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 곳곳에서 ‘힐링(Healing)'이라는 단어가 넘쳐나고 있다. 방송매체의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광고, 일상생활에서도 힐링을 말하고 있다. 야근, 지나친 경쟁구조, 인터넷 중독 등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은 치유 받고 안정된 마음을 가지려는 본능처럼 ’힐링‘과 ’자연‘을 찾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까지만 해도 60만 명에 불과했던 국내 캠핑 인구는 지난해(2013년)기준 200만 명에 육박했으며, 올해는 300만 명을 내다볼 정도로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대구수목원은 산림청 수목원 특성화 사업으로,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수목원 안에 전통정원을 조성했다. 전통정원은 지난 9월 5일부터 시민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대구수목원 자리는 생활쓰레기 매립장이었으나 지하철 공사과정에서 나온 흙을 7m가량 덮어 2002년 5월 수목원으로 조성되었고, 환경부의 자연생태복원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에 조성된 대구수목원 내 전통정원은 전통공간에 대한 시민의식 변화와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공간에 대한 수요 증가에 따라 평소 코스모스와 억새 군락지가 있던 생태천이원을 2013년과 2014년 총 2단계에 나눠 전통정원을 조성했다. 대구수목원 전통정원은 11월 17일 ‘제20회 대구시 조경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전통정원의 총면적은 6,130㎡로써 8억5천만 원의 금액이 사용되었다. 1단계에 전통정원, 방지원도(方池圓島), 화계(花階), 전통담장 등의 시설공사와 수목 2종 50그루 및 초본류 4종 48포기를 식재하였고, 2단계에 곡수거(曲水渠), 가산(假山), 전통담장, 화계(花階), 협문, 수목표찰 3,089EA 등의 시설공사와 소나무 등 15종 43그루의 교목식재, 둥근 소나무 등 19종 355그루의 관목식재가 이루어졌다. 설계는 코리아랜드스케이프연구소(1,2단계)에서 맡았고, 시공은 협성종합건설주식회사(1단계)와 에스알건설(2단계)에서 맡았다. 전통정원 진입로 서편과 경계부 펜스 안쪽에 군락을 지어 심은 동백나무 170여 그루는 기증받은 것으로 전통정원과 자연풍경의 경계를 느낄 수 없도록 조성되었다.

흙길을 따라 걷다보면 보물 제350호로 지정되어 있는 달성군 구지면의 도동서원 담장을 모방한 전통담장은 소박하면서 아늑한 공간을 느끼게 한다. 좁은 문을 통해 들어가는 협문은 공간과 공간을 유기적으로 이어주고, 세속을 벗어나 산속 깊숙한 곳에 따로 집을 짓고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을 즐기던 조선시대 별서정원(別墅庭園)의 형태를 띤다. 경사진 지형을 살려 꽃과 나무를 심은 화계(花階),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축소해 형상화한 신선정원의 무산십이봉, 기성제품이 아닌 전통기법과 재료를 직접 수급하여 만든 수목정, 여러 조각의 돌을 맞춰 만든 곡수거(曲水渠)를 따라 술잔이 띄워져 있다. 삼월삼짇날 부정을 씻기 위해 목욕재계를 하던 수계사(修禊事)를 행하고, 곡수거에 물을 흘려 술잔을 띄우면 그 술잔이 자기 앞에 올 때까지 시를 읊던 신라시대 연회인 유상곡수연(流觴曲水宴)을 재현한 곡수거는 경주 포석정과 같은 크기로 조성되었다. 

시인이자 건축가인 함성호는 선조들의 전통자연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조선의 정원은 그냥 자연이다. 자연이라는 한자를 우리말로 하면 ’스스로 그러한‘ 것이다. 영어의 ’nature'와 같이 명사가 아니다. 형용사도 아니고 굳이 말하자면 동사에 가깝다.“

대구수목원 전통정원은 쏟아지는 ‘힐링’을 소비하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삶을 사색할 수 있는 쉼표 역할을 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자연 속의 전통문화체험 장소에서 걷고, 보고, 만지고, 이야기하고, 생각하면서 조상들의 지혜와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계승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