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명사특강]서원우 박사의 나무와 문학[제13회]

시시(詩詩)한 나무이야기 ⑬
라펜트l강진솔 기자l기사입력2012-01-27

25. 봄을 기다리는 겨울나무

 

한겨울의 눈 덮인 산야가 새봄을 기다리며 꿈꾸는 하얀 추상화의 세상인 듯 새해를 상서롭게 시작하는 소망의 계절로 다시 돌아왔다. 더욱이 올해는 음력의 간지로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흑룡의 해로 더욱 상서로운 해가 될 것 이라는 기대감에 부푼 한해이다. 또한 새해가 시작됨은 아무런 흔적 없이 영원으로 흘러가는 자연의 흐름을 나무만이 내면에 세월의 흔적과 그윽한 산수의 추상화를 그리지만 인간은 시간으로 분절하여 인식하는 것은 과거를 돌아보며 현재를 확인하고 미래를 새롭게 하려는 의미일 것이다.

 

그동안 앙상하게 텅 빈숲에는 상록인 침엽수류가 대신하여 삭막함을 매우고 있지만 그중에서 특히 소나무와 잣나무가 있기에 포근하고 정겹게 느껴지고 있다. 또한 상록수에 못지않게 맨몸으로 눈보라를 맞고 꿋꿋이 참고 견디는 참나무와 자작나무도 함께 하기에 청백과 음양의 조화인 듯 봄을 기다리고 있어 흐뭇하다. 특히 그 어떤 나무보다도 소나무와 참나무는 우리의 산하를 지켜오고 있는 생태계의 반려자인 동시에 주도적으로 국토의 숲 땅을 지켜오고 있어 우리의 의식주와 일상생활은 물론 시가문학에 이르기 까지 정신문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은 전편에서 기술한바 있다.

 

삭풍이 휘몰아치는 추운 때가 아니면 소나무와 잣나무의 남다른 고고한 기상을 알아 볼 수 없듯이 또한 펑펑 쏟아지는 눈보라를 맞는 참나무의 강인 한 인내는 나무 그 이상의 정감을 들게 한다. 그래서 소나무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 전해지고, 참나무는 혹독한 추위를 겪을수록 더욱 강인한 내면의 재질로 성숙된다. 이는 우리 문화의 뿌리가 목조문화에 근거한 연유가 되었고, 나아가 신수사상이나 민속신앙에 까지 영향을 끼쳐서 각 마을마다 안녕과 기복의 상징물로 나무를 소재로 한 여러 모양의 조형물이 사람과 나무의 상호의존미를 나타내고 있다.

 

겨울 산을 지키는 소나무와 참나무는 하늘을 향한 희망과 수직성의 고고한 기상이며 대지를 지탱하는 숲 땅의 수평적 상징이다. 그래서 정초에 마을입구마다 새우는나무장승은 마을의 수호신이고솟대는 마을의 인재 등용과 풍년을 염원하는 기복의 상징물로 전해지고 있는 것은 아마도 나무에 기대하는 목조문화의 뿌리 일 것이다. 따라서 소나무처럼 세파에 의연하고 참나무처럼 역경에 인내한다면 겨울이 깊을수록 봄은 멀지 않을 것이다.
 



 



사진 좌 : 제주대 열대식물학과 김문홍 교수 제공 | 사진 우 : ()신정조경 허남태 회장 제공





사진 : 전북 정읍시 산외면사무소의 송정민 씨 제공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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