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명사특강]서원우 박사의 나무와 문학[제15회]
시시(詩詩)한 나무이야기 ⑮27. 탐라(耽羅)의 봄
한반도의 봄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탐라에서 오롯이 피어나 아련한 전설과 비바리의 사연을 남풍에 싣고 바다 건너 산을 넘어 북으로 올라오고 있는 봄의 여신이다. 삼라만상이 즐겁게 자라나기에 탐라로 불렸는지(?), 삼국시대부터 고려와 조선 초기까지 오랫동안 불렸던 제주의 옛 지명은 탐모라국(耽毛羅國), 섭라(涉羅), 담라(儋羅), 탁라(乇羅) 등이었지만 한라산의 옛 명칭인 영주산(瀛洲山)에서 정갈하고 아리따운 봄의 여신이 올라오고 있다.
신의 영지와도 같은 한라산은 지질연대로 보아 신생대 제4기의 매우 젊은 화산암류로 형성된 현무암의 휴화산이지만 예로부터 부악(釜岳), 원산(圓山), 진산(鎭山), 선산(仙山), 두무악(頭無岳), 영주산(瀛洲山), 부라산(浮羅山), 혈망봉(穴望峰), 여장군(女將軍) 등의 많은 이름으로 불렸다. 그 중 한라산은 금강산(봉래산), 지리산(방장산)과 함께 삼신산(三神山)으로 불린 영주산(瀛洲山)이기도 했으며, 또 선산(仙山), 혈망봉(穴望峰), 여장군(女將軍)의 명칭으로 그윽한 전설과 민간신앙의 성소로 현재까지 전해져 그 신비성을 더욱 감지 할 수 있다.
지고(至高)의 주봉인 영주산은 여신의 옷자락처럼 기생화산(寄生火山)으로 ‘흙 붉은오름’, ‘사라오름’, ‘성널오름’, ‘어승생 오름’ 등 368개의 측화산(側火山)을 시녀처럼 거느리고 있어 탐라는 ‘오름’이 기승전결(起承轉結)을 이루고 있는 운율의 율동미를 이루는 지형이라 할 수 있다.
이중 특히 ‘곶자왈’은 화산분출시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갈라지면서 요철(凹凸)의 암석지대로 형성된 제주도만의 독특한 지형에 나무와 덩굴식물과 암괴가 뒤엉킨 쓸모없는 지형이었으나 오늘날에는 환경생태계에서 태고의 신비를 푸는 세계의 지질공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오름’은 탐라인의 모태이고 생활이자 돌아갈 고향이며 ‘곶자왈’은 모든 생명체를 가꾸는 원천이라면, ‘올레길’은 집에서 마을길로 그리고 바닷가로 이어지는 제주인의 구심점인 동시에 원심의 동선으로 마치 여인의 옷깃에 수놓은 덩굴무늬처럼 바다와 대화하며 걷는 ‘생각하는 길’ 그리고 ‘발견하는 길’로 오늘날 걷기문화의 전형이라 할 수 있겠다. 지난날 바람거세고, 돌 많고, 여인이 많다는 삼다도의 봄은 이제 ‘오름’과 ‘곶자왈’에서 피어나기에 이는 장차 삼려(三麗)와 삼보(三寶)의 3관왕으로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자연유산’과 스위스 원더스 재단이 선정한 ‘세계7대자연경관’으로 꽃피고 있다.
ⓒ제주대 대학원 강대현
ⓒ제주대 대학원 강대현
-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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