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태계 변화와 관찰의 기록, 모니터링

글_장재훈 환경부 수질수생태과 사무관
라펜트ll기사입력2024-05-22


생태계 변화와 관찰의 기록, 모니터링 

 

 

 

_장재훈 환경부 수질수생태과 사무관 

 

수도권에서 학교와 직장을 다니다가 좋은 기회가 있어 국가공무원으로 입직하여 세종시에서 생활하게 된 지도 4년이 흘렀다. 세종시에서의 생활과 기존 수도권에서의 생활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비교해서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수도권에서의 생활보다 나은 점 딱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자전거로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최근 많은 사람이 개인의 건강을 지키거나 탄소배출을 줄여 지역사회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캠페인의 일환 등 다양한 목적으로 자전거를 이용한 출퇴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 역시 한여름이나 한겨울 그리고 비가 오는 날 등을 제외하고는 자가용이나 버스 등이 아닌 자전거로 출퇴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다른 사람들과 같이 건강 유지 및 탄소배출저감 등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계절에 따라 매일 변화하는 주변의 자연생태계를 눈에 담고자 하는 목적이 더 크다.

 

2024년 새해가 시작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3월이 지나고 4월에 접어들었다. 출퇴근하는 길에는 목련, 벚나무, 수수꽃다리, 조팝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이제 막 꽃을 피우고 있는데 작년과 비교하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벚꽃 개화 예측시기와 맞춰 축제를 준비한 많은 지역에서는 벚꽃 없는 축제를 개최하거나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꽃의 개화시기를 알 수 있을까? 그건 바로 누군가가 매일, 매주, 매월, 매년 변화하는 식물의 상태를 “모니터링”하여 그 결과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것을 계절관측이라고 하는데 기상청에서는 1973년부터 대표 지점의 식물(표준목)을 관측·분석하여 기후가 변화하는 추이를 파악하고 있으며, 표준목의 개화 등을 발표하고 있다.

 


Ⓒ기상청 

 

모니터링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모니터링은 ‘어떤 대상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관찰하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특히, 생태계 모니터링은 기후변화 또는 주변 환경의 훼손 등에 따라 교란되는 자연환경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생태계 모니터링은 별도 사전적 정의는 찾지 못하였으나 우리 주변의 생태계가 원래의 기능과 구조에 맞게 유지되고 있는지 장기간에 걸쳐 동일한 방법, 동일한 시기에 반복적으로 조사·분석하고 기록하여 변화하는 과정 또는 변화된 것을 정량화시켜 파악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생태계 모니터링은 대상이 되는 생태계의 기초 정보를 수집하여 그 변화를 파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변화의 원인을 이해하고 진단하여 미래 상황을 예측함으로써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긍정적·부정적 변화에 대하여 사전에 대비할 수 있게 해 준다. 

 

예를 들어 19세기 말 이후 지구의 평균기온이 1.2℃ 상승하였다거나, 지난 100년간 봄의 시작이 20일 정도 빨라졌다는 정보는 장기적인 생태계 모니터링의 결과이며, 우리는 이러한 결과를 통해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개인적인 노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생태계 모니터링은 수행 주체와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추진된다. 

 

정부에서는 중장기적 생태계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한 장기생태연구, 전국의 자연환경현황을 조사하는 전국자연환경조사, 생태적으로 중요한 보호지역 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대한 조사·연구, 국내 생태계를 교란하는 생물에 대한 조사·연구, 산불 등 대규모 자연재해로 훼손된 생태계에 대한 복원 연구 등과 같이 국가차원에서 전문가집단과 함께 과학적인 방법 및 장비 등을 활용하여 정량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정책추진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거나 효과를 파악하기 위하여 모니터링을 수행한다. 

 

또한 일부 연구기관 또는 민간에서는 공원·정원 등의 조성, 생태계 복원 등과 같은 단위사업 추진 후 사업의 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하고자 사업 전후 일정기간 전문가가 주축이 된 모니터링을 추진한다.

 

이와 별개로 최근 생태계 모니터링은 일반 대중의 힘을 빌리는 시민과학과 연계하는 방향으로도 확대되어 가고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과학적 지식을 생산하는 시민과학의 발달은 전문가 중심의 자연생태계 모니터링이 가지는 공간적·시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보완재로서 발전하고 있다. 다양한 연구 기관 및 단체에서는 시민과학을 활용하여 전문가 모니터링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전문가 모니터링 결과와 결합하여 보다 정밀한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환경부 

 

 

Ⓒ산림청

 

정리하자면, 생태계 모니터링은 관찰 대상에 대한 반복되는 정보를 ‘기록’하여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며, 그 자료를 통해 현재의 생태계 또는 조성·복원된 생태계가 예측된 방향 및 목표에 맞게 흘러가는지 ‘검증’하는 중요한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또한, 모니터링 결과를 검증하여 먼 미래의 변화를 준비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자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생태계 모니터링은 전문가부터 시민과학자까지 모니터링의 성격과 목적에 따라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수 있다.

 

생태계를 조사·연구하고 복원하는 많은 전문가들은 생태계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생태계의 변화는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장기간의 모니터링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하다. 

 

미래학에서는 “현재 속에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며 우리는 현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고 한다. 이 말을 생태학적 관점으로 재해석하면 “현재의 생태계는 과거에서 미래로 변화하며 우리는 현재의 생태계를 면밀히 관찰하여 미래의 생태계를 예측한다.”고 할 수 있다. 생태계를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생태계 모니터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천변 녹지  Ⓒ장재훈 

 

 

출근길 가로수 Ⓒ장재훈

 

 

공원 내 수목들 Ⓒ장재훈

 

또다시 새로운 월요일의 아침이 밝았다. 주말 내 만개한 벚꽃은 이번 주를 기점으로 봄바람에 꽃잎을 흩날리며 떨어지고 그 자리에는 새잎이 돋아날 것이다. 난 오늘도 조금 이른 시간에 자전거로 출근하면서 출근길에 있는 가로수, 하천변 녹지, 공원 내 수목들을 모니터링하며 작년, 재작년의 오늘과 비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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