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도시를 위한 지속가능 디자인 개발할 시점
[기고]임승빈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지구자원의 유한성, 기후변화 및 온난화의 영향으로 지구사회가 환경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음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지구적 환경문제를 완화 내지는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디자인 하는 것이 지속가능 디자인이다. 지속가능 디자인은 구체적으로 도시, 건축, 조경, 공공디자인 등 환경디자인 전반에 관련되는 개념이다.
디자인철학 측면에서 보면 전통적 동양의 자연관이라 할 수 있는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자연속의 인간 (man within nature)'이 지속가능 디자인의 기본적 사고라 할 수 있다.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전통적 서구의 자연관, 즉 ‘자연과 대립하는 인간(man versus nature)'은 지구환경의 위기에 직면한 현대에는 적합하지 않은 자연관이라 할 수 있다.
지속가능 디자인은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공평하게 지구자원과 환경을 향유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속가능 디자인은 형평성(equity)과 윤리성(ethics)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현세대와 미래세대간의 형평성, 그리고 이를 담보하기 위한 개인 및 사회의 환경윤리실천 개념이 지속가능 디자인에 담겨있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은 물리적 자원 및 환경에 국한되지 않고 지속가능사회, 지속가능문화 등을 포함하며 따라서 인간 및 인간환경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개념이다.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하여는 자연과 인간, 개인과 사회,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를 하나로 보는 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 융합적 사고와 더불어 과학적 사고의 뒷받침이 있어야 현실적 문제해결이 용이해진다. 최근 동양의 친환경적 사고와 서양의 과학적 기술이 수렴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지속가능성은 장기적 관점에서 인간환경을 보전·형성하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지속가능성을 디자인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자연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여 자연의 섭리에 부합되도록 변화를 유도하는 디자인을 추구하며, 동시에 좀 더 느슨하고 유연하게 공간을 조직하여 미래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친환경 철학인 ‘자연속의 인간,’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추구하는 도시는 생태도시(Eco-city), 혹은 제로시티(Zero-city)라 할 수 있다. 생태도시는 생태적으로 건강한 도시를 말하는 것인데 구체적으로는 대기, 수질, 소음 등의 공해가 없는 도시, 더 나아가서 외부로 이들 공해 배출이 없는 제로시티와 관련이 깊다. 이와 같은 제로시티를 지향하는 것이 친환경도시이고 지속가능 디자인이다.
최근에는 그린인프라 개념이 대두되고 있다. 과거에는 녹지 및 공원을 도시의 배경 혹은 장식적 요소 또는 녹색섬으로 보았는데,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녹지 및 공원을 도시의 뼈대를 형성하는 그린인프라로 보는 관점이 우세해지고 있다. 즉 ‘도시속의 공원’에서 ‘공원속의 도시’를 지향한다. 더 나아가서 백두대간을 뼈대로한 산줄기와 이사이를 흐르는 하천을 중심으로 국토그린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지속가능국토를 만드는 초석이 된다. 또한 인공구조물에도 그린의 개념을 도입하여 옥상녹화, 벽면녹화 등을 적용하여 인간생활공간 전체가 그린환경이 되도록 하는 개념도 확산되고 있다. 이와 같이 그린의 개념을 국토 및 도시환경디자인에서 필수적 인자로 보고 이를 중심으로 디자인을 풀어나가는 것이 지속가능 디자인이다.
지속가능 디자인의 구체적 구현 수단으로서는 자원재생, 에너지절약, 물순환, 저탄소배출 등이 있다. 이들은 사실상 상호 연결되어있는 개념으로서 디자인 대상의 특성에 따라 어느 한 측면이 강조되게 된다. 자원재생측면에서는 재활용 소재를 적용한 디자인, 또는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디자인이 있으며, 에너지절약 측면에서는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는 디자인 혹은 친환경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 있다. 더욱 적극적으로는 태양열, 풍력, 조력(潮力), 조류(algae) 등을 활용한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 및 활용이 지속가능 디자인의 기본사항이 되고 있다.
물 순환 측면에서는 빗물의 저장과 활용, 가정용수의 자연정화 및 활용을 촉진하는 디자인이 있다. 특히 빗물이 하수로를 통하여 강으로 바로 배수되지 않고 단지 안에서 지하수로 유입되도록 하는 소규모 유수지, 잔디우수로 등의 단지디자인이 최근 도입되고 있다. 모든 생물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수자원의 유한성과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또한 탄소배출권의 대두와 더불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디자인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저탄소 디자인은 앞서 언급된 대부분의 디자인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지속가능 디자인은 인류의 생존과 지속적 번영을 위해 필수적인 사항이다. 최근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의 녹색성장위원회를 만들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주요 정책목표의 하나로 하고 있음은 지속가능 사회의 중요성을 인지한 발상이라 하겠다. 지금은 지속가능 디자인의 중요성을 논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할 수 있고, 지속가능 디자인의 구체적 개발과 실행에 역량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지속가능성 개념은 특정 환경설계분야에 국한되기 보다는 국가 전체 산업분야에 적용되는 포괄적 개념으로 이해되어야하며 이를 통하여 국가는 물론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겠다. 지속가능 디자인은 건강하고 아름다우며 생명력이 지속되는 국토와 사회, 그리고 지구를 만드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출처:한국건설신문(www.conslov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