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섭 명예교수 ‘공존을 위한 디자인이란?’
삼성에버랜드 디자인 렉쳐시리즈 초청강연
지난 23일 대한상공회의소 지하 2층 의원회의실에서 ‘공존을 위한 디자인’이란 주제아래 윤호섭 명예교수(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과)의 강연이 개최됐다.
이번 강연은 삼성에버랜드㈜ 경관디자인그룹이 주관한 Design Lecture Series의 마지막을 장식한 강연으로 2시간 동안 이루어졌다.
환경을 보전하고 회복하기 위한 근원적 해결책으로서의 그린디자인을 교육하고, 주로 폐품을 재활용한 작품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자신이 만든 작품과 그 속의 이야기로 강연을 이끌었다.
그는 먼저 아이티 지진사건 후의 일화를 설명하였다. 지진으로 그 곳의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을 당연하게 떠올렸지만, 국제동물애호기금인 IFAW에서 도움을 달라는 메일을 받고 새로운 충격에 휩싸였다는 것이다.
‘동물들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사람도 어렵지만 동물도 어려운 입장이다. 처음엔 사람에게만 무게를 두었으나 생태계는 하나이며, 사람과 동물뿐 아니라 우리 모두는 하나"라고 말하며 사람들을 일깨우고자 하였다. IFAW에서 제작한 고래울음소리가 노래 ‘Time to say goodbye’처럼 들리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자신의 말에 공감을 얻었다.
또 윤호섭 명예교수는 공존을 어렵게 하는 요인의 하나로 전쟁을 꼽았다. 포탄 하나가 생태계 순환의 고리를 순식간에 끊어버린다며, 전쟁이 얼마나 환경을 파괴하는지 강조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베트남 전쟁 기념관은 자신이 생각하는 매우 위대한 작품의 하나이며, 표현적인 면에서 ‘없애면서 만들어진’ 월드트레이드센터 메모리얼의 예를 통해 공존을 어렵게 만든 것이 무엇인지를 살피고 건축, 조경 디자이너들이 그것을 표현해내야 한다고 했다.
“나 자신은 불균형이었고, 인간중심으로 빠르게 나아가는 세상도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모두가 공존이 가능한 균형 잡힌 세상은 이상향일 수도 있지만 어딘가에서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디자이너로서 풀어보길 바란다”
물 한 컵에 대한 인식, 세수할 때 투명한 액체를 얼굴에 묻히는 경이를 통해 물의 소중함을 깨닫고, 가끔은 채식을 통해 ‘소’를 생각하는 것도 공존의 작은 실천이라고 했다.
“현재는 비행기가 하늘에 보이지 않아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지만, 비행기가 하늘을 가득 메우면 그때는 사람들이 심각함을 느끼고 민원을 제기할 수도 있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던 선을 추구할 수 있다. 우리가 짊어져야 할 짐을 다음 세대에게 주지 말자"
위태로워지는 자연에 대한 보존윤리의 고취시키고 지금의 것들이 변함없이 유지되길 바란다면 모두가 변해야 한다는 말이다.
강연이 끝나고 강의 주제와 관련하여 조경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너무 위대한 것을 만들려고 하지 마라. 숲을 베란다로, 집으로 끌어오라’고 답해주었다.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음(I never realized that you were me).
윤호섭 명예교수가 강연 중 자주 표현한 문구다.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했던 각각의 개체가 결국엔 모두 하나이며, 디자이너는 이러한 공존의 토대를 마련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면서 강연을 마쳤다.
- 이형주 수습기자 · 라펜트
-
다른기사 보기
klam@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