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 베트남전쟁재향군인기념관
명확한 메시지 제시, 경관구조 인상적
지난 21일,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해 있는 마야 린이 설계한 ‘베트남전쟁재향군인기념관(Vietnam Veterans Memorial)을 방문했다.
한 여름의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 듯 했다.
주변에 위치하고 있는 메모리얼 공간에 비해 큰 규모는 아니지만, 두 개의 벽으로서 단순한 형태를 지닌 기념비는 명확한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었다.
두 개의 벽이 향하는 곳은 링컨 메모리얼과 워싱턴 기념탑이다. 두 벽이 이 두 기념비를 향하도록 설계를 함으로써, 미국인들에게 애국심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 나무가 주변에 많이 심겨져 있어 넓은 들판을 연상시키지만, 가까이 가면 하나의 긴 산책로가 나타나도록 땅에 잠겨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인상적이다.
검은 화강암 같이 물체를 반사시키는 소재를 통해, 음각으로 새겨진 참전용사들의 이름을 보는 동시에 우리자신의 모습까지 투영된 모습이 겹쳐 보이면서, 전쟁이라는 사건을 스스로 되새겨보게 했다.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전쟁을 기념하거나 시대를 주름잡은 큼직한 사건들을 기억하기 위한 추모공간이 있기는 하지만, 공원과 같이 유가족이 아닌 일반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산책을 하거나 여가활동을 보내기 위해 방문하는 일은 드문 일인 것 같다.
추모공간을 단순히 추모를 위한 장소로만 설계하기보다는 대규모 휴양장소나, 주변장소들과 적절히 연계를 한다면, 장소의 공간활용도도 높아지고 대중들에게도 장소의 의미를 더 쉽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 글·사진 _ 박우진 통신원 ·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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