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잃어버린 낙원, 원명원
문화유산 복원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5-05-21

지은이_왕롱주 | 옮긴이_김승룡, 이정선 | 펴낸곳_도서출판 한숲
출간일_2015년 5월 26일 | 정가_15,000원 | 464쪽|145*225mm
중국 원림 예술의 집대성이자 가장 웅장한 공원, 원명원. 청조의 다섯 황제는 이곳에서 ‘정치가 원림에서 나오는’ 전통을 만들었다.
원명원은 중국 원림 예술의 최절정기에 지어진 가장 웅장하고 아름다운 정원이다. 황실 어원인 원명원은 반세기가량 끊임없이 조영됐고, 서양인들의 눈에는 ‘지상 낙원’으로 비쳐졌다.
그러나 원명원은 영국-프랑스 연랍군에 의해 소실됐고, 동치제가 그 일부를 복구했으나 다시 8개국 연합군에 의해 훼손됐다. 이어 중화민국 이래로 거의 돌보는 사람 없이 방치된 채 끊임없이 파괴당했다. 이제 유적지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겨우 서양루 구역에 남은 몇몇 담장뿐이다.
역사가인 저자 왕롱주는 원명원이 제왕의 궁원으로 성장했다가 아편전쟁 와중에 영국-프랑스 연합군에 의해 소실되어 스러지는 장면을 청조의 융성 및 패망과 오버랩해 원명원의 뒷그림자에 청조의 역사가 어른거리도록 표현했다.
또한 각종 문헌 자료를 총체적으로 다루며 원명원 내 제왕(건륭제)의 일상을 재구성하고, 원내 조직과 역할을 보여줌으로써 원림이 그저 휴향의 공간이 아니라 청조 정치의 심장부였음을 복원시켜 놓았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건축’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이다. 제1부는 원명원이 어떠한 모습이었는지에 대한 하드웨어적 탐색이고, 제2부는 원명원 내에서 이뤄진 사람들과 원명원 자체의 삶을 들여다보는 소프트웨어적 서술로 이뤄져 있다.
저자에 따르면 원명원은 청조 제왕들의 주거 공간이면서도 정치 공간이었다. 아울러 자금성보다 원명원을 더 아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랬던 곳이 끝내 유럽 열강들의 손에 불살라졌고, 이는 사라지는 청조의 운명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청조를 뒤이은 민국정보, 신중국이 건설된 시기에도 원명원은 끊임없이 착취당하고 빼앗겨 지금과 같은 황량한 공원이 되고 말았다. 원명원 약탈은 1970년대 원명원 복원의 움직임이 시작되고서야 비로소 멈추게 된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어 자본주의적 상품화에 의해 또 다른 착취가 일어난다.
이제 원명원은 나라 안팎의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유적공원이 됐다. 1997년 주하이에는 원명원을 모방한 ‘원명신원’이 지어져 많은 수익을 거두었고, 현재도 저장성에서는 복제 원명원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원명원이 ‘복원’되고 ‘재현’되는 과정에서 급기야 ‘왜곡되어’가고 있음을 가슴아파한다. 저자는 어차피 진짜가 아니라면, 과거의 품위를 재현할 수 없다면, 더 이상 잘못된 덧칠은 그만두고 지금 있는 모습을 잘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유산을 보존하는 길이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문화유산과 역사 기억에 대한 저자의 메시지는 현재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글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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