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자격증을 버려야 더 멀리 보인다
양영호 ㈜선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19세기부터 20세기까지를 산업화 사회라 하고 21세기를 정보화 사회라고 한다.
18세기 중엽부터 영국에서 촉발된 산업혁명은 2세기에 걸쳐 소위 선진국을 중심으로 산업화의 꽃을 피웠다. 산업화의 꽃은 대량생산이다. 대량생산은 동시화, 표준화, 전문화가 필수적으로 수반되며, 그 토양은 전문기술이다.
이렇게 전문기술 하나가 경쟁력인 산업화시대는 20세기 말부터 IT산업을 중심으로 한 정보화 사회로 접어든다. 정보와 지식이 경쟁력인 정보화시대는 전문기술보다 창의성, 다양성, 속도가 경쟁의 키워드가 된다. 그 바탕에는 소통이 필수다.
산업화가 주축이었던 20세기는 전문기술 하나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지만, 정보화사회인 21세기는 정치, 경제, 문화, 금융 등 모든 분야의 정보와 기술을 활발히 접목시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통섭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칸막이가 없어져야 하며 서로가 소통돼야 한다.
우리 건설기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건축물을 완성하는데 있어서도 건축, 토목, 기계, 전기 등 공종간의 통합을 넘어 사업계획수립,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과정간 통합은 물론이고, 공사비, 공기, 품질 등 가치간 연계까지 폭넓은 지식과 기술의 통섭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기술분야간의 통섭만으로도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친환경, 저탄소, 신재생에너지, BIM 등 새로운 첨단기술의 도입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금조달, PF 등 금융문제까지 고객에게 답을 주어야 한다.
이러한 분야간 융복합이 용역형태로 발주되는 시스템이 곧 건설사업관리(CM)요, 공사로 입찰과정을 거치는 것이 설계ㆍ시공 일괄입찰제도다. 공공건설 프로젝트의 발주단위가 갈수록 대형화 되고 CM과 턴키제도가 확대 보급되는 추세는 이제 통섭의 패러다임에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돼버렸다.
21세기는 정보화사회이면서, 지식기반사회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자격증이란 의미는 분야별 전문지식의 적정기준만 충족하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소수에게 주어지는 특권이 아니라 운전면허증 같이 보편화된 기술자가 갖추어야 할 일종의 주민등록증이다. 기술사 자격증을 마치 만사형통의 면죄부인양 인식하고 만족해서는 이 소통의 시대에서 결코 발전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기술자격증이 소용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식이 기반이 되는 정보화 사회에서는 가장먼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스펙인 것은 틀림이 없다. 다만 취득당시의 자격기준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기술과 정보에 맞추어 스스로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발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격증을 신기술과 신공법으로 업그레이드 시켜놓고 그 자격이 건축/토목 분야라면 거기에 기계/전기/소방 등 주변기술로 무장해야 온전한 자격증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 우리 건설기술자의 생존전략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먼저 자격증을 버려야 한다. 자격증부터 버려야 답이 나온다. 빨리 버릴수록 새로운 세계가 보이기 때문이다. 버림은 비움이다. 비운 자리라야 다른분야의 정보가 들어 올수 있으며 새로운 인식의 공간이 생겨난다.
자격증을 버리고 비워두어야 다른 지식과 정보를 섭취할 공간이 풍부해지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말하는 ‘Think different’의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21세기는 통섭한 지식을 주객체간에 소통하는 시대라고 했다. 새롭게 만들어진 인식의 공간에 업그레이드한 전문기술은 물론 경제, 문화, 역사, 환경, 금융 등의 지식과 정보까지 고객에게 정확히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어야 비로소 21세기형 통섭형 기술자로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소통의 수단은 글과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술자들은 인문계 출신에 비하여 글쓰기와 발표력이 부족하다. 글쓰기와 발표는 자기소관이 아니라고 처음부터 치부해 버린다. 전문기술하나가 경쟁력인 산업화 시대의 인식코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공계 중에서도 데스크보다 필드(현장)기술에 익숙한 건설기술자의 의사소통능력이 더 부족한 것은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우리 건설기술인들에게 있어 설계, 감리, CM 등 용역업무와 제작, 시공 등 현장업무라는 것은 처음부터 글쓰기(설계설명서, 기술제안서)와 발표(PPT, 자기소개)로 시작해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조정과 협의의 과정을 거쳐 구조물을 준공하면, 다시 글쓰기(준공보고서, 건설백서 등)와 보고로 마무리하는, —프로젝트의 라이프 사이클 전부가 소통과정의 연속인 것이다.
따라서 시대가 요구하는 오늘의 기술자는 전문기술과 자격증에 안주하지 않고 통섭형 기술자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리고 통섭한 지식을 고객과 소통하기 위한 글쓰기와 발표력을 가장 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이것이 고객이 요구하는 팔방미인으로 가는 길이다.
출처_한국건설신문(www.conslove.co.kr)
- 편집국 · 한국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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