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조경가 아네모네를 만나다
신도림역 디큐브시티, 조경가의 손길로 활기 불어넣어
오이코스 디자인의 아네모네 대표
공장, 회색단지, 답답함
이 세단어의 공통점은 무얼까?
불과 1년 전만 해도 신도림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었다. 이런 신도림역 부근이 문화복합시설로 새롭게 조성됐다. 바로 디큐브시티이다.
과거 30년간 대규모 연탄공장이었던 이 부지는 대성산업(주)이 디큐브시티로 조성한 뒤 지난해 9월 그랜드오픈했다. 특히 디큐브시티 전체 공간 중 30%가 서울시로 기부되면서 공원화되었으며, 공연 및 예술 그리고 휴식이 자리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렇게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디큐브시티의 공간디자인에는 네덜란드 조경설계회사 오이코스 디자인(Oikos Design)의 노력이 숨어있다.
14년간 한국에서 거주했기에 한국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오이코스 디자인의 아네모네 대표는 조경가이자 네덜란드 와게닝겐 대학교의 고주석 교수의 아내이기도 하다.
2003년 다시 네덜란드로 돌아와서도 한국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최근 아네모네 대표의 내한은 디큐브시티의 프로젝트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아네모네 대표는 최근 3~4년간 디큐브시티의 공간디자인을 진행했으며, 공사기간에는 관리감독을 맡았었다. 조경설계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관리와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다시 내한했다.
신도림 디큐브시티에서 대담을 나누는 오휘영 한양대 명예교수, 이조엘 대성산업 설계기술이사, 아네모네 오이코스 디자인 대표(좌측부터 상단)
이번 디큐브시티를 함께 작업했던 대상산업 이조엘 설계기술이사는 “아네모네 대표는 누구보다 한국의 정서를 잘 알고 있기에 한국조경발전에 있어 누구보다 자세히 또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아네모네에게도 한국에서의 조경작업이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아네모네는 “추운 겨울을 지내는 한국에 적절한 식재설계를 하는 것에 어려움이 많다. 또 한국에서 조경공간을 설계할 때 건축물과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것 역시 어려운 부분이다. 생태적 요소 또한 도시의 인프라인데 구조물은 구조물대로, 조명은 조명대로 등 각 분야간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직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우수한 조경가와 건축가 등을 배출한 네덜란드에서는 구조물과 생태적 요소와의 조화가 자연스러운 반면, 한국에서는 토목, 건축, 조경 등 다분야간의 조화가 아직도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한국과 네덜란드의 차이점은 있다고 전했다.
오휘영 교수는 “사실 네덜란드의 조경가는 대상지를 광역적, 생태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이론 및 비평을 비롯한 세심한 디자인 측면에서도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하며, “다양한 현장교육이 이루어지는 점 역시 네덜란드의 강점이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이에 아네모네는 “한국도 최근 작은 공간에서도 좋은 디자인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과거보다 조경분야에 대한 비평적 논의가 더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등의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인터뷰를 정리하며 아네모네는 한국의 조경가들에게 ‘글로벌이슈와의 연계성’을 강조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디자인에 적용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세계 곳곳을 다니며 문화를 체험하고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며, 영어 등 외국어 학습에 있어서도 게을리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신도림 디큐브시티
오이코스 디자인에서는 신도림 디큐브시티의 외부공간 설계 이외에도 내부공간 인테리어도 담당했다.
-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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