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상림 공간 발행인

라펜트l나창호l기사입력2009-07-09

한달을 30일로 한다면 15,000일, 시간으로 환산하면 360,000시간. 바로 공간사에서 발행하고 있는 건축 전문지인 공간지가 만들어진 시간과 일수이다. 물론 이런저런 우여곡절로 13권의 결호도 발생하였다지만 건축잡지로 500호라는 것은 대단한 기록이고 열정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공간지(SPACE)는 지난 7월 7일 공간사옥에서 그 500호를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건축과 예술에 대한 담론을 이끌어 왔던 중심에 서있는 매체이다보니, 잡지로서의 의미뿐만아니라 건축분야 내에도 이를 하나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오랜 시간 동시대 건축가와 예술인으로 부터 사랑을 받고있는 공간지. 그리고 이를 이끌어가는 항해사인 이상림 발행인을 경사스런 그 날에 만나보았다.

1966년이래 500호에 도달하였습니다. 이 순간에 서서 발행인으로서 갖는 감회가 남다르리라 생각됩니다
500호 맞으면서 故김수근 선생이 안계신게 안타깝고, 그 다음 10년간 잡지를 만든 故장세환 선생과 맞지못함이 안타깝습니다. 두 분께서 같이 계셨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이제는 500호가 만들어졌으니, 501호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군요.

500호를 되짚어 보며 역사적으로 방점을 찍을 만한 사건과 기록도 있으리라 봅니다
창간호가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 대해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게 43년전 이야기라고 하면, 시대를 뛰어넘으며 이야기 했던 거라 생각되어 지네요. 이후 1970년대엔 강남재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요. 1963년도에 강남구가 서울시에 편입이 되었으니, 7년 정도의 시간밖에 되지 않았던 시점이었습니다. 도시불균형을 우려하는 혜안이 있었던 것이죠. 1974년에는 해외건축가의 국내 설계에 대한 부당성에 대해 담론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후엔 교조적인 입장에서 이야기보다, 현실을 보는 눈이 강화시켜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산하였습니다.
1999년도 '건축문화의해'에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자료들을 전산화 하는데 성공한 것도 잡지로서 하나의 강조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500호가 새로운 부담이 될 것이라 생각되는데,  500호 컬럼에서, 동시대 건축과 예술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의제를 만들고, 현실감있는 담론을 만드리라고 기록한 것을 보았습니다
사실 앞으로의 500호 전체를 말할 순 없겠지만, 故김수근 선생이 가지고 계셨던 뜻을 이해해나가고 그 마음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해 나가지 않을까 그려봅니다. 당신께서 잡지를 만들었던 바탕에는 건축을 향한 순수한 열망을 통해 예술과의 접근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유지를 이어가며 공간지 속에서 진행하고 싶어요.



1996년도에 공간지의 발행인으로 취임하고, 이듬해 건축 전문지로서 색깔을 부각시켰습니다. 이는 이상림 대표의 의지와 상관관계가 짙어보이기도 하는데요
당시엔 건축잡지 시장의 침체기였으며, 변화의 계기가 필요했습니다. 그 계기로서 판형을 바꾸게 되었고요. 그렇게함으로써 그동안 작은지면에서 보여지던 사진들이 크게 다가오도록 하였습니다.
내용적으로는 건축잡지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아우른다한다는 것을 표방하였습니다. 조금더 솔직해 진거죠.  마음속에는 무언가 바뀌어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잡지로서 그때 당시 폐간을 몇 번씩이나 결정해야 할 정도로 생명이 위태로웠어요. 그것을 탈피할 수 있는, 또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무엇이 필요했고, 그래서 외형과 내실에 변화를 주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주위에선 SPACE의 판형이 휴대가 불편하다고도 하는데
사실은 그렇게 만든 것은 의도적인 것도 있어요. 조금 더 불편하게 만듦으로써 꼭 필요한 사람만 갖게 만들도록 하고 싶었고, 가진 사람은 애장을 할 수 있게끔 하고 싶었습니다. 관심이 없는 사람은 접근도 안하겠죠.  어떻게 보면 친절한 잡지가 아닐 수가 있지만 지금에 와선 공간지의 상징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7월 7일 500호 기념행사에선 건축 및 예술분야 전문가들이 사옥을 찾아 축하해 주었다

2005년 3월호 기획으로 인문, 사회, 조경, 건축 등 각각의 코드들을 조화로이 융합시킨 ‘Making place 청계천’에 구성이 강하게 기억이 남습니다. 결국 그러한 기획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협업의 강조가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청계천을 다루면서 여러접근을 할 수 있던 것은 기획과정에서 하버드 대학의 청계천을 주제로한 스튜디오가 있었는데, 건축만이 아닌 도시건축 공동 스튜디오 였어요. 우리가 그곳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를 하게 되면서, 그런 기획을 할 수있게 되었던 겁니다.
아무리 강조하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협업은 중요하고 필요한 것입니다. 건축과 조경은 한 몸이었기 때문에 따로 떼서 생각할 수 조차없을 만큼 더욱 중요한 것이죠. 다만 누가 누굴 리드한다, 누가 누굴 끌고 간다는 사고보다는 같이간다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더 큰 의미에서는 시민과 정책결정권자들과의 협업도 깊이 고민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어지고요. 

하지만 각 영역별로 특화된 전문성도 강조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딱딱 구분을 하기는 쉽진 않은데, 편의상 도시, 조경, 건축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도시에서 조경을 통해 건축으로 들어가고, 나올때는 건축에서 조경을 통해 도시로 기능을 하는데, 어떻게 보면 건축과 도시 사이 완충지대에 조경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 넓게 해석하면 조경이 건축이고 도시일 수 있고, 반대로 도시가 조경과 건축을 아우를 수 있고, 어떠한 의미에서 건축이 이 두가지를 아우를 수도 있는 것이죠. 우리가 면적으로 경계를 지어 생각해보면 양쪽의 접점에 있는 부분들이 상당히 중요하게 되는데, 그 점에서 조경이 중간에 위치하며 양쪽을 만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공간지는 건축과 예술, 문화와의 공존과 접점을 찾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경 분야또한 사회, 문화, 예술 등의 키워드들과 접목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고, 또 그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는 추세입니다. 조경문화가 꽃피우기 위해 당부하고픈 말이 있으시다면?
미래에 대한 해답은 과거에 있을테니까 그곳에서 탐구해 보아야 하겠죠. 그게 고리타분한 전통의 정의가 아니라 지나온 모든 것들을 되돌아 보게 된다면 그 곳에 무언가 답이 드러나겠죠. 전체를 놓고보면, 사실 Landscape가 독자적인 학문으로서 형성되어온 시간이 그리 길지않습니다. 그 전으로 돌아가보면, 같이 있었던 시간들이 나오겠죠. 과거로 돌아가보면 오히려 미래에 대한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그 속에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그게 과연 무엇이었는지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최근 Landscape Architecture들이 그런 부분에서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답을 찾게 되겠지만, 짧은 시간동안 만들어지지 않으리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400호가 나올 즈음 온라인 매체로서 VMSPACE가 새롭게 출발하고, 앞으로 이것의 변화에 주목해 달라 하였습니다
디지털로서 공간을 표방하며, 2001년 3월에 개설되었습니다. 온라인으로서 실시간 다방향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것이 최초로 가지게된 생각이었죠. 되돌아 보건데, 많은 부분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500호를 기점으로 온라인 상에도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본래 VMSPACE의 VM이 Virtual reality Magazine 이란 의미로 출발을 하였지만, 앞으로는 그 의미를 Voice Maker로 변용시키코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즉 목소리를 내고 담론 형성하는 과정을 찾아나가는 온라인 형태로 만들겠다는 뜻이 겠지요.

마지막으로 조경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서로간의 이해를 해야 합니다. 가끔씩 안맞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요. '그런부분의 근저에는 무엇이 깔려있을까?' 고민을 하면, 상대방의 이해와 인정, 더 나아가 존경에 대한 생각이 나게 되더군요. 그건 아주 기본적인 관계설정인 것입니다. 서로가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갈라지게 되면 전문성을 담보할 순 있겠지만, 조경만 잘되고, 또 건축만 잘되는 것은 우리 스스로들이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너무 각자의 목소리만 외치다보면 모래알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누구의 희생만 강요하기 보다는 서로가 손을 잡고 좋은 공간을 만들기에 노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나창호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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