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밝바치 하계답사 ‘전통조경 순례’

11일간 11명, 3개도 돌며 전통조경 진수맛봐
라펜트l박진하 통신원l기사입력2011-08-02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전공 내 전통조경 학술동아리 밝바치(회장 3학년 박진하)가 지난 7 3일부터 13일까지 1011일간 전라도로 하계답사를 다녀왔다.

 

밝바치에서는 매년 하계 방학 중에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순으로 전통가옥, 사찰, 향교, 서원, 민가, 마을, 읍성, 정자 등 많은 사이트를 공부하러 하계답사를 가고 있다.

 

올해 지역경유 일정은 경희대학교에서 출발하여 예산군, 아산시, 논산시, 함양군, 남원시, 구례시, 순천시, 담양시, 화순군, 강진군, 해남군, 보길도, 진도군, 무안군, 나주시, 장성군, 부안군, 김제시를 거쳐서 다시 경희대학교로 돌아오는 경로로, 7 3일 오전 8시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관 앞에서 박진하 외 11(4학년 1, 3학년 10, 2학년 1)이 첫 답사지인 충청남도 예산군 신암면 용궁리에 위치한 추사고택으로 출발하였다.

 

3(1일차) 답사경로는 예산군 추사고택과 아산시 맹씨행단이었다.

추사고택은 조선후기 추사 김정희의 생가이며 닫힌 ㅁ자형인 안채와 개방적인 사랑채의 공간구성이 특이하다.

맹씨행단은 고려시대 말에 최영 장군이 살던 집이었으며 이 후 그의 손녀 사위인 조선초 명정승 맹사성이 물려 받아 살았던 곳이다. 본채와 떨어져 있는 별채와 돌아 앉아 있는 별채의 모습이 특징이다. 하루 일정이 끝나면 마을회관을 찾아 동네 이장과 노인 회장께 양해를 구하고 하루씩 묵었다.


 
좌측부터 맹씨행단
, 추사고택

 

4(2일차)의 답사경로는 논산시 노성면 교촌리에 위치한 윤증고택과 함양군 화림동 계곡가에 위치한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 농월정이었다.

윤증고택은 조선후기 성리학자 윤증이 살던 고택으로 현재까지도 자손이 직접 거주하면서 관리하고 있다. 내외벽과 대문을 통한 손님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과 풍수지리 양택 조건을 맞추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거연정은 봉전마을 앞을 흐르는 남강천의 암반 위에 단독으로 건립되어 있는데 계곡의 한 가운데 들어앉아 있어 경관이 일품이다.

군자정은 천연의 암반 위에 단독으로 세운 중층 누각건물로서 홑처마에 팔작지붕형식의 정자이다.

동호정은 남강천 담소중의 옥녀담에 있으며 화림동 계곡의 정자 중 가장 크고 화려하다. 강 가운데에는 차일암이라고 불리는 수백평의 널찍한 암반이 있어 이 곳이 풍류를 즐기던 곳임을 알 수 있다.

농월정은 2003년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소실되어 현재는 남아있지 않다. 주변 경관이 수려하지만 문화재 보호에 대한 인식을 일깨워주는 곳이었다.


 
좌측부터 윤증고택,
거연정


좌측부터 군자정,
동호정, 농월정터

 

5(3일차) 답사경로는 함양군 지곡면 개평 마을에 위치한 정여창 고택과 남원시 천거동에 위치한 광한루,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지리산 노고단 서쪽에 위치한 화엄사였다.

정여창 고택은 조선 성종 때 활약했던 대학자로 김굉필, 조광조, 이언적 등과 함께 동방의 4현으로 추앙받는 정여창이 거주했던 곳으로, 여러 개의 영역이 있지만 그 영역들이 통합되어 공간들이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점이 특징이다.

광한루는 춘향전으로 많이 알려졌으며 본래 이름은 광통루였으나 정인지가 광한루라 개칭하였다고 한다. 광한루는 현재 문화재 보호를 위해 누안으로 직접적인 출입이 불가능해 주변 관람만이 가능하다. 광한루에 면해있는 연못의 형태가 자유로운 곡선을 띄며 규모도 크고, 그 안에 섬들과 다리가 놓여져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변에는 전통놀이체험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과 관람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이 잘 구성되어 있다.

화엄사는 창건에 관한 상세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으나 670(신라 문무왕10)에는 의상대사가 화엄10찰을 불법 전파의 도량으로 삼으면서 이 화엄사를 중수하였다고 한다. 규모가 큰 사찰이니 만큼 문화재로 지정된 요소가 많았고 비대칭적인 건물 배치가 특징이다.


정여창 고택

 
좌측부터
광한루, 화엄사

6(4일차)의 답사경로는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 위치한 운조루와 순천시에 위치한 순천만과 순천시 낙안면에 위치한 낙안읍성이다.

운조루는 조선시대 1776(영조 52)에 세운 것으로 조선 후기 귀족 주택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으며, 화재와 세월로 인한 유실, 필요에 의한 복구와 증축 등의 과정으로 현재는 63칸이 보존되어 있다.

순천만은 생물의 다양성이 풍부한 생물종의 보고로서 오염원이 적어 갯벌, 염습지가 잘 발달하여 질좋은 수산물과 각종 저서무척추동물, 염생식물이 풍부하다. 그리고 용산 전망대에 올라 보는 경관은 갈대밭, 칠면초, 갯벌, 바다가 어우러져 경관이 아름답다. 2013년에 열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최하는 국제정원박람회이며 미래의 다양한 정원문화 기술을 전시, 공유하는 장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낙안읍성은 육지에 남아있는 조선시대 읍성마을의 원형적 구성을 보여주는 전통마을이자 현재도 120세대 220여명의 주민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낙안읍성은 대개의 성곽이 산이나 해안에 축조되었는데 반해, 들 가운데 축조된 야성이라는 특징이 있다. 또한 성곽으로서의 모습과 마을로서의 두 면을 모두 다 볼 수 있다.


 
좌측부터 운조루,
낙안읍성

 
순천만

 

7(5일차)의 답사경로는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에 위치한 선암사, 순천시 송광면 신평리에 위치한 송광사, 담양군 남면 지곡리에 위치한 소쇄원, 식영정, 담양군 남면 연천리에 위치한 독수정,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에 위치한 명옥헌이다.

선암사는 선종, 교종 양파의 대표적 가람으로 조계산을 사이에 두고 송광사와 쌍벽을 이루었던 수련도량으로 유명하다. 선암사가 가지는 특징은 규모가 큰 사찰인 만큼 불전은 물론, 스님이 수행하는 곳인 선방 등 많은 건물이 있으며 독립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송광사는 우리나라 삼보사찰 가운데 승보사찰로서 유서깊은 사찰이다. 삼보사찰은 불보, 법보, 승보의 세 가지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사찰이다. 신라 말 혜린선사가 창건하였으며, 고려 명종 27년 지눌에 의해 80여 칸의 건물이 건립된 큰 사찰이다. 그 후에도 여러 번 중수 또는 중건되었고 6.25 전란 때 많이 소진되었으나, 1983년 이후 많은 불전이 복원되었다.

소쇄원은 소쇄 양산보가 기묘사화가 일어나 스승인 조광조가 사사되자 모든 관직을 그만두고 고향인 이곳으로 내려와 소쇄원을 지었다고 한다. 소쇄원 입구는 대나무숲으로 차폐되어 구불거리는 진입로가 유명하다. 진입로를 지나 소쇄원에 다다르면 마치 깊은 산 속에 있는 느낌이 들며, 매우 다양한 식재와 조경요소를 많이 고려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규모가 웅장하지는 않은데 비해 경관의 변화가 다양하며 화려하다.

독수정은 고려시대에 성행했던 산수원림기법을 이 지역에 들여오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었다고 전해진다.

식영정은 환벽당, 송강정과 함께 정송강유적이라고 불린다. 식영정이라는 이름은 임억령이 지었는데 그림자가 쉬고 있는 정자라는 뜻이다. 정송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경관이 뛰어나다.

명옥헌은 조선중기 중세 봉건사회가 막을 내리기 시작하는 시기에 조성되어 정치적 난세를 피해 지방에 은거하게 된 많은 선비들이 고향의 정승지를 찾아 건물을 짓고 별서정원을 조영하였다. 이 시기의 이러한 건축, 조경활동은 한국정원의 특징 중의 하나인 별서정원 양식을 정립하게 되었다. 명옥헌의 연못 주변의 배롱나무는 여름이면 꽃이 피어나 마치 도연명이 말한 무릉도원을 연상케 한다고 하여 매우 유명하다.


 
좌측부터 송광사,
소쇄원

 
좌측부터 식영정,
독수정


명옥헌

 

8(6일차)의 답사경로는 화순군 도암면 대초리에 위치한 운주사, 보성군 보성읍 봉산리에 위치한 대한다원,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에 위치한 다산초당이다.

운주사는 신라시대의 사찰로서 불상과 석탑이 매우 많은 특이한 가람배치를 보이는 사찰이다. 대웅전 뒤로 있는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불사바위에 다다르는데 이 바위에서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운주사의 모습과 주변 자연경관까지 더해져 훌륭하다. 또한 자연 바람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공간으로 속까지 뚫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와불상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도 마찬가지로 경관이 뛰어나며 주변에 채석장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대한다원은 국내 유일의 녹차관광농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진입로의 삼나무 가로수길에서는 피톤치드의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차 밭에서는 광할한 자연의 카펫을 깔아 놓은 느낌이 든다.

다산초당은 다산 정약용이 약18연간의 유배생활 중 1808~1818까지 약 10년간을 보낸곳이다. 다산 선생은 다산초당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목민심서, 경세유포 등 500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다산초당에 오르는 길은 산세가 매우 험한데 유배 생활의 상황을 느낄 수 있다.

 

 
좌측부터 운주사, 대한다원

 

9(7일차)의 답사경로는 해남군 해남읍 연동리에 위치한 고산 윤선도 고택(녹우당), 완도군 보길도이다.

고산 윤선도 고택은 조선 중기의 고택이며 현재는 고산 윤선도의 14대손인 윤형식 씨가 거주하는 가정집이다. 고산 윤선도 고택의 입지성은 덕음산의 지맥이 고택 양측으로 자연스럽게 뻗어 청룡과 백호를 이루는 연화도수형이며 이러한 풍수지리설에 따라 고탭 입구에 연못을 파고 조산을 만들어 비보한 점이 특징이다.

보길도는 전역에 산지가 발달하고 있으며 중앙 부용동쪽에 협소한 저지가 있어 경지로 이용되고 있는 섬이다. 또한 우리나라 유명한 정원 중에 하나인 보길도 부용동이 입지해 있으며 현재는 노화도와 교량으로 연결되어 있어 교통이 편리해 주민들간의 소통이 원활하다.

 


부용당

 

10(8일차)의 답사경로는 부용동의 바깥쪽에 위치한 세연정, 옥소대와 부용동 안쪽의 곡수당, 낙서재, 동천석실이다.

세연정은 고산 유적지로 한국 전통 정원을 대표하는 곳으로서 복원 상태가 양호하고 부용동 원림의 입구에 해당한다. 고산은 특히 세연정에서 어부사시사를 지어 악기를 연주하면서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옥소대는 세연지의 전모를 살피기에 좋은 장소이며, 세연지의 판석보를 건너 산기슭을 따라 오르다 보면 나오는 큰 바위이다. 고산은 기녀들을 옥소대로 올려 보내 그 위에서 춤을 추게 하고는 자신은 세연정에서 감상했다고 전해진다.

곡수당은 고산 윤선도의 자제 학관이 기거했던 곳으로 세연정보다 비교적 규모가 작다. 낙서재는 고산 윤선도가 살았던 집터이며 석실과 마주 보이는 곳에 있는 초가터이다. 무민당 등 건물 4채가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인멸되었다. 세연정에서 걸어서 30여분 부용동 안으로 들어가면 격자봉 아래에 낙서재 터가 있다.

동천석실의 동천은 산천이 두루 경치 좋은 곳이란 의미도 있고 신선이 사는 곳도 되며 하늘로 통한다는 뜻도 된다. 석실은 석조로 된 거실임은 물론 산중에 은거하는 방이나 책을 잘 보존해둔 곳이란 뜻도 된다. 동천석실에 오르는 산세가 험하며 가파르다. 동천석실에서는 낙서재, 곡수당이 마주 보이며 부용동 구역 일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경관이 뛰어나다.

 

 
좌측부터 세연정, 옥소대


 
좌측부터 곡수당,
낙서재



동천석실

 

11(9일차)의 답사경로는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에 위치한 운림산방, 무안군 일로읍 복용리 회산마을에 위치한 백련지, 나주시 교동에 위치한 나주향교이다.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남종화의 대가이던 허유가 말년에 머물면서 그림을 그리던 화실로 운림각이라고도 한다. 허유가 사망하고 아들 허형이 운림산방을 떠나면서 매각되어 운림산방의 연못과 가옥은 예전의 모습을 모두 잃어버렸으나, 이후 허형의 아들 허윤대가 운림산방을 다시 사서 1982년 허형의 아들 허건이 운림산방의 예전 모습으로 복원하였다. 운림산방이라는 이름은 구름이 걸친 숲속 자그만 방으로 첨철산 주위에 수많은 봉우리가 어우러진 깊은 산골에 아침 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룬 모습을 보고 지었다고 한다. 운림산방은 영화의 배경지로도 이용된다.

백련지는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도 엄청난 규모에 백련들이 있는 모습을 보면 드넓은 잔디밭을 보는 것 같다.

나주향교는 조선시대에 창건되었고, 나주목에 위치한 향교로 나주목은 전주부에 이어 호남에서 두 번째 가는 고을이었으므로 향교의 규모도 컸다. 나주향교의 건축배치는 전묘후학으로 이는 일반적인 향교의 전학후묘와 달리 앞에 제향을 두는 대성전을 두고 강학을 하는 명륜당을 뒤에 두는 방법으로 이는 서울의 성균관과 같은 배치법으로 평탄한 대지에 건물을 배치할 때 사용한다.

 

 
좌측부터
운림산방, 백련지


 
나주향교

 

12(10일차)에는 장성군 황룡면 필암리에 위치한 필암서원,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에 위치한 내소사, 정읍시 산외면 오공리에 위치한 김동수 가옥을 방문했다.

필암서원은 하서 김인후의 도학을 추모하기 위해 하서 사후 삼십년(1590 선조 23)에 변성온 등이 창건한 서원으로 호남지방에 현존하는 서원 가운데에서 가장 유서 깊고 규모가 큰 대표적인 서원이다. 전형적인 배산임수 형국에 입지되어 있으며 전학후묘 형식 하에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다.

내소사는 변산반도의 꽃이라고도 불리며 변산반도 능가산 남쪽 기슭의 주봉인 관음봉을 중심으로 하여 좌우를 병풍처럼 두른 선경 속에 자리 잡고있다. 633년 혜구두차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며 1633년 청민선사의 세 번째 중창 이후 근래에까지 불사를 계속하여 지금과 같은 모습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동수 가옥은 김동수의 6대 할아버지인 김명관이 조선 정조 8(1784)에 세운 집이다. 풍수지리에서 명당이라 말하는 전형적인 배산임수를 이루고 있다. 조선 후기에 지은 중류이상의 주택건물의 특징들을 보여주고 있으며 소박한 구조로 되어있으나 건립자의 독창성을 엿보게 한다.

 

 
좌측부터
필암서원, 김동수 가옥

 

13(11일차)의 답사경로는 김제시 모악산 도립공원에 위치한 금산사를 경유하여 학교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금산사의 창건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실이 전해지지 않으며 미륵신앙의 성지로 자리 메김하고 있다. 다른 사찰에 비해 유난히 미륵불상의 규모가 매우 커서 미륵전의 규모 또한 대웅전보다 크다. 금산사는 전체적으로 큰 규모의 건축물, 석조물이 많아 웅장한 느낌을 자아낸다.

 

1011일간의 답사 일정을 모두 끝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후 강남에서 동문 및 선배들과 일원들의 답사 에피소드 등을 얘기하며 뒤풀이를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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