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잠수교 보행화 사업에 토목설계 업계 ‘부글 부글’
서울시가 진행하고 있는 ‘문화의 다리, 잠수교(디자인 설계 및 콘텐츠 기획) 설계공모’ 사업에 대해 토목설계 업계와 토목엔지니어들의 우려와 분노의 목소리가 비등하다.
잠수교 사업은 잠수교를 전면 보행화 하는 사업이다.
이에 대해서 토목 엔지니어들이 우려와 분노를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안전에 관한 것이다. 한강 상의 잠수교를 보행자화하는 과정에서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이번 공모 사업의 전초전 격인 ‘잠수교 전면 보행화 기획 디자인 공모’사업에서 선정된 안들이 하나같이 모두 교량과 이용자의 안전이 매우 취약해 보인다는 것이 업계와 전문가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서울시가 공모전을 하면서 건축공종으로 발주를 했기 때문이다. 건축사가 설계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공모에 참여한 건축사들이 마음대로 하천을 점용하고 교량에 시설물을 붙이고 매달고 한 것이다.
토목설계 업계의 ‘A’ 기술사는 “모양 내는 것도 좋지만 안전이 최우선이다. 현재 선정된 5개의 안은 대부분 물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기존 교량의 구조부재와 기초에 하중을 증가시키는 안들이다”면서 “엄연히 교량은 토목 전문가가 공학적으로 안전한지, 관련법에 맞는지를 검토해야 하는데 어떻게 건축 공종으로 발주가 되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토목설계 업계에는 이번 공모전 참가 건축사들이 안전검토를 해줄 토목 설계 업체를 찾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업체의 ‘C’ 기술사는 “수리검토,기존 교량 구조와 기초검토 등에 대한 견적요청을 받았는데 의뢰자 쪽에서 생각하고 있는 금액이 우리가 생각하는 금액의 30% 수준도 안되서 바로 거절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발주자인 서울시를 지적하고 있는 분위기다. 전임 시장 시절에도 한강대교에 보행자 공간을 만든다고 건축 공종으로 공모전을 해서 한 건축설계업체가 선정되었지만 제안한 교량이 시공이 불가능해서 토목설계 업체에서 완전히 새로 설계했던 전력이 있다.
업계의 ‘D’ 기술사는 “유명한 디자이너 자하 하디드가 유작으로 참여한 대만의 단지앙교도 설계책임자는 토목엔지니어다. 그래도 그것을 디자인한 사람은 자하 하디드로 기억한다”면서 “시설 설계는 해당 분야 전문 엔지니어 맡고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맡아서 하는 것이 안전하고 아름다운 시설을 만드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모는 4월 18일까지 참가 등록을 받고 4월 25일까지 작품을 접수를 받아 4월 26일, 5월 7일에 각각 1차, 2차 기술 검토를 실시한 후 5월 8일 작품심사를 해서 당선작을 선정할 예정이다. 당선작 발표는 5월 10일에 있을 예정이다.
- 글 _ 정진경 기사 · 기술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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