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명사특강]서원우 박사의 나무와 문학[제16회]
시시(詩詩)한 나무이야기 ⑯28. 슬로시티 하동의 미소
지리산 남녘자락에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히 안겨서 마주한 백운산을 휘돌아 흐르는 섬진강변에 자리한 4월의 하동은 진정 꽃으로 웃는 대지의 위대한 미소이다. 이렇듯 산은 언제까지나 높고 물은 영원히 흐르는 인자의 품성처럼 하동은 속도와 개발문명의 유혹에서도 느림의 도시로 조화롭게 성장하여, 바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도시로 각광 받고 있다.
우선 동서로 이어지는 ‘섬진강의 물길’과 지리산의 둘레 길은 동서의 물산과 미풍양속을 교류하는 아름다운 융합의 장이된 화개장터와 ‘십리 벚꽃길’은 지리적 요인과 생리적 요인으로 충족되었고 여기에 인심과 산수가 수려하게 충만 되었기에 남도의 명품 오일장터로 부각되어 왔다. 지리산이 하동의 골격이고 섬진강이 혈관이라면 악양은 하동의 비옥한 근육이자 윤택한 피부라고 할 수 있기에 슬로시티 하동의 백미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악양의 들녘은 지리산이 내어준 풍요의 땅이기에 삼라만상이 살아 숨쉬는 생산력이 왕성한 땅이다. 그러나 산업화와 개발문명의 여파로 땅의 물리적 요소가 사라지고 화학적 요소가 지배되는 시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는 무릇 자연에 존재하는 무수한 생명체들의 삶의 현상 가운데 달팽이가 집을 등에 업고 느릿느 움직이는 모습을 본받아, 최근 느림과 친환경농업의 상징으로 대두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부응하여 무딤이 들녘은 생태환경과 느림의 도시로 변모 하고 있다.
사람은 나무와 함께하면 심신이 편안해지고 숲속을 걸으면 더욱 안정과 행복감을 느끼며 가공되지 않은 자연식을 하면 체내에서 ‘세로토닌’이란 경이로운 뇌신경 조절물질이 나와 안정과 행복감을 준다고 한다. 결국 숲에 존재하는 무수한 요소가 모두 세로토닌이라 할 수 있다.
고대 중국의 명의(名醫) ‘동봉(董奉)’이 병을 고쳐주고 돈 대신에 살구나무 묘목을 받아 마을에 심어 그의 아호가 ‘행림(杏林)’이 되었고, 장성에서 일생을 편백나무를 심은 고 임종국 씨가 한국판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는 사람’의 주인공이 되었다.
요즘 일고 있는 ‘세로토닌문화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사단법인 세로토닌문화원(원장 이시형)이 10여년에 걸쳐 하동을 슬로시티로 이끈 조유행 군수의 탁월한 친환경철학을 높이 평가해서 제1회 세로토닌문화상을 수여했는데, 이는 한국판 고대 중국의 명의 ‘행림’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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