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선왕릉, 세계에 알린 이창환 교수

라펜트l백수현l기사입력2009-07-09

지난 6월 26일, 스페인 세비야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바로 문화재청(청장 이건무)이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조선왕릉’ 40기 전체가 제3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
이러한 성과 뒤에는 여러 학자와 전문가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는데, 그중 조선왕릉 40기 전체의 실측 도면을 작성하는 등 4년 전 등재 추진 초기부터 각종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이창환 교수(상지영서대학 조경과)가 있었다. 이창환 교수를 만나 조선왕릉 40기의 세계유산 등재 과정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왕릉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우연히 왕릉에 들렀다가 조경학 전공자로서 공간의 규칙을 읽은 것이 시작이었어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왕릉에 대한 마땅한 전문가 이름 하나 논하기가 힘들었을 때라 능지며 의궤를 속속들이 조사하였죠. 그렇게 할 수 있기까지는 부친에게서 배운 한학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그 때의 경험이 고문헌과의 사투에 숨은 무기가 된 것이지요. 그것을 바탕으로 조선왕조 왕릉의 입지와 공간 특성에 대한 연구를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거기서 더 발전시키지 못한채 사회로 나오게 됐죠. 잠실 롯데월드, 경주 보문단지, 제주 중문단지의 조경을 맡았으며, 故이주일 선생 등 명사들의 집도 손보면서 나름대로 충실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지난날 했던 연구에 깊이를 주고 싶다는 생각에 이 길로 다시 들어섰지요. 중국으로 날아가 능이란 능은 다 찾아다니는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지금까지 연구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답니다. 


▲선릉의 모습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조선왕릉의 가치를 논한다면.
조선시대의 능원은 죽은 자와 산 자가 만나는 공간으로 조성됐어요. 돌아가신 선왕은 산 언덕을, 현세의 왕은 언덕 아래 평지를 이용하여, 제례시 선왕은 능상의 언덕에서 내려와 정자각에서 현세의 왕과 만나게 했어요. 능원은 정자각을 중심으로 3단계의 공간으로 나누어지는데, 재실이 있는 진입공간은 산 자의 공간이고, 홍살문을 지나 정자각을 중심으로 한 곳은 선왕과 현세의 왕이 만나는 성과 속의 공간인 제향이예요. 그리고 언덕 위 봉분을 중심으로 곡장과 석물이 조성된 공간은 선왕의 공간, 즉 성역의 능침 공간이랍니다.
능역의 진입은 명당수가 흐르는 개천을 따라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진입하게 함으로써 능원의 신비감을 더해 주었습니다. 능역 입구의 연못은 풍수적 합수지로 마음을 씻는 공간이고, 입구에 있는 재실엔 목욕실을 두어 몸을 깨끗이 하고 제례를 준비토록 했어요. 곡선의 참배로를 따라 조금 더 걸으면 돌다리인 금천교를 만나는데 왕의 혼령이 머무는 신성한 영역으로 속세의 영역과 구분하는 역할을 합니다. 금천교를 지나는 능원이 신성한 구역임을 표시하는 홍전문이 있어요. 이렇듯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조선왕릉은 40기의 모든 능을 직접 보아야 그 시대의 정치 철학 사상, 조영기술을 익힐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의 등재 평가 보고서에서도 나오듯이 조선왕릉은 ‘유교적, 풍수적 전통을 근간으로 한 독특한 건축과 조경양식으로 지금까지 제례의식 등 무형의 유산을 통해 역사적인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 ‘조선왕릉 전체가 통합적으로 보존관리 되고 있는 점’ 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에 손색이 없다고 할 수 있죠. 그런 점들을 인정받아 15분 정도의 단시간에 세계유산위원회의 만장일치를 이끌어 낼 수 있었죠.


▲ 훼손된 능제시설을 복원하고 세계인이 함께 보존하고 향유할 문화유산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창환 교수 

조선 왕릉에 대해 ‘신(神)의 정원’이라는 표현을 하셨는데 무슨 의미인지.
등재와 관련해서 수차례에 걸쳐 실사단을 안내한 적이 있는데, 잔디가 산 구릉을 덮고 있고, 그 사이에 흐르듯 굴러가는 곡선의 아름다움을 보고서 실사단은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그 안에 숭고하고도 성스러운 왕의 무덤이 살짝 내려앉은 모습은 가히 ‘신의 정원’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죠. 40개의 왕릉은 무려 600년 동안 한 모습으로 이어져 왔고, 또한 완벽한 보존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곳, 선릉은 빌딩숲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사실 이번 세계유산 등재에서 제외시켜려 했습니다. 그런데 국제학술대회를 하면서 국제 학자들이 평가하기에 빌딩 숲 속에서 이런 녹지를 보존할 수 있는거 자체가 세계유산 감이라고 하더군요. 숲 속에, 또는 거대한 정원 속에 조그만 봉분이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다른 면에서 생각해보면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조성하는 기본적인 틀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세계유산으로의 지정도 중요하지만,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입니다. 조선왕릉은 우리 민족 제례문화공간의 결정체로서 세계유산위원회의 호평을 받아 세계인의 문화유산이 됐어요. 유네스코는 조선왕릉 40기에 대해 세계유산으로 등재와 함께 조선왕릉의 발전적 보존을 위해 일부 훼손된 능역의 원형 보존과 개발압력에 따른 완충구역의 적절한 보존지침 마련 및 시행과 더불어 종합적인 관광계획 마련 및 안내 해설체계 마련 등을 함께 권고하였습니다. 앞으로 훼손된 능제시설을 복원하고 세계인이 함께 보존하고 향유할 문화유산으로 관리해야 하겠죠. 이번 등재는 1000년 후 서울의 도심 속에 2000년 된 역사경관 림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신의 정원’인 조선 왕릉에 대한 조경인들의 사명감과 소명의식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죠.

조선왕릉 40기의 세계유산 등재에 따라 향후 일부 능의 복원 사업, 관광 계획 수립 등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신의 정원’이라고 표현한 이창환 교수의 말처럼 앞으로 조선왕릉이 세계유산으로서의 소중한 가치를 이어가는데에 조경인들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백수현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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