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 순혈주의? 태생적 혼혈 아니었나?

조경 순혈주의에 대한 다양한 담론 오고가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4-04-30

4월의 마지막 날이다. 세월호 침몰로 가라앉은 국민들의 침통함도 심연 속에서 쉬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생명이 소생하는 계절임에도 T.S. 엘리엇의 시구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에서의 4월이 생경하지 않다. 대지는 메말라 있지만 그럼에도 싹은 다시 자라고 있다.


지난 3월 26일 라펜트 조경뉴스에 실린 ‘조경 순혈주의의 몰락(글_권오병)’이 4월 한달간 조경분야를 뜨겁게 달궜다. 취재나 인터뷰에서 ‘조경 순혈주의’를 직접 언급하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라펜트 커뮤니티에 남겨진 묵직한  소리는 울림이 되어 번져가는 모습이다. 

이 기고문에서 필자(권오병 박사)는 인류의 진화과정에 비추어, 다양성이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조경의 길을 찾자고 말한다. 학과출신으로 엮어서 ‘주류와 비주류로’ 나누는 배타적인 시선, 타분야 진입에 벽을세워 방어하는 것을 특히 경계했다. 잠재된 생태복원 분야의 전성시대를 예고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조경 순혈주의의 몰락]


이 글을 본 조경인들의 응답은 크게 ‘공감’과 ‘자기반성’ 그리고 ‘비판’ 이었다. 적나라한 표현을 지적하는 사람도 다소 있었지만, 다양성을 인정하고, 변화를 포용하자는 필자생각에 많은 조경인이 의견을 보탰다. 반대로 혼혈이란 태생적 배경이 작금의 문제를 촉발시켰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었다.


먼저 조경 울타리로 안전하게 내 것만을 지킨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리곤 더 넓은 조경의 바깥세상에서 조경을 바라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래야 조경의 문제가 무엇인지 진단할 수 있다는 것.


‘조경의 왕따시대’라는 직설적 표현도 나왔다. 생태놀이터나 도시숲에선 예산이 수립되지만, 도시공원이라고 하면 예산이 안나온다고 할 정도로 조경이 고립되어 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가령 생태복원분야 기술자들은 조경기술자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론 엄연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결국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인접분야로부터 배척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반대만이 능사가 아니란 주장이다.


산림, 환경, 건축, 토목분야로 진출한 조경인들을 지지하여 업역을 넓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현실적으로 조경이라는 전문분야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끼리끼리문화보다는 인접분야와의 적극적인 교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있지만, 반대로 아무 것도 담지 못할 수 있는 양면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다양한 인접분야과 융합을 촉발시키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젊은 조경가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건축, 토목, 임업 등 인접분야 뿐만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에 대해 폭넓은 시각을 갖고 교류를 가져줄 것도 당부했다.


다른 조경인은 현 상황의 어려움은 ‘실천의 부재’로부터 만들어졌다고 성토한다. 겉도는 태도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조경단체에 가입해 회비를 납부하는 사람이 얼마인지, 조경전문잡지를 구독하는 사람은, 또 조경관련 법률은 얼마만큼 알고있는지...’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반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고 전했다.


조경 순혈주의로 비롯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는 가운데, ‘혼혈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전달돼 눈길을 끌었다. 대학의 커리큘럼이나 교수진의 전공을 봐도 토목, 건축, 도시계획, 산림자원, 임학, 원예, 환경, 생물학, 미학, 관광경영학 등 조경 이외에 너무나 다양한 분야가 융합되어 있고, 너무나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야만 하는 분야가 바로 조경이었다는 것이다.
 
타분야가 협회, 학회, 재단 등이 똘똘 뭉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을 때, 오히려 조경은 단합된 모습으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 사실 아니냐며, 그것은 오히려 혼혈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비롯된 것이란 생각이었다. 조경 순혈주의의 내재적 속성은 네거티브가 아니라면서 다음과 같이 전한다.

“국토부와 환경부, 산림청의 틈바구니에서 상대적으로 보잘 것 없는 시장규모에, 뚜렷이 보호받을만한 법적 기준도 없고, 건설사, 건축사, 지자체의 갑을병정 놀이에 지친 일부 조경인들이 조경비전공자들의 조경업계 진출에 대하여 다소 민감하게 반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다양한 분야의 경계선에 서있는 조경의 숙명이지, 울타리 안에 숨어서 우리끼리 잘살아보겠다는 배타적 심보는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경의 위기는 배타적 순혈주의 때문이 아니라 끝내 화합하지 못하는 태생적 혼혈주의에서 시작됐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4월 한달 동안 라펜트 커뮤니티에는 ‘조경 순혈주의’를 둘러싼 깊이있는 담론이 오갔다. 위기의식이 팽창하는 가운데, 실천적 전략을 갈급하는 조경분야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 변화를 호출하고 있는 조경인의 공통분모도 확인됐다. 토론방을 통해 더 큰 울림을 만들어내는 조경인의 목소리는 무엇보다 희망적인 신호로 다가온다.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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