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광표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

″각 단체, ‘조경연합’으로 수렴되어 조경의 영역을 확장해야″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7-02-23
2017년 조경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오던 조경연합회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라펜트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각오를 다지는 조경 단체들의 수장을 만나 올해의 역점사업과 가칭 ‘사단법인 대한환경조경단체 총연합’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홍광표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은 조경총연합단체에 대해 “세부분야로 전문화된 각 단체를 조경으로 수렴케 하는 기구”라 말한다. 이는 종국에 “조경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기술이나 노하우, 전문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올해로 연구년을 맞아 학회업무에 매진하겠다는 그에게는 K-Garden 조성, 정원산업 활성화 연구프로젝트, 서울정원박람회, 정원디자인 아카데미, 조경유지관리 전문가 과정 등  한 해 계획이 가득하다.
홍광표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회장


2017년이 밝았습니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조경인들에게 신년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업역이 매우 축소되었고, 일이 줄어드는 등 어려운 몇 년을 보냈는데, 올해는 심기일전해서 다시 한 번 힘을 낼 수 있는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사)대한환경조경단제총연합(가칭)이 새롭게 발족이 되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올해는 조경인들이 서로 단합해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 있거나 다른 영역으로 넘어갈 위험이 있는 우리의 영역들을 되돌리고 지키는 해가 됐으면 합니다.

올 한해 역점 사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K-Garden 조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회의 특징은 ‘문화’로서의 접근입니다. 조경은 국토교통부 소속이기에 개발위주의 조경을 생각하다보니 문화로서의 조경에 소홀했습니다. 우리 학회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소속을 두면서 예술, 문화를 지향해왔습니다. 이 일환으로 ‘K-Garden 조성’은 학회의 주요 설립목적 중 하나입니다. K-pop, 음식, 의상으로 세계에 한국을 알리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한국의 문화는 조경과 건축으로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단편적이지만 효과가 증폭될 수 있는 방안이 정원을 만드는 것이고요.

또한 정원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한국의 정원문화는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산업이 견인되어 조경의 일로 바꾸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문화가 취약하다보니 산업조차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학회에서 계속적으로 추진해왔던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올해의 과제입니다. 정원은 조경뿐만 아니라 원예, 미술, 도시,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특히 건축분야의 경우 정원을 그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건축학과에서 정원설계를 과목으로 채택해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정원은 조경만의 분야’라고 생각하기보다, 타 분야들을 전부 모아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타 분야와의 융복합적인 측면으로의 접근이 가능할 수 있으며 일감도 많이 창출되리라 생각합니다.

또 다른 화두는 ‘정원이 일반사람들한테 어떻게 알려져야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 학회는 과거 사유하는 정원인 Private Garden의 개념은 물론, Public Garden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를 공원개념과 정원개념으로 굳이 나누어서 생각할 필요가 있겠느냐 하겠지만, 정원문화가 확산되고 정원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으로 비추어보면, 상대적으로 공원은 수목 중심, 많은 포장면, 시설물 위주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공공공간도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공공에, 대중에 다가갈 수 있는 정원에 주목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우리 학회에서는 서울정원박람회를 주관했고, 제가 2년 동안 조직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서울정원박람회의 성격을 규명하고, 전시와 행사프로그램을 만들고, 향후 서울정원박람회의 발전을 위한 전략 등을 마련하는데 적극 노력하였습니다.

올해 서울정원박람회는 한국작가들뿐만 아니라 해외작가들을 데뷔할 수 있도록 국내외 작가에게 동등하게 공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연구년을 맞아 3월 동경정원박람회를 시작으로 캐나다 토론토, 미국 시카고, 영국 각지에서 열리는 정원박람회 7-8곳, 독일 정원박람회 2곳, 네덜란드까지 14개 정도의 정원박람회를 돌아보면서 세계의 정원박람회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열리고 있는지, 어떤 점에서 성공하고 있는지 발굴함과 동시에 서울정원박람회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자 하며, 외국의 정원가들이 서울정원박람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자 합니다.

‘정원디자인 아카데미’는 올해부터 성격을 달리합니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지자체에서 하는 아카데미와 학생 및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카데미로 구분해서 진행하고자 합니다. 우선 3월 말부터 4월 중순 사이에 부안군에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부안은 산림청에서 지방정원 육성을 위해 예산을 지원한 지자체로 지방정원의 주제를 수생정원으로 정하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꽃길조성 등 정원을 통한 관광자원화를 꾀하기 위해 TF팀과 자문위원들이 꾸려졌습니다. 부안군 공무원들이 정원의 개념부터 조성, 유지관리까지 알아야할 필요성을 느껴 학회로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학생 및 일반인 대상으로 하는 아카데미는 6월 말부터 7월 초로 예정되어있습니다.

또한 학회 주관으로 ‘조경유지관리 전문가 과정’을 일본에서 진행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조경계에서 아직까지도 취약한 게 유지관리 분야인데, 국내 전문가 10~15명 정도 신청을 받아 최고위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일본 최고의 유지관리 전문가들이 강의하고 실습하는 과정이며, 구체적인 계획은 수립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조경가들이 유지관리를 모르고서는 조경을 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설계한 사람이 시공도 해야 하고, 시공한 사람이 유지관리도 해야 하는 일체형 전문가를 원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한국정원을 알리는 일에 주력하고자 하시는데, 한국정원에 대한 고견을 듣고자 합니다.

일본정원 문화는 밧줄문화입니다. 최고의 아름다운 경관들을 밧줄로 끌어다가 축경을 통해 울타리 안에 숨겨두는 작업을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반면에 우리나라 정원문화는 수레바퀴문화입니다. 수레를 타고 좋은 곳으로 가서 자연을 정원 삼아 보고 즐기는 문화입니다. 대상을 만드는 작업과 대상을 놓아두고 보는 작업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정원 가운데에서도 궁궐정원이나 사대부가의 정원은 만드는 정원이고, 별서정원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경관을 정원화해서 즐기는 정원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정원이란 무엇인가’를 따지는 것은 의미 없는 담론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정원은 일본정원보다는 자연 지향적이라는 것은 충분히 인식할 수 있고 규정할 수 있지만, 한국정원의 유형을 정의하는 것은 한국정원의 정체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한국정원에는 못을 중심으로 하는 정원도 있고, 화계를 중심으로 하는 정원도 있고, 자연 그대로의 정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한국정원은 ‘다양성을 중시하는 정원’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죠. 

‘한국정원 문화를 어떻게 해외에 알릴 것이냐’는 또 다른 담론의 주제가 됩니다. 중국에서 사용하는 방법처럼 기존 전통정원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거나, 오사카 꽃박람회장에 만들어진 정원처럼 한쪽엔 못과 정자 그리고 화계, 다른 한쪽은 계류로 단순하게 구분한다면 외국인들에게 한국정원을 이해시키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한국정원을 만든다면 그것은 현대적 한국문화가 상실된 과거모습의 단순한 반복에 지나지 않습니다. 창조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그간 해외에 조성된 한국정원은 이처럼 단순한 모방이거나, 못, 정자, 장승 등 전통소재를 다양하게 결합하여 짜깁기하는 형태였습니다. 이러한 짜깁기문화는 자칫 잘못하면 한국정원 문화를 잘못 전달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학회에서는 K-Garden의 조성에서 네가지 화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장소성을 파악하는 것, 외국 문화를 이해하는 것, 재료와 공법을 현대화하는 것, 그리고 유지관리에 적합한 정원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과거 한국정원은 대체적으로 궁궐, 사대부가, 별서에 조성됐으나 현재는 장소성 자체가 다릅니다. 장소성이 다른 곳에 억지로 전통소재를 넣어 같은 효과를 낼 수 없는 것입니다.

보는 사람들의 배경도 다릅니다. 다른 문화를 가진 그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간 ‘우리가 만든 정원이니 와서 봐야한다’는 개념이었죠. 이는 주관적인 해석을 통해 그들을 동화시키려고 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과거에 비해 재료와 공법이 많이 다양해졌습니다. 과거의 것을 계속 쓰기보다 현대적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면서 한국문화가 나타나도록 한다면 한국의 현대인들, 해외의 현대인들에게 한국정원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틀에 맞출 수 있는 한국정원을 만들어보자 하는 것이 우리 학회가 추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에스토니아 탈린에 조성한 ‘무우원’은 현대적인 콘셉트를 가지고 전통정원을 재해석 해보자는 것이 정원조성의 가장 중요한 개념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무원은 현대적인 재료, 현대적인 공법을 도입하여 한국의 전통정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정원입니다.

지금까지는 못 안에 조성했던 삼신산이지만 뜰 전체를 못으로 봐서 마당에 세운다든지, 못에는 꼭 물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꽃으로 채운다든지, 플로 뮤지엄의 지붕이 있는 데크를 정자로 탈바꿈하는 등의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무원에 적용한 1차 시도는 전통정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이며 아직까지도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생각입니다. 올해 다른 곳에 K-Gardendp을 조성한다면 조금 더 발전된 모습이 보여야 될 것이며 보다 가능성이 있는 K-Garden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분들도 K-Garden의 유형을 함께 연구해 여러 가지의 유형을 마련한다면 각국의 지역적 특색에 맞는 정원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유지관리’입니다. 못을 만들면 물관리가 큰 문제일 텐데 미리 생각하지 않으면 그 정원은 버려져야 합니다. 프랑크프루트에 만들어진 한국정원은 물 자체가 굉장히 오염되고 있고, 석축을 잘못 쌓은 부분들이 조금씩 교란되고 있습니다. 몽골 울란바토르에 만든 서울숲 같은 경우에는 겨울이 춥고 길어서 호안석축용 장대석이 터질 것을 우려하여 9월이 되면 벌써 물을 다 빼버립니다.

한국의 정원을 해외에 만드는데 정답은 없지만 한국성을 드러낼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전통적인 개념들이 현대적으로 해석된 것인지, 과거의 것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인지의 문제와 유지관리가 가능한지에 대한 여부. 이 두 가지에 대한 고려 없이는 해외에 한국정원을 만든다 해도 한국문화가 전달되는 어려울 것이라 봅니다.

일본사람도 보고, 중국사람도 보고, 서양사람도 봐야 본인의 정체를 알 수 있는 것처럼, 한국정원의 독특함이라는 것은 세계의 다른 정원과의 비교가 필요합니다. 같은 문제를 두고 다르게 해결하는 각국의 방식을 이해하고, 또 과거의 방식과 현대의 방식을 다르게 해결하는 방법들에 대해 교육하다보면 새로운 한국의 현대정원이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사)대한환경조경단제총연합(가칭)의 청사진이 그려졌는데, 연합체의 역할과 비전은?

그간 조경이 가지고 있는 영역의 경계가 너무 위축되어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혹자는 환경복원, 정원, 경관 등 작지만 전문적인 학회들이 탄생하는 것은 조경의 위상을 떨어트리고 조경의 영역을 축소시키는 일이라 말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일들이 오히려 조경을 보다 전문화하며 지평을 넓혀 나가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조경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분야가 하나씩 분리하기만 했지 이것이 한 곳으로 수렴되지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연합회가 출발하게 된 것입니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정보, 서로가 가지고 있는 일들, 서로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을 낱낱이 수렴해서 조경관련단체들을 연합시킨다면 조경의 영역을 외부로 확산시키고, 기술이나 노하우, 전문성을 증폭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혹자들은 조경이 단합이 안 된다고 비판했지만 이는 수렴기구와 수렴장치가 없었던 탓입니다. 다만 불협화음이 일어날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오케스트라처럼 각기 다른 악기가 어우러지는 소리를 내려면 우선 지휘자가 지휘를 잘 해야 하고, 그리고 각 단체들은 지휘자의 지휘를 잘 따라야 합니다. 각 단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되며, 이타적으로 생각해야 자기한테 돌아오는 이익이 생긴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만약 지휘자가 지휘를 잘 못 한다거나 각 단체에서 정해진 룰을 따르지 않는다면 연합은 와해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한국 조경계는 다시는 회복이 되기가 어려워질 것입니다.

정원에 대해서는 정원디자인학회가 제일 잘 알고, 환경복원은 환경복원기술학회에서 제일 잘 압니다. 그렇다면 각자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열어주고, 각자가 발휘한 성과들을 수렴시켜서 부분이 전체를 부흥시키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조경계의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조경의 40년을 책임지고 가는데 있어서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단계입니다. 환경조경총연합회는 조경이 가지고 있는 영향을 총 집결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제대로 만들어 나가야할 것입니다.

상황과 환경에 맞게 다양한 리더십이 요구되는데 현재 조경계에는 어떠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지금까지 조경학회에서 부회장까지도 하고, 편집위원장도 하고, 전통조경학회 회장도 하고, 정원디자인학회 회장도 역임하면서 주변을 보니 대접만 받으려고 하는 지도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도자라는 것은 조직에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전진할 수 있도록 하는 향도(嚮導)입니다. 아무도 안 간 길을 가겠다고 하는 개척자 정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하지요. 혹 지도자가 가다가 넘어지거나 실패한다면 조직은 지도자를 보듬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지도자는 본인의 뚜렷한 철학과 책임감을 가지고 늘 자기를 점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같이 어려울 때에는 오히려 여태 해오던 일을 넘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합니다. 우리 것을 뺏긴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경계를 허물어 우리도 다른 분야의 것을 가져와야 합니다. 보호무역의 장점도 있겠지만 보호만 해서는 지평을 넓혀갈 수 없습니다. 학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이론만 고수한다면 새로운 학문의 발전은 없습니다. 최근 몇 년간 조경이 방황기였다면 방황을 끝내는 것은 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아울러 조직은 지도자를 뒷받침하는 한편 계속 자극을 줘야합니다. 자극을 줘야 지도자가 움직이지, 지도자가 역할을 못 한다고 방관한다면 그 지도자는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습니다. 결국 모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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