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명사특강]서원우 박사의 나무와 문학[제9회]

시시(詩詩)한 나무이야기 ⑨
라펜트l강진솔 기자l기사입력2011-11-18

17. 구월의 숲은 시상(詩想)의 우주

‘하늘은 높고 말도 살찐다는 청아한 계절에 산에 오르면 모두 호연지기와   시적 정취에 잠기게 된다. 특히 나무는 소우주이고 숲은 대우주라고 할 수 있는 자연의 섭리를 가시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는 변화대상으로, 가을의 숲은 그간의 생성과 소멸의 원리를 기승전결(起承轉結)로 말없이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학의 견지에서 한 그루의나무시인이며그 시인이 소요(逍遙)하는 우주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숲의 우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장자(莊子)의 권두를 장식하는 우화(寓話)대공(大空)을 비상하는 대붕(大鵬)’이라는 장자의 호탕한 소요(逍遙)의 사상을 요약하여 소개하여 본다.

 

북녘바다에는 그 크기가 수천 리나 되는 곤()이라는 물고기가 사는데 바람이 몹시 불어 파도가 요동치는 어느 날 그 곤이 대붕으로 변하게 된다. 그 크기 역시 몸체와 날개의 길이만도 몇 천리나 되는 거대한 새가 되어 날개를 퍼덕이며 바다를 박차고 날라 오르니 파도는 수천 리나 솟구치며 이때 일어나는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리장천을 날아 올라 일로 남녘바다로 향해 가는 것을 보고 매미와 비둘기가 그 대붕을 이르러우리는 느릅나무 가지 위에 올라 앉기도 힘들고 또한 떨어지지나 않을까 걱정하는데 저놈은 구만리를 날아 올라 남녘바다로 유유히 날라 가다니 이상한 놈이라고 비웃었다는 우화이다.

 

여기서 시인의 시상은 구만리장천의 창공을 나는 대붕처럼 장자의 소요유(逍遙遊)를 연상시켜서 시인은 나무와 숲의 내면과 외면을 자유자재로 드나 들 수 있는 무변광대한 시인의 상상을 연관시켜 기술해 본 것이다. 그 사례로 윤동주 시인의 별을 노래한 「서시」는 이미 우주를 향한 고뇌의 대붕이 비상하였음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김지향 시인의 「나뭇잎이 시를 쓴다」에서가을이 되면 나무들은 온 우주에 시를 쓴다 하늘에다 땅에다 사람의 몸에다/빨간 시를 마구 쏟아 붓는다/…/사람들은 숨차게 뛰어온 삶의 굴레를 벗어/가을의 가지에 걸어 놓고/가을 내내 시를 읽다가 스스로 시가 되어버린다”(2005. 10. 31. 조선일보 만물상시여, 노래하라에서)

 

‘세상에서 가장 죄 없는 일이 시 쓰는 일이고, 죄 없는 사람이 바로 시인이라는 하이데거의 말처럼 구월의 산에 올라 숲바다와 구만리창공을 바라본다면 그간의 고뇌를 잊고 숲의 우주와 진취적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을의 도봉산상(사진 상)에 떠있는 뭉게구름은 마치 대붕이 날아 오르는 듯 하고, 오봉(사진 하)을 바라보면 마치 다섯 시인이 구만리장천을 향해 영원히 시를 쓰고 있는 망부석이 된 듯하다.

 


사진_바탕의 경우 도봉산, 상단부터 백운대 정상과 인수봉-백운대-염초봉을 연결한 원경

 









 

18. 중양절(重陽節)의 우정과 시정(詩情)의 대작(對酌)

음력 구월구일의 중양절은 우리의 옛 명절중 하나였다. 서울 남산의 팔경가운데 제6경인 구일등고(九日登高) 역시 중양절에 햅쌀로 빚은 문배주와 국화꽃 지짐을 마련하여 절친한 벗과 함께 마을의 남산에 올라서 그간의 고된 농사일을 무사히 끝낸 것을 서로 위로함은 물론 또한 서당에서 동문수학한 글 솜씨로 한시를 읊어 술잔을 주고받는 우정의 대작(對酌)을 하였으며 이때 반드시 멀리 있는 벗을 위해서도 그쪽을 향해 술잔을 주고받는 시늉으로 변함없는 우정을 다짐하였다고 한다. 아름다운 우정의 정경이 아닐 수 없으며 또한 어쩌다가 추석명절에 차례를 지내지 못한 여염집에서도 구일차례(九日茶禮)를 정성스레 올렸다고 한다.

 

이러한 풍속은 중양절에는 높아지는 하늘과 함께 땅위의 나무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는 계절의 색다른 실루엣 정경에 자신을 그림자로 지침삼아 시간과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 구월의 정취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햅쌀로 빚은 술과 국화꽃 지짐은 깊은 우정을 연상케 하는 정표라 할 수 있겠다. 이는 마치 햅쌀로 밥을 짓는 것은 산문(散文)을 쓰는 물리적 변화에 비유되며 그 햅쌀을 누룩과 문배나무 열매로 함께 발효시켜 술을 빚는 것은 화학적인 작용으로 깊은 내면을 우려내는 맛과 향에 비유 할 수 있기에 중양절에는 마을의 높은 곳에 올라 먼 곳의 우정도 함께 나누려는 깊은 의미와 정취가 내포된 듯하다. 이는 과거 농경사회에서 벼농사는 모든 농사일 가운데서도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가장 많이 들었기에 농업의 주체였으며 또한 쌀은 농민의 자존심이기도 하여 농업경제에서 쌀은 화폐가치의 척도였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쌀을 한자로 표기한 미()자를 풀어서 본다면여든여섯(八十八)번의 농사일손이 가야 비로소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쌀이 생산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구월의 농가월령가에서도구월구일 좋은날에 꽃지짐을 먹어보세/계절차례 따라가며 조상은혜 잊지 마소/경치는 좋거니와 추수가 시급하다.’라고 읊고 있다. 중양절은 파란 하늘과 붉게 물드는 산야 그리고 지평의 들판에 일렁이는 황금물결의 삼원색이 조화로운 우정과 시정의 계절이기에 중국의 대표적인 전원시인이며 귀거래사(歸去來辭)로 유명한 도연명(陶淵明)의 음주(飮酒)시 가운데동쪽 울타리 아래서 국화를 꺾다보니, 한가롭게 남산이 눈에 들어온다(彩菊東籬下, 悠然見南山)’는 구절에서도 중양절의 의미를 감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양절(重陽節)에 풍요롭게 황금물결치고 있는벼와 허수아비가 장차 세계화에 대응한 우리의 자존심인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으며, 도시농업에 대한 도심어린이들의 학습의 장으로도 각광 받고 있는 논의 원경과 근경 (서울올림픽공원의 몽촌토성 학습원에서)

 


사진_국립산림과학원 임주훈 박사

 


사진_국립산림과학원 조재형 박사


강진솔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lafent@lafent.com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