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놀이터는 공공복지″
‘어린이 놀이시설 혁신을 위한 토론회’ 개최“더 이상 놀이시설을 공급자의 역할로만 봐서는 안 된다. 공공복지보육시설로 전환해야 한다.”
노영일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어린이 놀이시설 혁신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노영일 이사장은 “공공복지예산이 유독 어린이 놀이터에만 인색한 것이 현실”이라며, 놀이터를 공공복지의 가장 기초적인 시설로 봐야 하며, 선택적인 복지예산을 어린이 놀이시설에 우선적으로 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학영 의원과 도종환 의원, 이미경 의원, 진선미 의원이 주최하는 ‘어린이 놀이시설 혁신을 위한 토론회’가 5월 4일(월)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토론회 주제는 ‘어린이 창의성을 가로막는 획일화된 한국 놀이터의 문제점과 대안’으로, 어린이 놀이터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다.
노영일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이사장,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대리,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대표, 방진아 국무조정실 사회복지정책관실 과장
노영일 이사장은 어린이 놀이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령, 법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피력했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공동주택 어린이 공원에 놀이터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주택 어린이 공원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따른다. 2013년 11월 개정된 내용에 따르면 놀이터가 ‘주민공동시설’로 분류되어 있다. 도서관이나 편의점 등을 설치하면 놀이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150세대 이상이어야 놀이터를 의무설치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소형주택에 우선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중대형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 놀이시설의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소형주택, 소외계층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놀이터를 주택사업자가 자율로 설치할 수 있는 점, 법률적 뒷받침이 없어 유지관리측면에서도 아파트관리규약에 의해 예산편성에서 뒤로 밀려나는 점, 규정이기 때문에 정권과 경제에 따라 자주 바뀌는 점 등을 지적했다.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안전과 품질을 단일 기준으로 봐야하며, 안전검사나 시설 규격·시험 기관을 민간단체 단체표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기관으로 되어있어 현실에서는 과다비용이 사용되고 있으며, 관 주도의 규제는 시대적 흐름과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노영일 이사장은 “법 제정 10년동안 놀이시설은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법의 내용에는 변화가 없다”며 획기적인 개정이나 폐지까지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충만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 대리도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안전관리법의 설치검사를 받지 않거나 불합격되어 전국 1,740개 놀이터가 이용 금지됐으나, 개보수와 철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방치되고 있다. 이에 국민안전처는 “기초자치단체의 ‘공동주택 관리 지원 조례’로도 충분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나 경로당, 가로등, 주차장, 보도블록 등에 의해 놀이터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제충만 대리는 “정부나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고, 이용금지 놀이기구를 신속히 철거해 안전한 놀이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거비용은 관리주체와 정부, 지자체가 분담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또한 안전관리법에 의하면 놀이시설은 ‘놀이기구가 설치된 놀이터’를 말하기 때문에 놀이터에 놀이시설 설치가 불가피하며, 법 내용 자체가 놀이기구의 안전에만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의를 ‘공간, 터’의 개념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대표는 조경가의 입장에서 문제와 대책을 짚었다.
김연금 대표는 획일화된 놀이시설의 원인을 1998년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아파트 분양가가 자율화됐다는 것에서 찾았다. 이로 인해 건설사들은 아파트 브랜드 마케팅을 위해 놀이터를 마케팅 관점에 따라 외형적 형태에 치중하기 시작했고, 시설물 업체는 수익성이 좋은 대규모의 조합놀이대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연금 대표는 업계의 입장에서 “획일화된 놀이터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법과 제도의 한계, 산업의 한계에 부딪혀 차별성을 갖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흙 놀이터를 만든다 해도 흙도 제품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산업과 법제도 속으로 들어왔을 때의 어려움에 대해 인정을 하고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어린이공원은 최소단위의 오픈스페스이기 때문에 어린이공원이지만 전 세대가 모두 이용하며, 이에 따라 발생하는 다양한 요구들을 작은 공간 안에 실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유아놀이터, 체육시설, 휴게시설, 음수대 등을 설치하고 법적기준인 녹지 40%를 채우면 놀이공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안전기준에 맞추다보면 작은 공간에 들어갈 조합놀이대 중심으로 놀이공간을 꾸릴 수 밖에 없으며, 공사비의 10%도 안 되는 설계비도 다양한 놀이시설을 설계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소규모 산업이기 때문에 포장이나 작은 놀이시설물을 연구해서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아파트의 브랜드화로 인해 조합놀이대 중심의 시설로 갈 수 밖에 없으며, 조합놀이대가 동네의 자랑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인 인식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만드는 과정부터 시설물디자인, 공간의 성격, 유지관리, 커뮤니티와의 관계 모든 것이 개선되어야 하며, 더불어 어린이를 중심에 둔 접근방법으로 놀이시설 형태에 대한 연구와 그에 따른 지원도 수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영일 이사장도 제조업의 입장에서 놀이터가 이웃이 함께 모이는 ‘커뮤니티 가든’이 되어야 하며, 어린이, 부모, 조부모 3세대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개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무조정실에서는 ‘제1차 아동정책기본계획(안)’이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되고 있으며 5월 중 확정 예정이다. 기본계획은 5년단위로 아동정책의 목표와 기본방향, 주요 추진과제를 담고 있으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시행하게 된다.
기본계획은 △미래를 준비하는 삶(역량강화), △건강한 삶(보건), △안전한 삶(안전), △함께하는 삶(사회적 보호·지원) 4개 부분의 정책을 수립한다.
특히 ‘아동의 놀이·여가 권리 보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 △아동의 놀 권리 헌장을 제정하고, △제1차 아동 놀이정책을 수립하며, △문화 여가 기반조성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중 ‘제1차 아동 놀이정책’은 교육제도의 개선을 병행한 ‘놀이시간 확보’, 안전성과 형평성, 창의성을 고려한 ‘놀이공간 제공’, 그리고 ‘문화’ 세 가지 측면에서 정책과제를 제시한다.
편해문 놀이터 디자이너, 김수현 와글와글 놀이터 이모, 오명화 서울시부모커뮤니티 산별아 대표
토론회에서는 놀이터의 방향성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
편해문 놀이터 디자이너는 “‘안전’이라는 신화 아래 유아들 수준의 놀이터를 만들어놓고 초등학생들에게 안전한 놀이터라고 이야기 한다”고 비판하며 ‘안전’에만 치우칠 것이 아니라 ‘도전화 모험(리스크)’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들이 놀이를 통해 리스크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시설물 없는 ‘너른 마당’ 또한 놀이터의 한 양식으로 받아들여, 공터부터 하이테크 놀이터까지 다양한 형태의 놀이터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수현 와글와글 놀이터 이모(놀이활동가)는 “공격적이거나 돌봄이 부족한 아이들은 잘 놀지 못해 다른 부모들의 눈총에 놀이터 밖으로 밀려나기도 하는데 어떤 아이들은 큰 돈을 내고 숲놀이터에 간다”며 심각한 놀이터 양극화현상을 짚었다. 이에 따라 어떤 형태이든 놀이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기구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명화 서울시부모커뮤니티 산별아 대표도 전래놀이터, 넓은 공간과 변형 가능한 놀잇감, 실내놀이터 등 다양한 놀이터를 요구했다.
배희정 서울시 공원녹지정책과 공원협력팀 팀장, 이천식 순천시 공원녹지사업소 소장
획일화된 어린이놀이터의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해 서울시와 순천시는 각각 ‘창의놀이터’와 ‘기적의 놀이터’를 추진하고 있다.
‘창의놀이터’를 통해 안전기준 미달이거나 노후된 놀이터 29개소를 새롭게 탈바꿈할 계획이며, ‘기적의 놀이터’는 순천만정원과 연계해 정원같은 놀이터로 조성하기 위해 T/F팀에 조경인력을 투입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학영 의원은 “어린이날이 있는 5월, 1,700여개의 어린이 놀이시설이 이용 금지되고 있다. 상당수는 세대수가 적고 오래된 중소형 주택단지에 있으며 공사비용 때문에 보수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소관부처가 5개로 나뉘어져 있는만큼 범정부 차원에서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토론회 개최이유를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학영 의원(군포), 이미경 의원(서울 은평갑), 진선미 의원(비례대표)
- 글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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