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명승도 “스토리텔링” 시대

[인터뷰] 이재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라펜트l권지원 기자l기사입력2011-08-16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 만들기를 위해 노력하는 상명대 이재근 부총장은 국내 명승지지정 확대를 위해 연구를 하고 실무를 해온 조경전문가이자 문화재위원이다.

 

그는 세계 50여개국의 정원테마기행은 물론 미국의 경우만해도, 50개주 중에 40개주를 돌았을 정도로 세계의 경관에 조예가 깊다. 그러나 대학시절부터 국내여행도 많이해 온 여행가이자, 조경가로서 그는, 외국과 비교해볼 때 한국만큼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경치, 문화를 가진 곳이 없다고 단언해서 말한다. 이것은 우리모두가 한국민으로서 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의 자연을 보며 자라온 탓도 있지만, 실로 우리나라의 자연경관과 문화는 아름답고 세계자연경관과 문화의 중심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부터 자연경관을 명승으로 지정하는 노력을 경주해 왔지만 중국, 일본, 북한 등 국외 명승지와 비교하였을 때 명승지정 건수가 현저히 낮다.


따라서 전설·설화의 기록을 갖고 스토리텔링(Story Telling) 기법을 통해 내방객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정원을 명승으로 지정 확대시켜 나가고자 하는 이재근 문화재위원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조경을 하는 사람들은 명승을 조경분야의 직접적인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재근 부총장. 명승을 지정하고 보호하여 후손에게 길이 전승시키겠다는 마음으로 명승자원 보존을 위해 연구하고 있는 그를 만나보았다.


이재근 상명대 부총장(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우리나라 명승 지정 현황은?

명승은 국보, 보물, 사적, 천연기념물, 중요민속자료 등과 똑같은 국가지정문화재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경치가 좋기로 이름난 경승지만을 명승으로 지정하였다. 1970년도에 처음으로 강원도 명주군 소금강이 명승으로 지정되었으며, 해금강(1971), 완도에 구계등(1972), 불영사 계곡일원(1979), 여수 상백도·하백도 일원(1979)이 지정된 이래, 16년이 지난 1997년도가 되어서야 백령도 두무진이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이와 같이 1970~2000년까지 30년 동안 7개 정도만 명승으로 지정되었다는 것은 중국, 일본, 북한, 대만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은 그 수치가 비교도 안될만큼 적다고 볼수 있으며, 이는 모름지기 우리나라의 명승지정이 자연현상으로서의 명승에만 치중해 있기 때문이라고 사료된다.

 

그러나 2001년 이후부터 명승은 인문적인 요소가 가미된 경관을 명승으로 지정하기 시작해 2001~2005년에 8개를 지정하였고, 2006년부터 2011년 현재까지 5년 동안은 65개소에 이르는 대상지가 추가되어 80개의 이르는 명승이 지정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북한 320개소, 일본 360개소(특별명승 35), 중국 2,769개소(국가 명승지 208, 지방 명승지 2,561건 포함)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임을 고려해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으로 확신된다.

앞으로 명승을 확대 지정할 수 있는 방안은?

문화재법상 명승은 경치가 좋기로 이름난 건물이 있는 경승지 또는 이름난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서, 심미적, 고유성, 희귀성, 특수성을 보유하는 것 외에 예술적 가치가 있으면서 인간의 삶의 흔적이 묻어있는 문화유적을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경치도 중요하지만, 대상지에 담긴 삶의 기록(Story Telling)인 역사자원을 찾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이를 통해서 문화적 측면을 살린, 이야기가 있는 명승발굴에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

 

그 중 대표사례로서 사대부의 주택정원이나 별당정원 등이 있지만, 우선적으로 생활명승으로서 이야기가 있으면서 경관도 아름다운 별서정원을 명승으로 지정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전국의 정자는 현재 1500여개가 산재되어 있다. 그 중 선비들이 은일하며, 학문을 했던 별서의 중심공간으로 작정자가 분명하고 행정기록이 있어 국민들에게 이야깃거리를 창출할수 있는 경승지인 경우, 지극히 수려한 자연경관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생활명승으로서 지정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동 만휴정 원림


▲안동 만휴정 근경


담양 소쇄원


또한 웬만큼 역사성이 내포된 도시공원은 명승으로 지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역사성이 있는 도시자연공원이나, 근린공원을 명승으로 지정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서울의 파고다공원(탑골공원), 인천의 수봉공원이나 자유공원, 대구 달서공원 등 100년 내외의 역사가 있는 공원들은 명승지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사료된다.

 

그리고 전국에 산재해있는 아름다운 8경과 9곡을 명승으로 많이 지정할 필요가 있다. 89곡은 전국적으로 수도 없이 많이 있으며, 이들 중 경치가 수려하고 역사성이 있는 대상지들을 명승으로 발굴하면 지정이 확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 시도에 명승적 가치는 있으나 자료가 충분히 갖추어지지 못한 대상지들은 1차적으로 시도 기념물로 지정토록 권고할 필요가 있으며, 추후 자료수집과 연구차원의 보완이 이루어졌을때,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승격시키는 단계적 지정전략도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정원으로서의 명승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가능할까?

인문 명승, 복합 명승을 강조하는 이유는 일본의 경우 360개의 명승중, 55.3% 199개가 인문적 성격이 가미된 정원이고, 이들은 이미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소주의 경우도 졸정원, 망사원, 유원, 사자림, 창량정 등 9 곳이 소주 전통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6년의 연구를 기초로 사적으로 지정된 원지를 명승으로 재분류한 소쇄원, 성락원, 백석동천, 부용동원림이 있으며, 또한 호남지방의 명옥헌, 식영정, 초연정, 영남지방의 초간정, 백운정, 용계정과덕동숲, 만휴정 등의 별서정원이 그 가치가 인정되어 명승으로 지정된바 있다.

이들 전국의 스토리가 있는 정원으로서의 명승들을 10~20개 정도 통틀어서 등재신청하면 세계문화유산지정도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현재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고, 고창·화순·강화의 고인돌 유적이 한데 묶여 세계문화유산이 되었으며, 18개 지역에 분산된 조선왕릉 40기 역시 한데 묶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앞으로 정원을 명승으로 지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며, 또한 이들을 묶어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보여지므로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문화재청내의 명승분야에 대한 발전방안에 대한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향후 명승지정이 더욱 활성화됨으로써 우선 그 숫자가 늘어야 한다는 명제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명승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행정조직개편 역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문화재청 내 명승 관련 업무는 명승과로 확대개편해야 하고, 시도에 문화재과 내지는 문화예술과내의 명승계 정도는 두고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현재 천연기념물과로 통합되어있는 문화재청의 자연유산업무는 천연기념물과(동식물, 화석, 지질, 천연보호구역)와 명승과로 구분하거나, 천연기념물1(동물계, 식물계), 천연기념물2(화석, 지질계, 천연보호구역계), 그리고 명승과로 분류하여 개편하고 이를 통합 관리하는 자연유산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또 하나의 방법으로 2009년 이전까지 있어왔던 사적명승국이란 명칭을 부활시켜 천연기념물과, 사적과, 명승과, 지질과 등을 두는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명승지정 숫자가 200여개정도만 되면 문화재위원회내에 명승분과위원회를 두거나, 천연기념물분과내에 명승분야소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의 전문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상명대 천안캠퍼스를 역사와 문화,이야기가 곁들인 캠퍼스로 만드는데 기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스토리텔링 기법이 내재된 캠퍼스조경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상명대 천안캠퍼스는 태조산아래 안서골에 위치하여 전국대학중에서도 명소로 만들기 위해 학교당국과 함께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이 사실이다. 학교캠퍼스자체를 학생들을 위해 스토리가 있는 명승(名勝)으로 만들기 위한 하나의 작업이었다.

[명승적 스토리가 녹아있는 상명대 천안캠퍼스]


 


▲태조산과 상명대의 지형
이것은 안서호에서 바라본 태조산과 상명대의 모습으로 고려를 세운 왕건이 이곳 정상에 올라 이 땅을 보고 천안이라 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풍수지리적으로 좌로는 장태산, 우로는 월봉산, 앞으로는 왕자산이 포근하게 둘러싸고 있어, 옛부터 이곳을 기거하기 좋은 '안서골'이라 불리었다.



▲ 태조산에서 본 천안의 지형
천안의 주변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앞으로는 물을 끼고 있어 좌청룡 우백호를 연상시키는 명당이라 할수 있다.



▲상명대 천안캠퍼스 전경
 

상명대 천안캠퍼스는 전형적인 배산임수형의 지형을 갖고있는 안서골에 위치하고 있어, 교수와 학생들의 정서에 안정감을 주고있다. 천혜의 지리적 요건 위에 배움의 터전으로서 공간조성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백두산 천지에서 시작된 백두대간의 줄기가 북한산 자락을 따라 서울 배움터에 이르고, 이는 다시 천안 배움터로 뻗어나와 백두대간의 큰 흐름속에서 하나로 연결되도록 공간마다 스토리가 있는 정원, 터의 의미가 살아 숨쉬는 녹지공간으로 조성하였다.

 

 
▲상명 매송동산

상명대로 올라가는 입구에 있는 매송동산은 학교의 진입로에 위치해 있어 외삽문의 동구밖 숲역할을 하고 있다.



 
▲천하제일복지
도서관중정에서 본관에 이르는 좌우의 전통담장은 천상에 이르는 내삽문의 기능을 하면서 하늘 아래 제일 복된 땅을 만들어 나가자는 뜻을 담아 축조한 것으로 왼쪽은 천안의 과거를, 오른쪽은 천안과 상명의 미래를 표현하였다.


▲사색의 길 
이곳은 식물원에서 이끼와 때가 끼인 고색창연한 기와지붕이 있는 천하제일복지 전통담장을 지나 실개천을 건너, 운동장 위 느티나무길, 디자인대학에 이르는 사색의 길 시작점이다. 이곳은 산책을 하면서 주변경관을 즐기면서 학교터의 의미와 자기자신을 둘러보게 하는 순기능을 한다.


 

▲백록천지
천안캠퍼스는 백두대간을 따라 산맥이 내려져와 한누리관을 이루고 이곳에 다시 백두산 천지물이 용솟음쳐 올라, 한반도 전역을 구비구비 돌아 땅끝마을폭포로 이어지며, 다시 대한해협을 건너 상명대 수련원이 있는 한라산 백록담에 이르면서 우리겨례의 정기와 함께 상명이 대대로 이어져 간다는 의미의 백록천지이다.


▲커튼월 물의 광장
이곳은 어문대학앞에 위치해있어 회화나무를 배경으로 하고,물이 커튼형태로 떨어져 화합의 광장에 이르게 하는 기능을 한다. 봄가을에는 힙합공연,야외수업도 가능하며,겨울에는 지역어린이들을 위한 썰매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봉황소

청록제 신기숙사 뒤에 위치한 이곳은 '큰 인물을 배출하는 연못'이라는 뜻의 봉황소(鳳凰沼)라 명명하였다. 건물은 콘도형의 현대식이지만, 인물만은 역사적으로 큰일들을 할 젊은이들을 배출해 나갈 것이라는 강한 소망을 담고 있다.



▲안서동천

상명대 풍경 중 가장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안서동천(安棲洞天)은 공사전 하나의 계곡이었는데 나무와 풀, 돌 등을 이용해 과거의 아름다운 자연과 계류를 정원의 형태로서 재현하고자 노력하였다. 운동장 스탠드부분은 태조산의 산맥과 녹지축이 젊은이들이 뛰노는 운동장 하부까지 연결된다는 상징성을 내포한다.










▲ 상명대식물원
상명대 식물원은 본관건물 위 만국봉 자락아래 위치하여 젊은이들이 늘 자연을 접하면서 식물을 중심으로 한 자연과학에 가까이 다가갈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온대식물원의 대형폭포, 아열대식물원의 소형폭포, 실개천을 따라 양치식물지구, 관엽식물원지구, 선인장지구 등을 두었고, 벽면에는 상명인의 정의사랑, 창조의 무릉도원을 추구하는 상운웅비(祥雲雄飛)”라는 벽면녹화 디자인을 하였다.

나무에 가까이 다가갈때, 식물원 방문을 환영하는 새소리는 정서적 안정감과 휴게 장소로서의 기능을 제공한다. 향후 여기에는 실제 새도 길러 자연의 아름다운 소리도 들리도록 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명승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명승은 자연경관이나 문화재분야의 아주 중요한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명승의 보존도 보존이지만 지정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야 할 것이다. 스토리가 있는 정원들은 충분한 연구가 뒷받침이 있어야 명승으로 지정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껏 김학범교수(한경대), 이인규문화재위원장(서울대) 등 많은 분들이 노력해왔지만, 본인도 그러한 노력의 계승선상에서 더욱 열심히 하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명승을 지정하는데 있어서는 경치도 중요하지만, 대상지에 담긴 삶의 기록, 즉 스토리가 있는 역사자원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학문적으로는 명승에 대한 개념을 재정비하고, 외국의 명승지정사례에 대한 법규 및 제도, 지정기준, 스토리텔링이 있는 명승유형의 다양한 개발 등 명승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할 생각이다.

 

앞으로 개인적으로 무엇에 중점을 두며 생활할 것인지?

앞으로 개인적으로는 너무 바쁜 삶 속에서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아, 자신과 가족, 그리고 지금까지 나와 같이 했던 제자들, 또한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들을 좀더 많이 가지려 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나 자신이 좀 더 겸허한 마음으로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가톨릭정신에 의거하며 살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하여왔던 것을 책으로도 남기고 싶고, 좀더 이웃과 같이 하는 삶,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


인터뷰를 마치며...
앞으로 명승 지정 확대를 위해 우리 모두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아가 명승은 후손들에게 길이 전승해야할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인식시키고 보존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에 휴가 때 연인, 가족들과 함께 자연경치가 좋은 명승지 여행도 좋겠지만, 이야기가 있는 스토리텔링의 별서정원 등을 방문하여 경치를 보는 즐거움과 함께 생활명승으로서의 인문학적 서정을 동시에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까?


권지원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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