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Frederick R. Steiner 교수

생태계획 대가가 전하는 메세지
라펜트l강진솔 기자l기사입력2012-04-18

한양조경 30주년을 맞아 세계적 조경계획가 Frederick R. Steiner 교수(이하 스타이너 교수)가 내한했다. 한양조경 3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스타이너 교수이지만 지난 10일 특강을 통해 조경분야의 실무진과 학생들에게지구환경을 위한 생태학적 설계를 주제로 21세기 조경분야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라펜트는 지난 4 9 김진오 박사(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와 함께 이안 맥하그의 후계자이자 생태조경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스타이너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Frederick R. Steiner


한국에 방문한 소감이 궁금하다

12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보다역동적이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와 비교했을 때 경관이 많이 달라진 것도 인상적이다. 서울은 인구가 많은 도시이지만 산, 강 등의 자연적인 요소가 도시 곳곳에 살아있는 것 같다.

 

신시내티 대학에서 디자인과 도시계획을, 펜실베니아 대학원에서 조경과 도시계획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공선택에 동기가 있었는지?

평소 그림을 좋아했던 나에게 신시내티대학교의 그래픽디자인 과정과 산학협력 프로그램은 매력적이었다. 이 과정 중에는 실무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는데 당시 실무에서 일할 때 신도시계획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후 도시계획 전공과목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 대학원 이안 맥하그의 ‘Design with Nature’를 접할 수 있었고 그 영향을 받아 맥하그가 있던 펜실베니아 대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나는생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디자인과 정책에 대하여 통합적 접근을 추구해야 한다는 맥하그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생태학’은 인간을 포함한 유기체가 어떻게 먹이사슬에 적응하고, 인간과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에 대해 고민하는 학문이다. 또한생태학은 지속적인 배움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런 생태학을 기반으로한 도시계획은 적어도 인간이 특정한 장소를 이용하는데에 있어 위험한 요소를 찾는다거나 자연에 공급하는 생태시스템의 서비스를 최대화하도록 도와주는데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도시 내의 자연, 도시, 인간 등의 생태시스템은 모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이 총체적으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생태적 계획에 있어 시민참여의 유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시는데?

거주자를 도시계획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도시계획가는 학술적 지식으로 대상지를 대하고, 계획하고, 디자인한다. 반면, 그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대상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그 누구보다 높을 수 밖에 없다. 지역에 대한 이해는 지도분석이나 단순한 통계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상지의 경관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은 계획이나 디자인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시민들의 참여유도는 보다 생태적이고 살기좋은 공간 계획과 디자인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시민참여 유도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비협조적일 가능성이 있고, 단기적으로 볼때 비용이 많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고려한다면 오히려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므로 계획이나 디자인 과정에서 이들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계획가, 도시계획가, 조경가, 건축가, 심리학자, 사회학자 등 다학제적인 공동연구가 생태적 계획에 바탕이 되어야 한다.

 

얼마전 이탈리아 도시설계가이자 대학교수 Danilo Palazzo와 함께 『Urban Ecological Design』이란 책을 함께 저술하여 출간했다. 미국과 이탈리아의 도시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책으로 두 나라에서 시민들이 도시계획에 참여하게 되는 경험과 사례를 소개했는데 이런 사례들을 통해서 시민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ASLA Award의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고 현재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전세계에서 접수된 다양한 조경 관련 프로젝트들을 심사하면서 느낀 조경의 전반적인 흐름이나 경향에 대해 알고 싶다.

미국조경가 중심으로 활동하던 ASLA가 최근 국제적인 참여를 독려해오고 있다. 그 이후 점차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보여왔고 최근 ASLA AWARDS Professional에 약 600여개의 작품이 접수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한국, 중국, 네덜란드의 작품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도시설계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특히 서울, 베이징 등 대도시 공간에서 생태적 이해가 반영된 리뉴얼이나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상당히 많았던 것이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었다.

 

또 하나, 디자인 표현 기법이 세련되게 변해 눈에 띄는 작품이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디자인도 좋아졌을뿐만 아니라 생태적 이해를 바탕으로 도시생태계와 연결하려는 기법이나 노력을 보인 작품들이 많았다. 하천정비에 있어서도 과거 토목분야에서 주로 다루던 방식이 아니라 도시 인프라스트럭처로 함께 연결시켜 풀어나간 해석들이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한 듯 했다.

 

최근 보다 지속가능한 영역에서 활동하고자 외부 디자인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SITES(Sustainable Sites Initiative) ASLA, U.S. Botanic Garden, 텍사스 대학(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Lady Bird Johnson Wildflower Center와 함께 수립하고 계획, 디자인, 구조, 유지의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유도하기 위한 녹색조경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Green Building Council의 친환경건축물 인증제인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건축물이 아닌 외부 공간 디자인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고자 구축한 시스템이다.

 

올해에는 ‘Novus 국제회사 공원', 텍사스 대학교의 ‘The Green at College Park’, Shelby Farms Park에 설계된 ‘Woodland Discovery Playground’가 올해 베스트 3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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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학제간의 통섭이 요구되고 있다. 도시계획과 조경분야에 있어서도 그것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를 위한 디자이너의 역할이 있다면?

사실 미국 내에서도 도시계획분야와 디자인분야는 아직 거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도시계획의 경우 정책을 주로 다루는 정책가에 가깝다면, 조경가나 도시디자이너 그리고 건축가는 디자이너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계획가들이 정책적 요소에 집중하다 보니 공간을 디자인하는 역할이 줄어들어 버렸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계획은 정책에만, 조경가나 도시디자이너는 디자인 분야에만 집중하는 현상이 초래되었다. 결국은 두 분야간 소통의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과거 조경이 태동한 이후 조경가가 도시를 만드는 데에 있어 큰 역할을 해왔다. 특히 19세기말 조경이 주도 했던 공원이라는 개념은 대중을 대상으로 한 계획에 가까운 것이었다.

옴스테드나 이안 맥하그 또한 공공성을 중시한 디자인을 추구해왔는데 옴스테드의 경우 공공의 목적으로, 이안 맥하그의 경우 자연재해와 생태적 시스템에 적응이 가능한 디자인으로 보다 계획 중심의 접근이었다.

 

공공시설에 대한 계획과 디자인 모두 대중을 위한 시설이며, 사실 계획분야에서도 공공시설의 도입은 굉장히 중요하다. 보다 대중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계획과 조경의 협조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어떤 한 분야에서 단독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학제간, 분야간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경에 입문하는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세계 70억 인구의 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다. 이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며, 앞으로 도시에 인구가 더 집중될 것이다. 20세기 초 도시 인구가 20억이었던 부분을 고려한다면 1세기 만에 거의 4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도시공간에 대한 이해, 도시민들의 건강문제, 도시 속 삶의 질, 도시 사람들이 어떻게 자연과 연계를 맺어가는지, 도시의 습성, 도시의 구조적 특징, 도시 속 행위의 특징 등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구환경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지구 내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40%는 건물에서 발생하고 교통수단도 온실가스의 20%를 배출하고 있다.

 

도시의 인프라가 친환경적이지 못하다 보니 조경가들은 친환경 빌딩이나 친환경적인 교통체계 등 도시 내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한다.

 

마지막으로, 도시복원을 함에 있어 도시의 역사성 회복은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다.

도심 재생 및 복원 사업에 있어서 도시의 역사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는 중대한 사항이다. 도시 고유의 특성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느냐에 따라 땅이 가지고 있는 생태적문화적 시스템을 원활하게 복구해낼 수 있다.

 

언제나 이 부분을 유념해서 학문에 정진하길 바란다.

 


파주출판도시 답사
 

통역_김진오 박사 | 사진_나창호 기자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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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ent@lafe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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