 마스터플랜보다 디테일이 중요시 된다. 정원산업은 규모가 작고 물량이 적을지 몰라도 조경문화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능동적인 대응이 중요하다. 저층고밀도가 공급되는 동탄2신도시 사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김: 선진국도 이제는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새로운 공원조성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물리적 관리가 아니라 사회적 관리, 이용자 관리의 시대가 왔다고 생각된다.
이용자 프로그램을 조경분야에서 만들어주고 그것을 시행해주는 것이 중요한 사업방향이다. 이미 이웃나라 일본도 그러한 추세를 보인다. 얼마 전 일본 사람에게 “일본의 설계사무실 상당 수가 조경관리를 겸업하거나 전업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고 들었다.
시민사회의 대두로, 단지 쉬는 곳으로서의 공원이 아닌 체험과 교육을 하는 장소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조경분야는 이를 고려한 연구와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정: 앞으로 정원관련 홍보세미나를 활성화 시켜서 시민들이 정원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조경박람회도 야외에서 개최되어야 한다.
경기도와 정원박람회도 진행해 왔다. 앞으로는 전국 단위의 순회전시도 개최하고자 한다. 독일의 분데스가르텐이나 란데스가르텐 시스템이 가장 이상적이다. 공원을 하나씩 재생시키며, 전국을 순회하기 때문에 매년 좋은 공원들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을 한국에 도입해 가칭 Parking Garden Show라는 이름의 전람회를 임기 중 개최하고자 한다.
오: 불황극복의 파트너로서 조경학회는 조경사회에, 조경사회는 조경학회에 바라는 점은?
김: 조경사회와 함께 조경취업박람회 추진을 제안하고 싶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고 교감을 형성시킬 수도 있다. 불황 탓에 사람을 쉽게 구하지 못하는 회사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정: 각 대학 교수님들의 연구와 발표주제 선정에 있어 '조경의 영역'도 고려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인접분야 연구와 과제발표로 조경의 외연을 넓혔다는 순기능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연구결과가 인접분야에서 조경분야를 잠식하는 이론적 근거가 되었고, 결국 조경분야에 위기를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조경의 정체성을 바로 세운 가운데 외연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최: 마지막으로 조경인에게 한마디?
김: 위기의 시대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 조경의 핵심과 근본적인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공부해야 한다. 조경의 정체성을 말할 때, 타 분야와 대조되는 우리만의 차별화된 가치는 공공성이다.
근대 조경은 공원에서 출발하고 발전해 왔다. 미래 조경은 공원을 중심으로 사회 전체의 공공성을 진작시키는데 조경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정치가들이 말하는 ‘복지’로서의 정원이 될 수 있고, 그것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개별 업체로서는, 돈을 번다는 가치에 앞서 공원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을 재환기 시키고, 높은 긍지를 가져야 한다. 한국조경학회 40주년의 캐치프레이즈가 “시민과 함께 미래로”이다. 우리 조경인은 공공성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정: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길 바란다. 자신의 나무를 키우는 데만 관심을 가져선 안된다. 지금 조경이란 산에는 불이 나고 있는데, 이를 끌 사람이 없다. 물도 뿌려줘야 하는데 자기 나무에만 물을 주고 있다. 심어야 되는 나무 하나도 중요하지만 나중에 이루어지는 숲 전체 경관에 무관심하다. 우리의 의식이 그러하다보니 타 분야가 숲을 보는 시각에서 밀고 들어오게 된다. 조경인들은 조경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신년대담의 자세한 내용은 '월간 환경과조경 2013년 1월호(통권 297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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