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종 공원조성과장 ‘공원은 기획에서 출발’

[권지원 기자의 공원녹지행정 탐방]서울특별시 푸른도시국을 가다③
라펜트l권지원 기자l기사입력2011-08-09

조경설계와 시공에 익숙한 우리에게, 공원기획은 낯선 단어이고 과정이다. 하지만 서울시 대부분의 공원이 이러한 기획의 과정을 거쳐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다. 푸른도시국 공원조성과는 서울시 공원조성의 중심 사령탑으로서 공원기획을 비롯한 조성전반에 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있다. 서울의 공원들이 이곳을 거쳐 하나하나 만들어지는 것이다.

 

최윤종 서울시 공원조성과장은 공원을 요리에 비유하면서 '공원기획은 각종 재료를 준비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설계와 시공자가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는 배경이 되어주는 등, 시민들이 향유하는 공원조성 프로세스의 중심에 공원기획이 있다는 것이다.

 

기획은 창조와 생성이란 키워드와 맞닿아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니만큼, 실무자 입장에선 많은 고민과 보이지 않는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가 변화하고, 시민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게 된다는 직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를 들으며 공원조성 사무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사명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최윤종 공원조성과장

 

[인터뷰]최윤종 공원조성과장

사업을 하나하나 마치고, 달라지는 서울의 모습과 시민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았을 때 보람을 느낀다

 

공원녹지 행정가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해 최윤종 과장은 다음과 같이 술회했다. 오랜 시간 서울의 공원녹지 행정을 처리하며, 그의 손을 거쳐갔던 공원도 한둘이 아닐 터. 더욱이 공원조성에 대한 사무전반을 아우르는 핵심적인 자리에 있기 때문에 변화되는 서울에 대한 최윤종 과장의 감회도 남다를 것이다. 최윤종 과장에게 공원조성과의 추진업무와, 그의 소신, 그리고 공원조성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물어보았다.

 

공원조성과에서 수행하는 공원기획이란 무엇인가?

공원기획이란 공원의 방향을 잡는 것이다. 더불어 공원조성 전반에 걸쳐 행정적인 절차를 밟는 과정 모두가 공원기획이자 공원조성과의 역할이다.

 

예를들어, 중랑천에 캠핑숲을 만든다는 결정에서 시작해 위치와 큰 형태를 잡는 것, 그에 따른 예산, 심사, 설계 등의 일련의 행정절차까지 거쳐야지만 설계자와 시공자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즉 디자이너가 붓을 들기까지 재료와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우리 공원조성과의 역할이다. 경의선, 경춘선 공원화 사업에선 우리 개발팀이 직접 시공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공원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준비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렵다. 그래서 때론 좌절을 겪기도 한다.

 

공원 코디네이터로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즐겁고 행복해 질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경춘선 폐선부지 공원화 사업

 

기억에 남는 사업은?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이 상암동 월드컵공원의 담당을 맡았을 때이다. 그 중에서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을 주로 맡아 진행하였다. 특히 노을공원을 녹지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최초 컨셉을 잡는 부분에서 공원화와 골프장 조성에 대한 찬반이 정확히 반으로 갈렸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 노을공원은 골프장에서 시작하였고, 시간이 지나 다시 시민공원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 속에서 공원녹지의 정책적 수요가 변화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2002 7월에 개원한 강서습지생태공원도 기억에 남는다. 사실 이곳의 최초 명칭은 강서조류생태공원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대상지가 김포공항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한다는 이유(직선거리로 2km가 되지 않는다)로 조류유치시설을 만들지 못하게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의 명칭을 바꾸고, 조류가 위치할 수 있는 유인시설을 최소화하여, 습지생태공원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생태부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유치하라는 정부의 요청이 늘고 있지만, 2002년 당시로서는 정부의 반대로 생태공원 조성에 난항을 겪었다. 첫 단추를 끼우는 과정은 어려웠지만, 그만큼 보람된 작업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서서울호수공원은 설계자의 아이디어가 참신했다. 대상지는 동네 어린이가 그리는 비행기의 모습이 비행기 배면모습일 정도로 공항과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소음 때문에 규제도 많았던 지역이기도 했다. 하지만 비행기가 지나가면 그것에 맞춰서 호수에서 분수가 나오도록 설계함으로써 소음을 즐거움으로 바꾸어 놓았다. 역발상이었던 것이다.

 


서서울호수공원의 소리분수(사진:손석범 기자)

 

공원조성과에서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를 소관하고 있는데?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는 도시계획위원회가 지정한 공원결정 부지를 어떻게 공원을 꾸밀지에 대해 결정하는 기구이다. 위원회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조경을 비롯해, 문화, 건축, 디자인, 복지 관련 전문가 총 25명이 위원으로 위촉되어있다.

 

이곳에서는 공원조성계획이 입안되어 올라오면, 이에 대한 그림이 맞다 틀리다, 아니면 수정사항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또 결정한다.

 

예를 들면, 공원 속에 건축물을 설치할 경우, 외관상 건축물이 유독 눈에 띄었을 경우, 이에 대한 수정을 가하는 것이 해당 위원회의 역할이다. 물론 건물 내부엔 최신식 설비를 갖추고, 쾌적한 공간이 되게끔 배려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외관만큼은 자연배경과 어우러지게 톤을 낮추어야 한다.


공원의 주인공은 자연이지 건축물이 아니다. 건축물이 공원 속에 주요경관요소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서울시의 생각이다.

 

이러한 심의부문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바로 도시공원위원회이다.

 




북서울꿈의숲 건축물의 최초 설계안()과 지금의 모습(아래). 자연에 안기는 외관 색채에 변화를 주어 공원 속 건축물이 되도록 했다

 

현재 사업진행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현재 가장 어려운 것이 장기미집행부지의 토지보상 문제이다. 어떤 토지는 한 필지에 1,000명이 넘는 소유주가 있는 곳도 있다. 1980년대 중반, 주택조합 붐이 일었을 당시, 공원용지인 줄 모르고, 한 사람이 땅을 구입해 분양을 했던 것이다. 토지소유주의 민원을 해결하고, 공원용지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다.

 

반대로 지역주민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공원조성을 요구하는 흐름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포구 성미산이다. 생태계 보전을 위해 주민들이 직접 공원조성을 시에 건의했던 것이다.

 

업무에 대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지?

학교공원화 사업, 옥상녹화, 생명의나무 1000만 그루 심기 등, 서울시의 공원녹지 정책은 전국 공원녹지 정책에 하나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하였다. 현재는 인터넷의 발달로 전국 시도간의 정보공유가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과거에는 다른 지역 공원녹지 공무원들이 서울시로 직접 찾아와 공원녹지 정책을 참고하기도 했다. 그래서 서울시 푸른도시국의 관계 공무원들은 각자의 업무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본인이 기획했던 공원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을 때 느끼는 희열은 진정 특별한 경험이다. 더욱이 시민들의 생활에 행복을 안겨주는 공원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그 기쁨은 두 배가 된다.

 

6월 23전국 시·도 공원녹지협의회 워크숍에서 최윤종 과장. 그는 본 협의회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끝으로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이 있다면?

서울시는 일정규모 이상의 대상지를 공원이나 공공공간으로 조성하기 전에 현상공모를 시행한다. 최근 현상설계에 올라오는 작품들을 보면, 화려한 외관에 치중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실제의 모습과 괴리된 모습의 설계안이지만,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보완책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시는 공모위원회와 설계자와 상의하에 설계안의 군살을 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장소에 왜 이러한 설계가 잡혀있는지 등, 설계의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실현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어 변화를 주고 있다.

 

단순히 외형이 보기 좋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연에 얼마나 조화되며, 시민들의 생활이 얼마나 잘 반영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본인은 학부에서 임학을 전공하였고, 미국에서 여가학을 배웠다. 이러한 학문을 학습하며 느꼈던 것이, 여가학은 사회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는 사람의 행동과 생활패턴, 즉 사회와 문화가 공원조성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앞으로는 공원이란 하드웨어만큼, ‘이 곳에 왜 사람이 많이 몰리는지와 같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심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공원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조경가에게도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훌륭한 디자인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향후 강서구 우장산, 용산구 응봉근린공원, 관악산 청룡산 지구 등 3곳에 내년부터 2014년까지 차례로 '유아숲체험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
유아숲체험장'은 총 3만 제곱미터 규모로 동·식물 등 자연환경이 잘 보전돼 있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친환경 놀이터와 낮잠을 자거나 놀이활동을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자연과 멀리 떨어져서 생활하는 어린이들에게 살아있는 자연을 경험시켜 준다는 점에서 그 조성의미를 짚어볼 수 있겠다.

 

사실 오래 전부터 시민을 위한 숲체험공원을 꼭 한번 만들고 싶었다. 결국 유아숲체험장 사업을 추진하게 됨으로써 평소 바래왔던 꿈을 한가지 이루게 된 셈이다. 서울시민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동시에, 자신의 꿈도 실현시킬 수 있는 지금의 공원녹지 업무에 강한 자긍심과 보람을 느낀다.

 


캐나다 자연소재의 운동시설


[공원조성과 자유발언대]

정리 나창호 기자


권지원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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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w6738@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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