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세계문화유산 추진, 조경은 관심밖?

[인터뷰]홍광표 동국대학교 사찰조경연구소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2-02-17



세계문화유산, 낯익은 단어이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조선왕릉 40기' 전체를 등재시킨 주역이 바로 이창환 교수(상지영서대)를 위시한 조경이었기 때문이다.

세계유산이란,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들을 의미하며, 그 중 세계문화유산이란 시대별 사회와 지역, 문화를 반영하는 주거지와 마을, 문화경관 등을 가리킨다.

단순히 규모와 역사성만을 놓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에는 없는 우리만의 특수한 자연과 역사, 문화가 반영된 부동산이 바로 세계문화유산의 등재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핵심은 대상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판단하는 과정이다. 조경전문가의 역할이 강조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한국의 서원이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전 단계인 잠정목록에 포함되었다는 기사를 라펜트를 통해 보도였다. 정부 국가브랜드위원회가 한국의 사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지난 16일 동국대학교 사찰조경연구소(소장 홍광표)는 '한국사찰의 세계문화유산등재, 무엇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하지만 이번 학술대회의 개최는 단순히 보여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홍광표 교수(동국대 조경학과)는 "현재 국가브랜드위원회가 한국사찰 세계문화유산등재를 추진하고 있지만, 그 속에 조경전문가가 단 한명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한국사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과정에서, 조경가의 제자리 찾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아래, 이번 학술회의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게 된 것이다.

[인터뷰]홍광표 소장(동국대학교 사찰조경연구소)

세계문화유산 등재, 왜 조경인가?
조경계는 조선왕릉 40기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킴으로써 역량을 보여주었다. 한국사찰에서도 조경분야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경관을 다루는 조경분야가 관여되는 것이 어마어마하다. 단지 우리가 나서지 않고 있는 것뿐이다.

인접분야와 보는 관점도 다르다. 우리는 문화유산으로서, 전체적인 맥락에서 사찰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진정성 측면에서 사찰 일부가 훼손되었다고 문화유산이 어려울 것이라는 건축 전문가와 보는 눈높이가 다르다.

우리의 경우, 경관의 전반적인 맥락을 타고, 중심 일곽의 진정성이 유지되었다고 판단되면 문화경관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논지이다.

앞으로 동국대 사찰조경연구소가 한국사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반면
문화재청은 왜 이렇게 서둘러 진행 하느냐는 식으로 말한다. 하지만 지금도 정부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는 사업진행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핵심이 되는 조경전문가의 참여없이 인접분야 전문가들이 앉아서 문화유산등재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사찰만이 아니라 조경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브랜드위원회와 함께 실질적으로 등재추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이코모스위원회에도 많은 조경전문가가 위원으로 소속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경가가 문화유산등재에 참여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우리가 스스로 나서서 우리의 영역을 찾아야 한다. 실제 사찰에서 조경분야가 할 일이 많다. 조경분야에서 사찰경관을 연구하지 않으면, 누가 한국사찰의 세계문화유산적 가치를 이야기 하겠느냐는 말이다.

자연과 문화경관과 같은 복합적 상관성을 가지고 한국사찰은 그 고유의 형태를 빚어 내었다.

실제 우리나라의 사찰과 같은 형식을 가진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 우리 고유의 자연환경적 특성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소위 문화라는 것과 결합하여 한국 사찰의 형태를 완성시켰다. 다분히 조경적으로 연구해야 할 분야이고 규명해야 할 문제인데, 우리가 전혀 배재되어서 이야기조차 꺼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조경이 적극 나설 때 

세계문화유산에 한국사찰을 등재하기위해 앞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동국대 사찰조경연구소와 전통조경학회와 연계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다가오는 전통조경학회 정기총회에서도 관련논의를 부각시킬 방침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한국사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연구위원회 구성도 추진할 예정이다. 
 

그동안 정기호 교수(성균관대), 허준 교수(우석대)와 함께 사찰관련 연구를 진행해왔고, 그 성과물을 책으로도 발간할 계획이다.

더불어 실질적인 등재 단체인 이코모스 한국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경학과 교수진들의 힘을 결집해야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추진위원회는 종단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찰의 주인은 스님이기 때문이다종단과의 동국대 사찰조경연구소가 핫라인을 구성할 수 있다는 이점도 생긴다
 

종단에서도 세계문화유산등재에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밝혔다. 한국교수불자연합회 회장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전해왔다.

한국문화이기도 하지만, 한국사찰문화를 선양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스님이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다른 사업과 달리 스님들의 생활과 연결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단순히 지자체 차원에서만 움직여서는 성공가능성이 희박하다.


 
가만히 있어서는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 조경은 결집된 힘을 조선왕릉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통해 보여주었다. 이번을 계기로 같은 성과를 다시 한번 재확인 시켜줌으로써 연속성을 이어가게 된다면, 결국 조경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모두가 끊임없이 참여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찰이 가진 경관적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는 분야는 조경밖에 없다. 우리가 나서서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 당위성은 충분하다.

 

조경인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주어야 한다. 최근 서원이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되었다. 앞으로 습지도 추진될 것이란 소리도 들린다.

관련분야에 있어서 조경가가 힘을 모아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집단으로 표출할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우선 연구위원회 구성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조경 뿐만아니라 건축, 불교계, 문화재위원, 이코모스 위원까지 포함시켜, 기본틀을 우리가 만들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제외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속성이 중요하다.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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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20n@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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