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 건설기술자 등급 인정 및 교육.훈련 등에 관한 기준 시행 등으로 예견되던 최악의 상황이 우연처럼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당시 조경업계는 대세적 흐름이 업역침해에서 끝나지 않고, 조경학문분야로도 빠르게 잠식해 갈 것이라며, 조경학계의 근본적 대책수립에 중지를 모은바 있다.
한국연구재단 세부학문(평가)분야와 한국표준교육분류 영역에서 조경학문분류가 산산조각난 채로 산림에 통합, 원예에 종속돼 큰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연구재단은 국내 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관으로 학술논문 및 연구, 활동 등 전 학문분야를 포괄하여 관리하고 있다는 점, 통계청은 국내 통계업무를 관장하며, 정부 기관의 통일된 분류기준을 제공하는 중앙행정기관이라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한국연구재단, “조경은 산림과 같은 분야”
지난 2월 15일 한국연구재단 세부학문(평가)분야에서 조경이 산림과 통합된 채 공지됐다. 조경분야는 기존 △조경 식물/생태/복원, △조경계획, △조경관리학, △조경정보학, △조경 설계, △조경 시공/재료 6가지로 구분됐었으나, △산림/조경생물, △산림/조경경영, △산림/조경공학 3가지로 산림과 축소통합된 것이다.
이번 개편은 학문 분야별 발전 속도와 연구자 분포 등을 고려해 조정된 사항으로, 지난해 말부터 재단 내부 자문위원들과의 논의 끝에 도출된 결과이다.
재단측은 각 분야의 의견수렴은 없었으며, 조경과 산림분야의 통합 이유로 ‘타 학문분야와의 균형’ 및 ‘조경, 산림분야의 학문간 유사성’을 들었다.
재단 내 연구지원부서는 5개의 학문단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그중 생명과학단은 기초생명, 분자생명, 기반생명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조경은 기반생명분야의 농림생태환경분야(RB분야)로 구분되어 있다.
그간 재단에서는 기초생명 또는 분자생명분야의 RB분야(미생물, 생화학 등)는 주로 10개 이하의 세부학문분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기반생명 분야의 RB분야(농림생태환경)는 최대 35개 세부학문분야로 세분화되어, 수년간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고 한다. 따라서 “타 학문분야와의 균형 및 연구자의 편의를 위해 농림생태환경 분야의 35개 세부학문분야를 조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문 분야간 유사성을 기준으로 세부학문분야가 통합됐는데, 조경과 산림의 학문간 유사성이 있다고 판단한 근거는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도시림·생활림 부분과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의 통과 배경을 미루어 볼 때 조경과 산림이 통합됐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재단 관계자는 “세부RB분야는 의견수렴 없이 내부절차에 따라 개정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는 판단 시 상시 개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통계청 한국표준교육분류, 조경은 원예, 건축 및 도시설계에 종속된 분야
통계청에서 처음으로 개정한 한국표준교육분류 영역 역시 조경은 독자성을 갖지 못한 채 원예와 건축 및 도시설계로 분산되어 있다. 이번 영역분류는 국제표준교육영역분류가 수준분류(ISCED 2011)와 영역분류(ISCED-F 2013)로 분리 개정됨에 따라 별도 개정된 것이다.
특히 이번 한국표준교육분류 개정은 한국연구재단과 달리 의견수렴기간이 있었으나 동국대 조경학과를 제외하고는 대응하지 않은 것이 뒤늦게 알려져 조경학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통계청은 지난 6월 10일부터 24일까지 한국표준교육분류 영역 제정 조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해 관련 부처와 단체 및 기관, 관련학과에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조경학과는 26개교 정도 공문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대해 동국대 조경학과는 ‘중분류 081(농업)에 소분류 코드번호 0813(조경)을 추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조경은 학문특성상 원예 혹은 건설과는 상이하며 그들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기에 독립적인 학문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국대 조경학과는 의견수렴 기간 동안 공문을 제출한 곳으로는 유일하다.
이에 대해 통계청에서는 “한국표준교육분류는 국제표준교육분류(ISCED)를 기준으로 제정되어 있어, 그 기준을 가져와 그대로 적용한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조경이 식물과 공학적 측면이 있다 보니, 식물은 원예로, 공학은 건축과 건설에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표준교육분류 개정안은 오는 9월 말에 공시돼, 오는 2018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은 5년 주기로 갱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