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도시숲 설계공모 대상 ‘경희대 조경학과팀’
“힘들 땐, 설렁탕 한 그릇 먹고 기운냈죠”
경희대 환경조경디자인학과팀
“주민은 물론, 자연도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부터 개념을 잡아나갔습니다”
쓰레기매립장이었던 대상지(전주시 덕진구 우아동 일원)에 도시숲을 조성해 자연생태학습장의 활용을 제안한 경희대 환경조경디자인학과팀(김유희, 김수지, 배혜림, 백지현, 이소희)의 설명이다.
경희대 팀은 지난달 28일 산림청 주최 ‘제3회 대한민국 도시숲 설계 공모전’에서, ‘숨, 기새기’란 작품을 제출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숨, 기새기’중 ‘숨,’은 지쳐있는 대상지에 숨을 쉬게 해 휴식을 취하게 한다는 의미이고, ‘숨기새기’숨바꼭질의 전라도 방언으로 방문객이 숨어있는 자연을 찾는다는 뜻이 담겨있다. 자연과 인간을 포괄하는 중의적인 표현이 이채롭다.
서면으로 진행되었던 경희대 팀과의 인터뷰에서 흥미로웠던 사실은 산림청의 도시숲 공모전 공식발표 이전에, 페이스북(www.facebook.com/lafent)을 통해 당선소식과 당선팀을 확인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희대 팀과의 접촉부터 서면인터뷰를 주고받은 것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소셜네트워크의 위력을 새삼 확인한 순간이다.
좌측부터 김수지, 김유희, 배혜림, 백지현, 이소희
많은 조경학과 학생이 도전하는 도시숲 설계공모에서 대상을 차지했는데, 수상소감은?
김유희_ 대상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팀원들과 합숙하면서 공모전을 준비했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습니다. 주변에서 응원해준 친구들, 그리고 설계의 프로세스를 잘 꾸며나갈 수 있도록 가르쳐주신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견충돌 없이 즐겁게 임했던 팀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김수지_수상소식을 듣고 놀랐습니다. 기쁨도 크지만 한 편으론 쑥스럽고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제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는 한 분, 저를 위해 기도해주는 가족, 그리고 모든 벗님들 감사합니다♥
배혜림_ 공모전 경험도 많지 않은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아서 무척이나 영광되고 기쁩니다.^^ 앞으로 더 공부하고 열심히 하라는 의미겠죠? 함께 공모전을 준비했던 친구들아,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 여러모로 신경을 써주신 부모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더 노력하고 발전하는 조경학도가 되겠습니다!
백지현_ 정말 얼떨떨하고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먼저 주님께 감사드리고, 같이 고생한 팀원들한테 너무 고맙고, 지금까지 많은 가르침을 주신 학과 교수님들께도 깊은 감사드립니다.
또 저희에게 이런 큰 상을 주신 산림청 관계자 여러분과 심사위원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인사을 드립니다.
이소희_ 예상치 못한 수상을 하게 되어서 너무 기쁩니다. 상을 받은 후에도 얼떨떨하고 주변에서 너무 축하해주니 민망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같이 한 팀원들이 제일 고맙고, 노트북을 빌려준 분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전주 답사에서
설계과정 전반에 대해(구상, 개념잡기, 설계)
처음 구상을 할 때 먼저 이 공모전의 취지인 도시에서 주민들의 휴식과 여가생활을 위한 숲을 만든다는 것과 기존 쓰레기매립장에서 생태학습장으로 바꿨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의 휴식과 더불어 자연도 휴식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해, 숨을 쉬어야 한다는 것을 기본 개념으로 잡았습니다. 또, 숨어있던 자연을 찾고, 숨을 쉬면서도 재미를 주어서 사람들의 방문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중의적인 뜻으로 숨바꼭질을 떠올리게 되었고 그것을 전라도 방언으로 바꿔 ‘숨기새기‘를 컨셉으로 정했습니다.
설계는 숨을 쉰다는 형태를 쉼표로 나타내는 것이 개념을 잘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쉼표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기본 형태를 정하였습니다.
회의 및 구상
설계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김유희_ 합숙을 하면서 햄버거가 너무 먹고 싶었던 우리는 도저히 밖에 나갈 수 있는 행색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시간절약을 위해 작업을 하면서 햄버거를 배달시켜 먹기로 했습니다. 꼼꼼한 우리는 맛과 양, 칼로리까지 따져가며 메뉴를 정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여러 햄버거 가게에 배달을 시도해 보았지만 배달가능지역이 아니라면서 모두 실패하였지요.
우리는 포기할까 했지만, 결국 사다리타기를 통해 대표로 2명이 직접 구입해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이렇게 기대할 상황이 벌어질 때면 ‘햄버거 사건’을 회상하며 많이 웃곤 한답니다.
김수지_ 아무리 힘들고 고단해도 밥 한번 거르지 않았다는 사실(5명 모두)이 새삼 기억에 납니다. 처음 패널을 출력했을 때 모두들 큰 실망을 하고, 순간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우리는 바로 설렁탕을 먹고 기운을 차렸습니다. 역시 한국인의 힘은 밥인가봐요.:-)
배혜림_ 가장 큰 사건은 합숙하면서 일어난 햄버거 사태 같습니다.
그 덕분에 그 뒤에도 뭘 하든 괜한 자신감과 기대로 김칫국 마실 일은 자제할 수 있었고. 계속 부족함을 채워 넣으면서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백지현_ 특별한 일보다는, 팀원들끼리 합숙하면서 같이 이야기 나누며 야식도 먹었던 소소한 일들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이소희_ 추석연휴를 끼면서 공모전을 준비했기 때문에 각자 집에서 가져온 명절음식을 먹으면서 한 것이 꽤 추억거리가 됐습니다. 대상지인 전주로 답사갔을 때, 묵었던 숙소의 주인이 많은 조언을 해주어서 도움을 받았던 기억도 나면서, 즐겁게 공모전을 준비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김유희_ 현재 휴학한 상태라, 복학하기 전까지 조경에 관한 책과 정보를 많이 접하고 싶고, 다양한 분야로의 공모전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김수지_ 다른 친구들은 지금 휴학 중이고, 저는 지금 3학년 2학기 입니다. 배워야 할 것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조경을 통해 과연 어떠한 일을 기쁘게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어떠한 기쁨을 줄 수 있을 지 심도깊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제 출발선을 막 떠난 것 같습니다. 손끝으로 지은 것들이 마음 끝에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지요 :)
배혜림_ 지금 휴학 중인데, 내년 복학 전까지 남은 기간 동안 여행을 많이 다녀보고 싶습니다. 더 많이 보고 느끼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큰 목표입니다.
백지현_ 여기서 만족해 자만하지 않고, 더 실력을 갈고 닦아 훌륭한 조경인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이소희_ 현재 준비중인 조경기사 시험을 잘봐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내년에는 또 다른 공모전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공모전 등 여러가지로 바쁘게 지내서, 이번 겨울에 여행도 다니면서 여유를 즐기고 싶습니다.
시상식(이돈구 산림청장과 함께)
작품설명
[숨, 기새기 – 대상작 보러가기]
-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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