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생태계 서비스] 생태계서비스 증진을 위한 조경의 역할
전진형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과 교수라펜트l전진형 교수l기사입력2020-01-16
자연과 인간의 공존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는 현재, 공간을 다루는 조경가에게 생태계서비스 증진은 필수적인 도전이 되었다. 생태계서비스란 생태계로부터 인간이 받는 재화와 서비스 등의 혜택으로, 하나의 공간에서 창출되는 공급서비스, 조절서비스, 지원서비스, 문화서비스를 총칭한다. 전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에 대한 중요성이 확산됨에 따라, 생태계서비스 증진은 도시 내 소규모 녹지공간에서부터 국가차원의 자연자원, 전지구적 차원에 걸친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를 넘나들며 공간 계획 및 관리에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생태계서비스는 Daily(1997)의 ‘자연의 서비스’와 Costanza(1997)의 ‘전 세계 생태계서비스와 자연자본의 가치’ 에 의해 초기 개념이 정립되었다. 생태계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계기는 UNEP(2005)의 새천년생태계평가 보고서(Millennium Ecosystem Assessment: MEA) 가 발표된 후 부터이다. 1360명의 연구자가 참여한 MEA보고서에는 생태계서비스 4가지 범주유형과 평가지표 분류체계가 수록되어 있다. 이를 근간으로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자국 내 실정에 맞는 생태계서비스 개념 정립 및 평가 체계 구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생태계서비스의 기초연구 단계를 넘어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 자연환경보전 기본계획, 국가환경종합계획, 지속가능 발전 기본계획 등 환경 정책에 생태계서비스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2018년 3월부터 국토·환경계획 통합관리가 시행되면서 환경정책뿐만 아니라 국토정책에서도 국토개발과 환경보전간 균형 및 조화를 위한 지속가능한 국토 이용 및 관리계획에 생태계서비스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이런 정책적 흐름과 발맞춰서 국가 및 지자체 연구기관은 다양한 생태계서비스 정책 활용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실례로, 국립생태원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환경정책 이행을 위한 생태계서비스] 교육 교제를 발간하는 등 국내의 생태계서비스 지식 및 데이터 기술지원단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서울연구원은 서울시 전체 생태자산 가치평가 및 생태계서비스에 대한 시민 인식 조사를 실시하였으며, 특히 서울 시민들은 생태계서비스 4가지 유형 중 대기오염 정화 및 기온 저감의 조절서비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 경우 산림이 분포한 서울 외곽과 도시 내 공원녹지, 조경수목 식재지 등 녹지율이 높은 지역의 생태계서비스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고, 서울시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활용하여 서울의 생태계서비스 증진을 위한 쾌적한 도시환경 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실제 공간 계획에서 생태계서비스는 어떻게 적용되어야 할까? 생태계서비스를 고려하여 공간 계획을 수행한 많은 연구들은 생태계서비스 4가지 범주(공급, 조절, 지원, 문화)간의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관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트레이드 오프 관계란 한쪽을 추구하면 다른 쪽을 포기해야 하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면, 도시 내 생태공간을 조성할 때 문화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과도한 이용 시설을 설치할 경우, 온전한 생태계가 제공할 수 있는 공급, 조절, 지원 서비스가 감소하거나 느리게 나타나는 현상이다(그림 1). 생태계서비스는 4가지 범주가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총 가치가 최대한으로 발휘될 수 있기 때문에 생태계서비스를 공간계획 및 관리에 효과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트레이드오프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생태계서비스 트레이드오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공간 계획단계에서부터 토지이용 변경이나 자연자원의 이용은 항상 생태적 기능을 변화시킴을 인식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환경요인에 의해 생태계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에 대비할 수 있는 공간 관리방식을 강구해야 한다.
생태계서비스의 4가지 범주(좌)와 트레이드 오프 모식도(우)
이와 같은 공간계획 및 관리 고려사항은 생태계서비스 창출 공간에 직접적 개입이 가능한 조경을 비롯한 환경, 건축, 토목, 도시 등 관련 분야의 정책실행자, 연구자, 계획자, 시공자, 관리자들에 의해 실행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에 열리는 국내외 생태계서비스 관련 학회들은 다양한 분야의 실무자들이 모여 생태계서비스 증진을 위한 실천적 방안을 논의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는 Ecosystem Service Partnership(ESP) 컨퍼런스는 연구주제별(평가지표, 지도화, 모델링), 생물군계별(산림, 초원, 습지 등), 업계별(관광업, 농업, 임업, 어업 등) 워킹그룹을 운영함으로써 연구자, 실무자, 사용자 모두의 의견을 종합하고 일반에게 공유할 예정이다. 또한, 국내 학계에서도 고려대학교 오정에코리질리언스연구원(OJeong Eco-Resilience Institute: OJERI)은 지속가능한 자연환경과 도시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조경을 비롯한 환경계획-생태계서비스-회복력(Resilience)의 개념을 연계함으로써 국내와 아시아권뿐 아니라 전세계의 관련 학자 및 실무자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연구수행에 앞장서고 있다. 참고로 회복력은 인간과 자연이 하나의 사회생태시스템으로 지속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실천 방안을 논하는 개념으로, 회복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원칙(다양성, 연결성, 중복성, 거버넌스 등)은 생태계서비스 증진을 위한 수단으로써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생태계서비스 증진을 목표로 계획되는 공간은 생태계서비스의 트레이드오프 관계와 회복력의 주요 개념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조경연구자들은 다향한 형태의 공간에서 나타나는 생태계서비스 트레이드오프 관계를 증명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탐구하여 정원, 공원에서 부터 도시 및 지역을 넘어 국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케일에서 사회생태시스템의 회복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생태계서비스 증진은 공간을 다루는 조경가가 분석-계획-설계-시공-관리-평가 등 전과정에 걸쳐 제 역할을 할 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생태계서비스 증진을 위해서 조경계획, 설계자는 연구결과를 실제 공간에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하며, 조경관리자는 초반에 설정된 생태계서비스 창출 목표를 상기하며 트레이드오프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때 지속가능한 공간을 만드는 조경의 역할이 빛을 발할 것이다.
- 글 _ 전진형 교수 ·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과
-
다른기사 보기
jchon@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