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마을, 물이 돌아가는 ‘물돌이마을’

[옛 길을 걷다]한국주택신문, 한문화사 공동기획
한국주택신문l시인 신광철l기사입력2010-08-29

경상북도 안동 하회마을, ‘하회河回’ 말 그대로 물이 돌아간다는 뜻을 가진 마을입니다. 우리말로는 한결 부드럽고 정감이 가는 물도리마을이지요. 우리말이 가진 어감이 가슴을 잠방잠방 적시게 하지 않나요. 낙동강 줄기가 마을을 휘감고 S자로 흐르며, 산들이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하회마을은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으로 마치 연꽃이 물 위에서 꽃을 피운 형상이라고 합니다.

낙동강은 안동 하회마을을 끌어안고서 넉넉해집니다. 안동 하회마을은 두 형제를 품고서야 완성이 됩니다.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 마을에 조선시대 성리학자 서애 유성룡의 후손인 풍산 유씨를 비롯해서 광주 안씨, 김해 허씨 등의 종친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씨족마을이지요. 골목골목 자연석을 끌어안고 서 있는 돌담과 능청스럽게 시간에 젖어 있는 골목길의 높낮이의 변화가 도란거리는 듯합니다.

기와집과 돌담과 길이 주고받으며 만들어내는 고즈넉한 풍경이 마음을 흐뭇하게 합니다. 포장되지 않은 언덕길은 하회마을을 찾는 이에게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하는 정감의 시간적인 후퇴를 발견하게 됩니다. 하회마을을 하회마을이게 하는 것은 하회탈과 하회마을만이 가진 역사성에서 찾아야 하겠지만, 두 형제를 만나게 되면서 완성됩니다. 
    

▲고와서 안쓰럽고 정다워서 미련이 남는 풍경이다. 안으로 마음을 다스린 고운 여인 같다. 시인 신경철의 표현.

하회마을에선 풍산 유씨 큰 종가인 ‘양진당’과 서애 유성룡의 종택인 ‘충효당’을 볼 수 있습니다. 양진당은 조선 선조 때의 문신이자 유성룡의 형인 유운룡의 종택이며 풍산 유씨 종가입니다. 유운룡의 아버지인 입암 유중영의 고택이라는 뜻으로 ‘입암고택立巖古宅’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하회마을에 있는 집들 중에 백미는 유성룡의 충효당입니다. 집으로 들어가 안채의 마루에 앉으면 한국적인 미학에 빠져들게 됩니다. 후원의 돌담이 후원으로 내어놓은 두 개의 문을 통해 문득 찾아와서는 풍경이 되는데 감동하게 됩니다. 우리의 집 구조는 두 개의 문화를 받아들인 까닭에 북방의 구들과 남방의 마루가 만나서 서로 상생의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건축양식이지요. 이 구들과 마루의 구조는 궁궐과 개인의 건축물 그리고 풍류를 즐기던 루와 각 그리고 정사 같은 곳에도 똑같이 적용되어 있음을 보게 됩니다.

하나의 건축물에 겨울과 여름의 공간이 서로 다른 공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문은 여름에는 완전 개방되어지는 특색이 있지요. 여러 번 언급했지만, 문을 횡으로 접고 접은 문을 들어서 상부에 걸어두면 문 자체가 가진 멋스러움과 함께 풍격이 찾아옵니다. 풍경을 내부로 끌어들여 하나의 액자처럼 보이는 한국적인 정취는 기막힌 조화와 자연과 사람의 만남의 공간을 마련해줍니다. 충효당이 바로 그런 조화로운 후원의 풍경을 마루로 끌어들이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안동 하회마을의 원지정사에 가서 앉으면 부용대가 방안으로 들어와 있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방안이, 방안이 아니라 부용대와 같은 공간에 앉아있는 착각을 불러오게 합니다. 방이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열린 공간임을 알게 됩니다. 한국적인 건축의 특징이 안과 밖이 하나의 풍경과 공간을 만들어내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아주 묘한 건축구조지요.

부용대를 중심으로 만송정 솔숲 건너편 상류 쪽에는 유운룡의 겸암정사가 보일 듯 말 듯 자리하고 있고, 하류 쪽인 하회마을과 부용대를 오가는 나루터 건너편에는 옥연정사가 키를 낮추어 조용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부용대 위쪽으로 올라가 하회마을을 바라보면 낙동강이 하회마을을 감아 도는 풍경과 하회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곳에 오르지 않고는 하회마을을 다 보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가장 하회마을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난감해지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마을 중심에 있는 서낭당을 방문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마을 남촌댁에서 양진당으로 향하는 중심로에서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난 조그만 골목길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만큼 좁지요. 은밀한 장소이기 때문인데 들어서는 순간 색다른 느낌이 들 겁니다. 삼신당 신목의 출현이 그렇습니다. 고목의 위압적인 크기와 나무를 두르고 있는 하얀 기원문들이 압권이거든요. 안동은 한국 속의 작은 한국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하지만,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보면 아무리 깊은 뜻도 지나쳐버리니 공부하고 가시면 안동의 진가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미술사학자 유홍준의 평처럼 “남도 답사 일번지는 따뜻한 고향의 품, 외갓집의 편안함, 정겨운 이웃을 생각하게 하고, 영남 답사 일번지는 지적인 엄숙성, 전통의 저력, 공동체적인 삶의 힘을 연상케 한다.”는 말의 의미를 새겨봄직 합니다.


▲양반가 답게 잘 다듬어져 있다. 적요가 길에 흠씬 젖어 있다.


*본 기사는 옛 주택과 마을의 생생한 모습을 독자에게 전하기 위해 시인 신광철이 직접 전국을 답사하며 수록한 책 ‘옛 길을 걷다(한문화사, 2010년)’에서 저자의 동의를 얻어 발췌/정리한 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한국주택신문(www.
housingnews.co.kr)

시인 신광철  ·  한국주택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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