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
최영도의 유럽 미술관 산책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의 저자, 최영도 변호사는 “미술품 속에는 ‘자연과 역사, 예술과 문화, 종교와 철학, 이상과 현실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미술품에 매혹되는 이유도 그 속에 함축적인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가 이미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명 미술작품을 감상하기 전 탐구해야 할 시대적 배경과 인문학적 고찰, 나아가 30여년 동안 미술에 천착하여 왔던 저자의 통찰력이 이 한 권의 책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동안 미술사나 미술 감상에 관한 국내외 서적들을 탐독하여 소양을 넓혀 나갔다. 회화작품을 대할 때, 주제나 유파적 특징, 작품의 시대적·사회적 배경, 화가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작품에 얽힌 에피소드까지 찾아가며 회화탐구의 깊이를 쌓았던 것이다.
이 같은 시간이 중첩될수록 보이지 않던 것이 볼 수 있게 되었고, 느낄 수 없었던 것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미술 감상은 양이 아니라 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각지에 산재된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우피치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을 수차례씩 방문했던 저자는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선택적 감상’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수백점 수천 점씩 전시되어 있는 큰 미술관에서 다 보려고 욕심을 냈다가는 미술관을 나올 때 머리 속이 하얘져서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중략) 아무리 큰 미술관이라 하더라도 20점 이내의 작품만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감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은 루브르에서 19점, 오르세에서 20점, 피티에서 8점, 우피치에서 16점, 프라도에서 16점만 특별히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일례로 책에서는 세계적인 명화로 손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도 소개하고 있다. 모나리자는 입술 양쪽 끝을 살짝 올려서 알 듯 말 듯 한 신비로운 미소로 유명한 세기의 작품이다.
저자는 ‘바자리, 고티에, 페이터’라는 비평가들의 쓴 글부터 ‘모나리자’의 모델이 되는 리자 게라르디니(Lisa Gerardini) 부인의 가정생활,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창안하게 된 스푸마토 기법(물체의 윤곽을 명확하게 그리지 않고 마치 엷은 안개에 싸인 것처럼 희미하게 사라지도록 하여 사물의 경계선을 흐려버리는 기법), 키아로스쿠로 기법(전적으로 빛과 그림자, 색조의 명암 배분만으로 형체에 입체감을 주는 기법)에 대한 설명까지 명화를 둘러싼 다양한 고찰과 기록들을 입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결국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깊이있고 현명한 미술감상은 ‘선택과 집중’이 포함된 관람이다. 언뜻 멀리 돌아가는 듯해도, 가장 빨리 미술작품의 내면 속으로 도달하는 첩경이 바로 질적인 탐구라는 것이다. 전시장 길이만 20km에 소장품만 37만여점을 보유한 루브르 박물관에서 참다운 작품감상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애정과 학식을 가지고 작품에 대한 감상과 해설을 하면서도 현학적인 표현이나 전문적인 용어는 삼가고 대신 다양한 주제와 솔깃한 이야기들로 독자의 귀를 만족시키고 동시에 180컷에 달하는 도판으로 눈까지 즐겁게 해준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이 책에 대해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성실한 교양의 자세로 회화의 아름다움을 찾아 나선 감동어린 궤적의 실례를 담고 있다. 루브르, 오르세 등 미술관들에서 겉의 규모에 파묻히지 않고서 그림의 정수를 체험하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준다. 이 책을 통해서 이제 우리에게 다가오는 아름다운 울림에 눈과 귀를 공손히 기울여보자. 보려고 하는 만큼 우리는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다.”고 평하였다.
저자 최영도(崔永道)
저자는 예술과 문화에 대한 남다른 조예를 갖고 있는데, 이를 보여주듯 열정어린 저술 활동도 해왔다. 『토기 사랑 한평생』(2005, 학고재)은 토기에 대한 평생의 애정이 담긴 그의 반평생의 체취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그는 다른 컬렉터와 달리 토기 하나만을 집중적으로 수집했고, 이렇게 모은 토기 1,580점을 2001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여 세간을 놀라게 했다. 『참 듣기 좋은 소리』(2007, 학고재)는 클래식에 취해 살아온 마니아의 50년 음악감상기이다. 또한 세계문화유산 답사기인 『앙코르·티벳·돈황』(2003. 창비)을 펴내기도 했다. |
-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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