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 리질리언스 강화를 위한 생태계 복원 전략 다시 보기

글_이원기 한국수자원공사 환경에너지본부 물환경계획처 차장
라펜트l이원기 차장l기사입력2024-05-21

 

 


기후 리질리언스 강화를 위한 생태계 복원 전략 다시 보기 

 

 

_이원기 한국수자원공사

환경에너지본부 물환경계획처 차장

 

 

 

전 세계적으로 ‘인류세(Anthropocene)’ 논의가 뜨겁다. 

 

46억년 지구의 역사는 지층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왔고, 지질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그 기록을 추적해서 인간이 지구에 자리잡기 전 지구에 이미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음을 밝혀냈다. 그리고 많은 생물학자와 생태학자들은 지금 지구상에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 말한다. 대멸종의 징후 외에도 인간의 활동이 지층에 남긴 흔적은 그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지질시대로 구분해야 하며, 그 이름을 인류세로 명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처럼 인류세란 인간의 과학적, 산업적, 경제적 활동이 지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고 있는 현상을 반영하기 위해 제안된 새 지질시대이다. 플라스틱, 이산화탄소, 방사능 물질, 콘크리트 등 인간이 만들어낸 물질로 인해 지구가 손상된 시대를 말한다.

 

인간의 활동과 지구 시스템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생태계를 비롯한 환경 관리 정책 수립 방향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용해야 한다. 한편 기후변화는 대규모 멸종과 함께 인류세의 대표 징후로 꼽힌다. 기후변화의 속도는 예측을 뛰어넘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기후재난의 발생 빈도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의 기후변화 대응 방향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 개발과 배출권 거래제 등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과 같은 완화(mitigation)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러나 IPCC의 6차 기후변화종합보고서(2023.4)에 따르면,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 개발과 배출권 거래제 등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으로 대표되는 완화적 대응을 위한 구조와 체계를 갖추고 실행하는 데 골몰해오는 동안 온실가스 농도와 지구의 평균기온의 상승폭은 더욱 가팔라졌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205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한다는 목표를 내건 파리기후협약의 국가별 이행계획을 모두 성공시킨다고 해도 기후지체(climate lag) 현상으로 인해 2100년에는 2.5 안팎의 평균기온 상승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의한 폭염, 폭설, 태풍, 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생물다양성, 건강, 생계, 식량, 안보 및 경제 성장에 대한 위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와 함께 산업·경제·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적극적인 대응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2050 탄소중립’을 국가 비전으로 각계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실질적 노력을 함께 하고 있다. 우리 한국수자원공사에서도 기후위기경영 선포(‘20.11)와 ESG 경영 선언(’21.3), 글로벌 RE100 가입(‘21.4), 2050 탄소중립 로드맵(’21.11)과 액션 플랜(’23.10)을 수립하였으며, 이를 통해 물관리 전 과정에서의 탄소저감과 물 에너지 확대, 그린수소 활성화 및 탄소흡수원 조성의 4대 전략과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하였다. 최근에는 제23회 물의날을 맞이하여 환경부, 삼성전자, 네이버 등과 함께 ‘기후변화 대응 및 물 위기 해소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민·관·공 협력 파트너쉽을 구축하였으며, 이를 통해 물 복원사업 협력과 기후변화 공동대응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기후비상사태에 대응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회복력(리질리언스, resilience)이 크게 주목 받고 있다. 물리학에서 탄성 작용을 나타내기 위한 용어로 처음 사용된 회복력 개념은 생태학자 홀링(Holling)에 의해 ‘변화나 교란을 흡수하는 생태계의 수용력’으로 정의되었다. 홀링의 생태적 회복력과 안정성 논의는 생태학뿐 아니라 심리학과 사회학, 정치학, 인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공학 등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교란 이후 본래의 평형 상태에서 벗어나 다른 수준의 평형 상태에서 기능을 유지하는 시스템의 능력을 의미하는 생태적 회복력과 사회·생태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생태회복력(social-ecological resilience) 개념이 등장하였다. 사회·생태회복력은 시스템의 학습 및 적응 역량을 통해 교란 혹은 충격을 흡수하고 시스템을 유지 및 발전시키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생태 회복력 개념은 최근에 등장한 여러 사회적, 환경적 이슈에 부응하여 재난 리질리언스, 도시 리질리언스, 해안 리질리언스, 기후 리질리언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기후 리질리언스는 홀링의 사회생태회복력 논의를 기후변화 대응에 적용시킨 것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기후재난 발생에 대한 불확실성의 증가로 인해 통제와 예방 대신 변화에 적응하고 손실과 손상을 돌보고 회복시키는 능력을 의미하는 회복력 개념에 주목하여 기후위기 대응 전략이 체계를 갖추고 있다.

 

늦었지만 우리도 기후 리질리언스에 초점을 두고 생태계 복원 전략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최근의 저서 《회복력 시대》에서 “기후변화가 도시와 교외 그리고 농촌 지역사회를 한 지붕 아래로 모으고 있다”고 말한다. 

 

기후변화 문제가 지구를 둘러싼 대기층 아래에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들의 서식지가 생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우리 모두의 집단 서식지라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로 인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그 영향에 대비하기 위한 처방으로, 생태학이 과학 분야에서 정치의 중심 무대로 도약했고 이로 인해 생태계 보전 담론이 더욱 힘을 얻어가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 

 

미국의 경우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 미국이 2030년까지 영토와 영해의 30퍼센트 보존을 목표로 채택할 것이라고 발표해 전국을 깜짝 놀라게 했다. 

 

현재까지 이 30X30 목표에 따라 미국 연안의 26퍼센트가 보호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지구상에 많은 생태계 보전 지역 관리와 생물권역의 재생에 대한 노력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나라의 생태계 보전 정책도 이 흐름에 다양한 방식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사)한국생태복원협회에서 주최한 제23회 자연환경대상 설계부문에서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한 한국수자원공사의 ‘댐 유역 생태계 복원사업’도 이러한 회복력에 기초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 이상고온, 가뭄 등으로 인해 탁수, 비점오염물질 유입, 댐 부유물 증가, 녹조 발생 등 물환경 관리여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전 국토의 1/4에 해당하는 댐 상류지역의 물환경 관리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댐 내 수질 영향이 큰 비점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댐 지역을 중심으로 수생태의 건강성을 확보하여 생태 네트워크를 개선하고 비점오염원을 정화하는 등 국가 수변 자원의 체계적 관리를 통해 국민의 생태복지를 증진하는 생태계 복원사업도 그중 하나이다. 

 

댐 저수구역이 포함되는 하천구역의 과도한 토지이용과 훼손은 강우시 침수로 인한 퇴적물 축적, 오염물질 유입, 생물 다양성 감소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댐 홍수조절용지는 평상시에는 비어있는 토지이나 집중호우 등으로 수위가 높아질 때 물을 저장하는 기능을 하는 곳으로 무단 경작, 농업폐기물 투기 시 오염원이 바로 댐 저수지로 유입되어 댐 수질 관리 및 수생태계 보전에 큰 영향을 끼치는 곳이다. 따라서 댐 홍수조절용지를 유역을 아우르는 생태계 복원지와 수변생태벨트로 조성하여 유역 생태계 네트워크의 완충지 역할을 하는 기능과 함께 생태적 여과대 기능을 수행하는 육상환경과 수환경의 전이지대로 회복해야 한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20년 대청댐 수변생태벨트와 ’23년 임하댐 생태계 복원을 시작으로 관련 사업이 본격 시행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개념정립과 정책반영, 제도개선 및 M/P수립 등을 통해 기반마련 및 실행체계 구축에 힘써왔다. 또한 그 과정에서 환경부, 해당 지역 지자체, 지역주민 등과 함께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모두가 공감하는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를 통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공간으로의 재탄생도 함께 도모하였다. 

 

제러미 리프킨은 “농촌 인구와 지역사회 그리고 교외와 도시의 인구가 주변 환경 및 자연계와 저마다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생태 지역 거버넌스의 공유를 위해 한마음을 확립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생태계보전지역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이용을 위해서는 그 지역의 시민사회와 지방정부 사이에서 중개자 구실을 하는 분산형 거버넌스만이 지역사회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데 집중하도록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계해서 생각해보면, 댐 상류지역은 인구 소멸 위험지역이 많아 물환경 개선과 더불어 지역주민의 일자리 모델 및 지속가능한 지역 상생 프로그램 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3년 대청댐 수변생태벨트 사업을 하면서 지역의 14개 공공기관, 지자체, 사회적기업, 학교, 지역기업 등이 환경보호를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지속가능한 관리체계를 마련하였으며, 지역의 어르신들과 지역에서 폐기되는 폐린넨을 환경정화 활동 물품으로 재생산하는 지역사회 일자리 사업을 같이 추진하였다. 또한 대청댐의 생태계 회복과 관련한 물환경 점자 동화책을 제작·발간하여 지역 내 160개 초등학교와 복지시설에 배포함으로서 환경의식 고취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지역친화 노력도 병행하였다. 

 

2018년 물관리일원화 이후 댐건설관리법 개정(’20년)에 따라 지난달 3월 29일 고시된 제1차 댐관리기본계획에는 댐 물환경 보전과 가치 증진에 관한 내용이 추진전략으로 수록되었다. 

 

생태계 복원을 통한 댐유역 생태계의 연속성 강화와 유역 통합형 수변생태벨트 조성, 주변지역 활성화 및 수변공간을 활용한 명소화 내용 등이 주요 내용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생태계 복원 및 지역상생에 대한 중요성이 매우 강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금강, 한강, 영산강·섬진강, 낙동강 전 수계에 걸쳐 댐 저수구역과 상류유역을 연계한 생태복원 및 생태벨트 조성사업을 점진적으로 확대 추진하고자 한다. 

 

자연을 통한 회복력 증진으로 물환경을 건강하게 지키고 유역의 생태계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또한 우리 모두 이러한 환경의 위협을 위기의 신호로 인식하고 실질적 전환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바라며, 나 역시 ‘공 하나에 다음은 없다’라는 김성근 야구감독의 절박한 마음으로 매일의 흐름속에서 베스트를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늘 관심과 애정으로 지켜봐 주시는 자연환경복원의 동반자 (사)한국생태복원협회에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를 드린다. 생태, 조경, 자연, 복원, 기후대응, 물환경 개선 등 미래의 건강한 지구환경을 만들기 위한 관련 산업들도 보다 좋은 여건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제1차 댐관리기본계획(2024~2033) 

 

 

대청댐 수변생태벨트 마스터플랜 Ⓒ수자원공사

 

 

대청댐 수변생태벨트 조성사례 Ⓒ이원기

 

 

​임하댐 생태계복원 조성사례 Ⓒ수자원공사

 

 

임하댐 생태계복원 조성사례 Ⓒ이원기

 

 

기후변화의 실존적 위협을 공포에서 적응으로 전환하는 것이 미래로 향하는 문이다. 동료 생명체들과의 공감 확장, 즉 생명애 연결성은 회복력 시대를 활성화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유일한 힘이다. ​이 모든 것이 다시 애착으로, 이 경우에는 ‘장소에 대한 애착’으로 귀결된다.  - 제러미 리프킨 -


_ 이원기 차장  ·  한국수자원공사
다른기사 보기
관련키워드l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