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학에서 발견한 ‘조경의 길’ [1]

[인터뷰]김원현 박사(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대학)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2-03-11

과거 우리가 독일로부터 주목했던 것. 바로 라인강의 기적으로 표현되는 경제성장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는 다시 한 번, 독일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에는 도시이다.

 

도시관련 세미나와 정부시책에서 독일은 지속가능성, 생태, 환경, 그리고 도시재생 등 수많은 인용과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최근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대학 도시계획학과 조경 및 공간계획연구소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온 한국인 조경가가 있다. 바로 김원현 박사이다.

 

그곳에서 그는 지구온난화를 대비한 그린시티, 특히 문화조경이 생태도시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연구를 수년 동안 진행하였다.

그래서 생태 선진국 독일에서 수행했던 그의 연구내용이, 우리의 천편일률적인 도시재생과 재개발 사업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은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많은 조경학도의 관심 국가로 부상하는, 독일에서의 유학생활도 중요한 이슈거리였다.

 

12() 13(), 양일에 걸쳐 게재되는 김원현 박사와의 인터뷰는 독일에서의 유학생활, 그곳에서의 연구성과와 한국에서의 적용가능성. 이렇게 두 가지 주제를 가지고 진행되었다.


김원현 박사(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대학)

긴 유학생활을 마치고 고국에 돌아온 소감은?

일단은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듭니다. 그 오랜 시간을, 쉽지 않은 장소에서 견디고 들어왔다는 사실이 참으로 다행이다 싶습니다.

 

그동안 몇 차례 고국 방문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공부를 마치기 위해, 다시 독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여정이었죠. 이제 그런 날이 없다는 게 홀가분하고 좋습니다. 하지만 아직 실감은 나지 않네요.

 

독일 유학을 준비하고, 그 곳에서 생활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독일의 유학사례는 어느 것 하나 실질적으로 적용할 것이 없었습니다. 비교적 여러사람에게 물어도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대답이그때그때 달라요였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내는데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독일유학원이 생기고 관심도 높아져 어려움이 꽤나 줄어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 현지에서의 유학환경은 아직도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독일 유학에 필요한 준비사항이 사실 많지는 않습니다. 대개 현지에서 부딪혀 얻게 되는 경우가 가장 정확하고 확실한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독일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기다림이었습니다. 빨리빨리에 익숙해 있는 우리로서는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문화이기도 합니다.

 

독일인들은 시간에 대한 관념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느긋합니다. 아니 오히려 이런 부분에 대한 스트레스를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입니다. 그래서 독일에서의 생활은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일례로 인터넷을 신청하고 사용을 하기까지 최소 2주일이 소요되고, 웬만한 관공서에서의 대답은 몇 달씩 걸리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아예 안 되는 것도 아니니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물론 성질 급한 우리 한국인은 그걸 기다리지 못해 방문을 수십 번, 전화를 수백 통 해댑니다. 그래서 다른 외국인들보다는 대개의 경우 조금 빨리 대답을 얻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무튼 독일에 유학을 가시거나 생활할 기회가 생긴다면 이기다림의 미학을 즐길 줄 아셔야 할 것입니다.

 

독일 유학을 준비하는 조경학도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독일 유학은 다른 국가에서의 교육시스템과 달리 공부의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석사과정의 경우 학교에서 요구하는 학점이 있기 때문에 졸업에 대한 강제성이 주어집니다. 따라서 자기 목표관리를 뚜렷이 수립할 수도 있죠. 이에 반해 박사과정은 오로지 논문과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그 끝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고 석사과정이 쉽다고 볼 수 없습니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시험수준이 높고, 종류도 구술시험 같은 형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녹록하지 않은 것이죠 . 그래서 학교에서 제시하는 과정을 시간에 맞춰서 졸업하기란 독일학생들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박사과정은 이런 과정 자체가 없어 도서관에서 논문이 완성될 때까지 몇 년이고 앉아서 버텨야 합니다. 본인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빠져 결국 고개를 숙이는 분들을 유학기간 동안 많이 보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어려운 독일 유학을 헤쳐 나가고자 한다면, 우선 나 자신이 여기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서나 알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신이 스스로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은 본인이 조경이라는 학문에 대한 배움의 열정이 얼마나 큰 가를 잣대로 삼아야 합니다. 이것이 있으면 본인의 삶에 순응할 수 있고, 도전만으로도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학은 적게는 20대 중반에서 많게는 40대 초반까지의 인생의 황금기를 투자하는 아주 중요하고도 진지한 도전이자 크나큰 모험입니다. 이러한 인생의 큰 사건을 극복하는 방법은 조경이라는 학문에 대한 순수한 동기부여입니다.

 

어찌 보면 보편적인 일반론으로 비쳐질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불순한 동기로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감내하기에는 결코 녹록하지 않을 것이란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유학생활 중 가장 지치고 힘들고, 또 바닥까지 떨어지는 비참함을 맛보게 되었을 때, 나를 온전히 지켜주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은 내 안에 숨은 순수한 동기부여를 통한 열정이었습니다. 순수한 동기를 잃은 열정은 욕심에 불과하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욕심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 자신을 괴롭히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독일 유학을 준비하시는 조경학도 여러분 모두 깨어지지 않는 다이아몬드 같은 순수한 동기를 가진 열정으로 커다란 열매를 한 아름 가슴에 품고 올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하펜시티 잔토어카이 공원
 

오랜 유학생활 동안 고국에 대한 향수도 컸을 것 같다  

사실 유학생활을 하면서 걱정이 되었던 부분이 바로 오랜 유학기간이 끝나고 나면 과연 나를 사람들이 기억해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독일에서의 유학생활이라는 것이, 한국을 방문하기도 쉽지 않고 그곳 소식을 접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죠. 인터넷의 발달로 이런 부분들이 상당수 해소된 것은 사실입니다. 오히려 독일 자취방에서 한국 소식을 먼저 알고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소개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조경에 국한되는 정보나 뉴스라는 것은 사실 일부러 찾지 않으면 얻기 쉽지 않은 것들이었습니다. 물론 유학초기부터 월간 환경과조경의 해외리포터로 활동하며 상당량의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지만, 월간으로 출판되는 잡지 성격상 급변하는 조경계 소식을 발 빠르게 교류할 수 있는 부분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 라펜트(lafent)는 양자간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면서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상당히 진취적인 위치의 정보공유 교류의 장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독일 유학생으로서 국내 사정에 어두울 수밖에 없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라펜트는 그런 부분에 대한 갈증을 많이 해소해주는 역할을 해주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업계 최고의 포털사이트네이버가 거의 장악을 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SNS의 약진으로 네이버에 대한 세력이 약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파급력과 정보공유력에 있어서 국내최고임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입니다.

 

저는 라펜트가 조경과 건설업계에서 정보 정확도와 친밀도면에서는 네이버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정보검색 및 활용을 하는데 있어 1차적으로 네이버를 이용했지만 궁극적으론 라펜트로 확인을 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보편적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 보단 우리 조경계는 대단히 전문화되어 있는 분야이니 만큼 이에 적합한 라펜트가 그 역할을 분명히 해 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라펜트를 통해 제가 가장 큰 도움을 얻은 것은 학위논문입니다. 당시지도교수님께서 논문 방향을 조금 바꾸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특히나 다른 학문들과는 다르게 조경이라는 학문은 응용학문으로서 순수하게 문헌을 통해 얻어지는 논문 보다는 직접 우리네 환경에 맞닥뜨리게 되는 주제가 상당수 포함되게 마련입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 국내 실정을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곳은 라펜트 아카데미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얻어진 정보를 통해 현재 국내실정이 지금껏 작업해 온 논문 방향과 많이 다르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내용을 지도교수님께 즉각 보고를 드렸고, 다행히 큰 수정 없이 논문작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논문 방향 수정이라는 것이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게 한번 어긋나면 상당량의 작업을 요하는 것입니다.

 

특히 한글이 아닌 외국어로 된 논문은 그 스트레스와 작업시간이라는 것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렇게 늘어나는 시간만큼 정신적 고통과 비용까지 떠안아야 하는 현실은 사실 견뎌내기 쉽지 않은 고통입니다. 그것을 다행스럽게도 양질의 정보를 라펜트를 통해 얻어냄으로써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물론 라펜트는 아직 발전단계에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라펜트가 가진 잠재력은 무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요즘은 국내뿐만이 아닌 다양한 국가에서조경가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는 유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인터넷이라는 공간 속에서조경이라는 단어를 갖고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은 크나큰 힘이 되고도 남음이라 생각합니다.


(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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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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