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여성리더, 박재숙 대표가 전하는 메시지

[CEO 인터뷰] 박재숙 반도환경개발 대표
라펜트l손미란l기사입력2010-04-30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양재동에는 원예전문백화점 ‘한그린’과 이탈리안 레스토랑 ‘한그린 파스타 비스트로’가 있었다. ‘한그린’은 빌딩안에 유럽에서 수입해 온 원예소품과 싱그러운 실내 식물들로 가득한 국내 최초의 원예전문 백화점이며, ‘한그린 파스타 비스트로’는 MBC 최우수 레스토랑에 뽑히기도 한 실내식물로 꾸며진 온실 분위기의 음식점으로 서울 도심의 색다른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더구나 반가운 소식은 ‘한그린’의 사장이 다름 아닌 30년간 조경분야에 몸담으며 반도환경개발을 이끄는 박재숙 대표였다.
박 대표는 지난 2004년 한국조경학회의 ‘자랑스러운 조경인상’, 2005년 한국인사조직학회의 ‘여성경영인상’을 수상하였고, 현재 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 고문으로서 여성리더 이자 여성조경가로 당당히 남성들과 어깨를 겨루고 있다.
조경문화를 창달하고자 설립된 <라펜트>와 조경·원예문화를 한국에 알리고 싶다는 박재숙 대표, 참으로 반가운 인연이 아닐 수 없다.
 

‘반도환경개발’의 창업기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원예학과에서 3학년 때 처음으로 ‘조원’을 배우면서 조경의 매력에 빠져 고려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주부로의 삶을 살다 1978년 2월 1일, 5명의 직원을 두고 창업했다. 남편의 지지와 친정어머니의 도움이 컸다. 학교에서 배운 그대로 해보고 싶어 설계와 시공을 같이 시작했다. 


▲ 전직원 필리핀 워크샵 (2009)

기업을 경영하면서 힘들었던 점과 극복 과정은?
일을 수주하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 현대건설, 한국전력공사 등 큰 회사를 찾아 일을 수주했다. 처음 3년은 교통사고로 몇 개월간 일을 중단하는 등 힘든 시련의 시기도 있었지만, 1980년 한국전력공사의 평택 화력발전소 조경설계·시공이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당시 공장조경관련요약자료를 만들어 브리핑하는 등의 노력으로 조경설계의 필요성을 알리기에 힘쓴 결과, 일을 수주하게 되었고 이를 시작으로 발전소 조경설계와 시공을 도맡아 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했다. 서해화력발전소를 시작으로 서해, 남해, 동해, 심지어 남제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발전소 조경 설계시공 실적이 자랑스럽게 기억된다. 당시 시설물 분야(포장, 분수대, 기념탑 등)는 건축, 토목, 조경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시절, 시설물을 설계·시공하여 시설물 분야까지 확대·개척했다. 현재 종합조경업, 종합건설업, 문화재보수 면허를 가진 반도환경개발(주)은 업무의 90% 이상, 입찰에 의해 정부,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일을 하며, 속도, 품질면에서 토목, 건축 등 타 분야에 떨어지지 않게 존중받으며 일하고 있다. 좋아하는 분야를 전공하고 직업으로 삼았으며, 평생동안 그 일을 사랑하면서 살고있는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국가비전 아래 자연 재순환을 외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난 2002년 조성된 ‘하늘공원’의 시공이 기억에 남는다. 난지도 쓰레기 산 위에 공원을 조성한 ‘하늘공원’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생태적으로 가치 있는 프로젝트로서, 여기에 참여한것이 자랑스럽다. 그동안 조경이 더 많은 자연환경을 개발하려는 인간위주의 도구로 이용되었다면, 이제는 나아가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훼손·파괴되고 있는 환경을 복원·보존하는데 앞장 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하늘공원


좋은 설계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시공을 먼저 배우고 그 다음에 설계를 하는 순환직을 권한다. 실생활과 조화를 이루는 편리하고 아름답고 생태적인 설계가 바탕이 되어야 좋은 시공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자연을 이해하며, 편의성·심미성·가격 등을 충족시키려는 겸손한 태도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조경사업 외에 ‘한그린 원예전문백화점’과 이탈리안 레스토랑 ‘한그린 파스타 비스트로’도 운영했는데,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조경·원예문화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시작하게 되었다. 한그린 원예전문백화점(1995년~2002년)은 유럽에서 수입한 원예·조경 관련제품들과 다양한 식물들을 판매, 교육하는  전문 백화점이며, 한그린 파스타 비스트로(2000년~2006년)는 과감하게 실내에 식물을 도입한 레스토랑이다. 조경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정신건강, 공기정화 등 실내식물이 주는 이점과 원예·조경 활동이 어떤 취미 생활보다 값진 생활문화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사업으로서 성공 시키지 못하고 마치게 되어 아쉽지만, 최초의 원예 전문백화점,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며 앞으로도 꿈꾸고 도전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 한그린 전경

여성리더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사항은?
현재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 한국조경학회, 한국 식물·인간·환경학회 등 단체활동을 하고 있다. 단체활동을 통해 학계, 업계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움과 동시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난 30년간 조경분야에 몸담으며 좋은 사람들 덕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여성조경인들에게 단체활동을 권하고 싶다.


▲ 자랑스러운 조경인상 수상 (2004), 여성경영인상 (2005)


향후 계획은?
사회에서는 선후배 관계가 긴밀하게 성립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경분야는 여성 선후배가 적어 외로웠다. 리더는 혼자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유대관계 가운데 끌어주며, 밀어줄 때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단체 내에 여성임원을 선임해 여성파워를 형성하고 이들과 함께 여성 후배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싶다. 기업적으로 특허와 신기술 개발을 계속해 훌륭한 회사로 발전시키고 싶고, 개인적으로는 지식을 보충하기 위해 2005년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해 자연환경관리기술사를 취득하는 등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또한 ‘조경·원예문화’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일반인들에게도 알릴 수 있는 책을 집필할 계획이다.




▲ 박재숙 대표 내외 - 이승률 부총장(중국 연변과학기술대학)


잦은 야근과 과다한 업무량은 많은 조경가들이 맞닥뜨려야 할 큰 과제다. 이러한 현실 가운데 여성조경가들은 결혼과 동시에 일과 가정 사이에 고민하다 대다수는 일을 포기해버린다. 박 대표는 선배 여성조경가로서 조언과 당부 메세지를 부탁한다는 기자의 질문에 “유능한 조경인, 집에만 있지 마라.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어렵다고 둘 중 하나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며, 여성 스스로 한계를 긋는 편견에서 벗어나길 권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들보다  더 많은 보이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성특유의 부드러움과 끈기로 묵묵히 열심히 일하다 보면 어느덧 좋은 인상으로 자리매김 하게되며, 신뢰도가 높아진다”며 여성만이 가지는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고 전한 박 대표의 희망 메세지가 여성조경가들에게 조금은 힘이 되지 않았을까?

손미란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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