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자벌레의 세상 보기
서울대학교 황기원 교수 지음
52편의 짧은 글들로 이뤄진 ‘자벌레의 세상 보기’는 땅과 집, 건축과 환경에 관한 저자의 독특한 철학과 생각들을 해박한 지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특히 서양에서 인치웜(inchworm)으로 불리며 기하학자와 측량가의 별명을 가진 ‘자벌레’의 눈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이 재미있다. 자벌레가 된 황기원 교수는 우리가 어릴 적 잠깐 배웠다가 잊어버린 유클리드 기하학을 다시 상기시키며 점과 선, 면과 형태라는 기하학적 무늬들이 지닌 건축적 의미들을 설명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땅과 맺어온 생태적‧역사 문화적 관계에서 시작해 인간의 삶터에 알맞은 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땅 위에 들어선 집들은 어떤 환경적‧ 생태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밝힌다. 나아가 건축 전문가가 아니라면 잘 모르거나 지나치기 쉬운 집의 이모저모, 즉 지붕, 벽과 기둥, 마당과 울타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땅이나 집과 관련된 말들의 어원을 한자와 영어 등에서 찾아 풀이함으로써 우리가 무심코 쓰는 건축과 환경 용어들의 의미를 분명히 되새긴다.
이 책은 전체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자벌레의 기하학’에서는 유클리드 기하학을 통해 건축의 기초가 되는 점, 선, 면, 각도, 공간 등의 개념을 적절한 예와 함께 설명한다. 2장 ‘자벌레의 땅’에서는 우리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땅의 모든 것, 즉 그 개념과 현대적 쓰임을 소개한다. 3장 ‘자벌레의 집 안’과 4장 ‘자벌레의 집 밖’에서는 우리가 거주하는 ‘집’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집의 형태, 기하학적 의미, 땅과의 관계, 인류 문화사적 의의 들을 차례로 설명한다. 마지막 5장 ‘자벌레의 삶과 경계’에서는 현대 인류의 주요 거주 방식인 ‘머물며 사는 삶’과 요즘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떠도는 삶’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그 속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웰빙과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저자 소개
황기원
1948년 대구에서 태어나, 1963년 이래 서울에서 살고 있다. 건축(서울대), 도시계획(서울대), 도시설계(하버드대), 조경(하버드대)을 공부했다. KIST 지역개발연구소 도시설계 연구실장을 지냈고, 1981년부터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에서 30여 년간 경관의 해석, 한국의 문화경관, 정주해석학, 환경설계사특론 등을 가르쳤으며, 학과장과 원장을 역임했다. 2013년 옥조근정훈장을 받으며 정년을 맞았고, 현재는 명예교수다.
신행정수도, 독립기념관, 올림픽 공원, 파리 공원, 평창 이효석 문학 마을, 원주 박경리 선생 기념 공원, 세종대왕 테마파크 등의 주제 공원 기본 계획과 일산 출판문화산업단지, 파주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대전 엑스포, 코엑스, 잠실, 대학로, 정주 시 이미지, 서울대 캠퍼스 등의 계획과 설계에 참여했다.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기여했다.
「투시하는 세계」 등 100여 편의 논문이 있고, ‘책 같은 도시, 도시 같은 책’, ‘도시락 맛보기’, ‘한국 행락문화의 변천 과정’, ‘경관의 해석’, ‘조선조 정원의 원형’(공저), ‘땅과 한국인의 삶’(공저), ‘고려 개경의 문화유산적 가치와 보존’(공저) 등 40여 권의 저서가 있다.
지은이_황기원 지음 | 펴낸곳_ 도서출판 학고재 | 발행일_2013.5.30 | 페이지_392쪽 | 정가_ 20,000원 | 문의_02-745-1722
- 글 _ 서신혜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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