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명사특강]서원우 박사의 나무와 문학[제14회]

시시(詩詩)한 나무이야기 ⑭
라펜트l강진솔 기자l기사입력2012-02-24

26. 봄의 서곡


산과 들은 아직 겨우내 내린 눈으로 덮인 겨울의 끝자락이지만 입춘을 맞이하는 이월은 봄의 숨결을 나무와 숲의 풍향계로 감지하기 시작하는 봄의 시작이다. 겨우내 그렇게도 차갑게 불어오던 삭풍도 어느덧 남동풍의 혜풍(惠風)으로 바뀌면서 봄의 향기와 소리를 실어오는 전령 노릇을 하고 있기에 봄의 숨결과 음향으로 더욱 느껴지는 계절이다.

 

아직은 현대과학문명이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지구 대기권의 오묘한 기상현상이 나타나는데 기온, 기압, 바람, 습도, 구름 그리고 강수의 6대 요소 중에서 바람의 비중이 항상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은 몸의 촉감으로 느낄 수 있고 귀로 들을 수 있는 대자연의 요소이지만, 결코 눈으로는 볼 수 없고 만져 볼 수도 없는 무형의 존재이다. 우리는 나무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바람이 지나가고 있음을 인지하게 되는데, 결국 나무는 우리가 바람을 유형의 존재로 지각하는 절대자원이다.

 

그래서 우리의 자연관은 팔방에서 불어오는 바람 역시도 서정적인 무형의 팔대경관으로 분류하여 동쪽은 조풍(條風), 서쪽은 유풍(飂風), 남쪽은 거풍(巨風), 북쪽은 한풍(寒風), 동북쪽은 염풍(炎風), 서북쪽은 여풍(麗風), 남동쪽은 혜풍(惠風) 그리고 남서쪽은 양풍(凉風)이라 하여 이른바 팔풍(八風)으로 부르고 있다. 6대 기상요인 중에서 유독 바람의 현상을 감성자원화 하고 있음은 바람이 기상요인의 함수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숲은 육지의 바다이고 바다(산호)를 육지의 숲이라고 한다면, 바다는 달의 인력에 의해서 밀물과 썰물로 드나들고 바람에 의해서 항상 파도가 일렁이는 생명의 원천이다. 또한 숲은 육지의 바다처럼 항상 팔방에서 불어오는 팔풍에 의해서 육지의 밀물과 썰물처럼 파도치듯 살아 있는 생명의 바람개비 노릇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남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대지의 숨소리이듯 봄을 향한 서곡으로 입춘을 기점으로 그 의미가 자못 심오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입춘이 지났어도 55년 만에 물아 닥친 2월 한파로 고대하던 봄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기에 한려해상 국립공원과 다도해 국립공원의 연결 회랑인 여수 오동도로 봄 마중을 갔지만, 어여쁜 봄의 전령 동백꽃 역시 5 3온의 기상이변으로 인해 애틋한 사연의 회포를 풀기도 전에 시들어 안타까웠다. 하지만 봄기운은 이미 오동도 숲과 그 앞바다에 머물고 있었다.




여수항에서 바라본 봄기운이 서린 오동도와 여수내항의 전경












여수 돌산도 최남단 성두마을에서 바라본 동백꽃 피는 섬마을 전경



돌산도 금봉마을인근









강진솔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lafent@lafent.com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