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Martha Schwartz
“조경가가 만드는 도시가 사람들의 삶의 질 결정한다”
한국을 방문하게 된 계기?
한국에 여러 번 방문한 경험은 있다. 사실 현재 한국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때문에 방문하기도 했고 이번 특강을 위해 방문한 것도 사실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는 용산업무개발지구와 여의도 파크원(Parc 1)이 있다.
몇 해전부터 MAP(Martha Schwartz Partners)는 서울 용산에 있는 용산업무개발지구의 프로젝트를 다니엘 리벤스킨트와 공동 작업을 해오고 있으며, 또 하나 파크원(Parc 1)의 경우 리차드 로저스와 함께 진행 중에 있다. 파크원(Parc 1)은 대규모 복합용도 개발사업으로 오피스 타워, 쇼핑몰, 국제비즈니스호텔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뉴욕, 시카고 등에 본사를 두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MAP(Martha Schwartz Partners)는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다. 대부분의 업무는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중국, 일본 등지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에 있다.
현재 용산공원에 관한 대형 프로젝트가 공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용산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좋은 작품이 구현되었으면 한다.
최근 출간한 ‘RECYCLING SPACES Curating Urban Evolution’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이 책은 지난 5~6년간 MAP의 프로젝트 중 도시재생차원으로 수행되었던 작품들이 담겨있다.
공원이나 오픈스페이스를 조성하는 조경은 보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누구나 환경‧조경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
조경은 도시의 경제적 촉진, 부동산 가치의 상승, 건강한 공간 제공, 시민 건강 증진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대중교통 시스템과 연계하여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생활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경제적 이질감이 있는 시민층끼리도 공원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다. 이런 장점들이 도시의 가치를 훨씬 높게 평가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이것이 바로 ‘Softer’ 측면의 조경이다.
결국 조경가는 도시의 질을 향상시키고, 잘 만들어진 공공공간은 사람들을 도시로 불러온다. 이는 도시를 오히려 지속가능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조경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사람들의 문화가 어떤 것인지, 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신중하게 고려하고 디자인에 적용시켜야 한다.
결론적으로 조경가가 도시조경을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을 책 속에 담아냈다.
과거 영국BBC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옥상조경(Green Roof) 사업 등에서 조경가의 참여 소외를 언급한 적이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조경가의 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사업에 있어서는 사실이고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의 생활을 건물에서 하고 많은 자원이 건물을 짓기 위해 쓰여지고 있다. 거액의 자본이 투입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경제적 성장을 가져왔고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줬다. 건축술도 기계 및 기술의 발전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조경은 다르다. 기술에 의해 움직이는 산업분야가 아니다. 도시 속의 개체들과 얼마나 체계를 맞추고 연계되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오히려 수동적이라고도 할 수가 있다.
그린빌딩, 그린테크놀로지의 지속가능성은 기술에 근간을 하고 있지만 조경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연계지어 지속가능성을 찾기는 어려운 부분이 상당히 많다. 그러한 부분에서 조경은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조경을 건물이나 도시를 장식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회적 위상 부분에 있어 조경가가 보다 그들보다 낮다고 인식되는 경우도 종종 겪게되는 일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조경은 그보다 훨씬 큰 가치를 포용하고 있다. 전략을 세워 도시 전체를 계획하고 리드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고품격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 전체의 이익적 측면에서 조경 공간이 만들어내는 도시의 경제적 가치는 도심지에 위치한 건물이 가져오는 이익과 비교할 수가 없을만큼 크다.
과거 소규모 프로젝트에서부터 최근 광역 스케일의 프로젝트까지 작품의 범위가 넓어졌다. 관심 분야가 달라진 것인지 궁금하다.
언제나 세상은 변하고 나도 변했다. 그러나 여전히 소규모의 작품들도 하고 있고 큰 규모의 프로젝트도 하고 있다.
작품을 할 때 항상 내 작품은 좀 더 특별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대상지에 갈 때 마다 그곳에 관계된 건물, 그 땅,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무엇과 연관지어 생각하려 한다.
또 사용자의 목소리를 디자인 과정에 담아내려는 노력도 한다. 갑자기 ‘툭’하고 튀어나오는 아이디어를 삽입하기 위해 유연하게 디자인 과정을 짜는 편이다.
30년 전에는 조경을 한다는 것이 상당히 지루했다. 70년대 후반 80년대 초 즈음이다. 주로 실무에는 남성들이 대부분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었고 심각한 논쟁만이 오고갔다.
때문에 당시 베이글 가든의 탄생은 상당한 논란거리가 되었다. 사실 베이글은 완벽한 조경소재이다. 저렴하고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상당히 다다(DADA)적인 요소가 짙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경을 하는 데 있어 어떤 정확한 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조경은 그 무엇도 될 수 있다. 이런 혁명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작품을 살펴보면 기하학적 패턴의 요소들을 살펴볼 수가 있다. 어떤 작품의 경우 ‘재미’의 요소가 묻어나기도 하는데 그런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오는가?
기하학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다.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았고 각기 다른 문화의 무늬나 심볼들도 좋아한다.
그리고 난 항상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있으며, 대부분의 대중문화를 즐기고 있다. 이런 대중성은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만들고 아직도 가슴을 뛰게 만든다.
또한 바라보는 모든 것들에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다. 어떻게 본다면 다양한 문화와 요소들이 산재한 대중에게서 그러한 아이디어가 나온다고도 할 수 있겠다.
베이글 가든의 탄생도 이러한 성격에서 나왔다고도 볼 수 있다. 아이디어는 더 자유스러워야 하고 유연해야 한다. 그것이 디자이너이다.
곧, 한국에서는 4.11총선이 치러진다. 조경산업의 제도적 반영을 위한 조언 한마디.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다.(웃음) 진심으로 수백억이 있다면 정치가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는 지도자의 역량문제라고 생각한다.
지자체의 장들이 녹지나 조경에 관심을 가진다면 그 도시는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각 지역의 리더가 얼마나 조경에 관심을 가지고 깨어있느냐가 중대한 사안이 될 것이다.
브라질의 꾸리찌바는 그 도시의 시장이 펼친 조경정책으로 인해 가장 지속가능한 도시로도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점은 많은 조경사업이 시장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도시를 편안하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고 결국 만들어냈다.
이런 사례를 보았을 때에도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언급하게 된다. 조경가 또한 무엇이 필요하고 왜 중요한지 리더에게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으로서 조경가로 성공하기까지.
하버드 내 수업에서 보면 50% 이상의 학생이 여성이다. 그러나 10년 후 조경실무를 보면 여성 조경가는 현저히 적다. 여성 CEO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이 안타깝다.
난 하버드 조경학과의 첫 번째 여성 교수이다. 끝까지 조경가로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의 세상은 여전히 남자들의 공간이기 때문에 더욱 독해질 필요가 있다.
또 가정과 일 사이에서 일을 포기하는 여자들이 많다. 나도 가족이 있지만 가정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포기하지 말고 열정을 가졌으면 좋겠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조경학도들에게.
조경은 도시, 환경, 정책, 디자인 등 다 분야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모두 중요한 교육으로 앞으로는 보다 제너럴리스트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모두 책임지고 이끌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와 정말 창의적인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생각을 그대로 자기화하기 보다는 비평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통해 자신 만의 디자인 영역을 일구어 내야 한다.
조경은 이제 세계적인 전문분야가 되었다. 세계 곳곳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조경이 담당하고 있는 일들로 인해 세상이 변하고 있다.
보다 넓은 시각을 위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고 여행을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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