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활용, 선택이 아닌 필수

라펜트l나창호l기사입력2009-08-11

이번 장마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비 온다’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집중호우가 발생되었다. 기상청의 발표에 따르면 강수 기간마저 길어져 최대 강우 기록을 줄줄이 갈아치울 것이라 전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지역적 편차도 심해 인접지역 간에도 어떤지역은 홍수를 걱정하고, 또 다른지역은 물부족을 염려하는 기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게릴라성 폭우가 극성을 부리는 이번 여름이다.

한편 장마철이 끝나고 겨울로 들어서면 우리는 바짝 말라버린 지천을 바라보며 겨울가뭄을 체감하게 된다. 지난해 전국 댐 유역의 평균 강수량은 906㎜로, 예년의 약 71%에 그쳤다. 특히 경남 지역의 강수량은 총 842㎜에 불과, 저수지의 저수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32.7%에 그쳐 가장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경북 영천시의 어느 마을주민들은 겨우내, 소방차에서 식수를 배급받으며 긴 겨울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겨울가뭄은 비단 지난해 문제가 아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는 해마다 겨울가뭄이 반복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름홍수와 겨울가뭄을 극복하는 현명한 해결책은 바로 빗물의 활용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빗물을 잘 모으고 잘 사용한다면, 우리나라는 물걱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빗물이용율은 고작 26% 정도인데, 이 추세라면 2011년에는 7억9천만톤, 2020년에는 10억톤의 물이 부족해 질 것이라 한다. 한 해동안 우리나라에 내리는 비의 총량이 1270억톤이니, 1%의 빗물만 활용하여도 물 부족 현상은 사라지는 것이다.

불투수층의 증가... 빗물은 어디로?
물은 순환한다. 비가 내리면,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로, 일부는 증발하며 주변온도를 조절한다. 그러나 도시의 경우 비가오면 그 물은 아스팔트를 훑고 하수구로 흘러들어간다. 물은 불투수면 위에서 계류하다 증발된다. 하천의 물도 덩달아 마르게 되는 것이다. 도시화가 가속화 될수록 자연의 물순환은 균형감을 잃게된다. 1962년 7.8%에 그쳤던 서울의 불투수면 비율이 2005년에는 전체 포장면의 절반에 조금 못미치는 47.4%에 이르고 있다. 즉 불투수층의 증가는 물의 선순환고리를 깨는 기폭제로 작용하는 것이다.


▲장마철 거친물살이 흐르는 청계천(출처:서울시)

해외의 빗물 관리 사례
선진국에서는 이미 우수 활용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이미 시행성과를 비롯한 결과물들을 도출되는 등,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일본의 묘우쇼우지천의 경우에는 하천과 연결된 땅 속 터널을 도시 아래로 팠다. 하천에서 넘친 물은 땅속터널로 흘러들게 장치한 것이다. 터널에 흘러들어온 물은 저장되어 새로운 수자원으로 공급되고 있다.

생태단지를 표방한 독일의 크론스베르크는 ‘바닥면을 통한 직접 수집방법, 도랑을 통한 수집방법, 지상・지하부를 접목한 수집방법, 빗물 수집탱크를 통한 수집방법’ 등과 같이 입체적 경로를 통해 우수를 수집하고 있다. 특히 빗물 수집을 단순한 기능적 효과에 그치는 것이아니라, 공원과의 연계를 통해 이용자의 위락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띤다. 바로 빗물의 이동시 소리효과를 내도록 장치한 것이 그것이다. 뿐만아니라, 각 가정에서 배출되는 우수도 수로를 통해 통합적으로 공원 연못으로 유입되도록 하였다. 또한 공원에는 빗물수집장치를 마련하기도 했는데, 여타 다른 수집장치와는 다르게 설계하여 물 특유의 흐름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빗물수집시 소리효과를 유도한 모습(좌), 주거지역내 빗물을 이용한 친수공간(출처:계간 조경생태시공 2006년 3월호)

국내의 빗물 관리 사례
최근 국내에서도 빗물활용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와 사업들이 발표되고 있다. 그중에 지자체 사업으로서 수원시의 ‘레인시티’사업이 주목되고 있다. 레인시티 사업은 빗물재활용과 순환 체계 구축을 위해 수원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역점사업 중 하나이다. 지난달 29일 수원시는 사업에 대한 최종보고회를 가졌었는데, 자리에서 수원시는 “종합운동장의 빗물저류(저장)시설은 총 용량이 1만톤 규모로 운동장 내 음수대, 야구장과 축구장 잔디 등 3개 구역 10개 지점에 설치될 예정이며, 4천톤 규모의 빗물침투시설은 저류시설과 연결해 설치될 계획”이라고 시행방법에 대해 발표한 바 있다. 

자양동 스타시티의 경우도 빗물관리의 좋은 사례이다. 스타시티는 4개동의 옥상과 정원에서 빗물을 수집하고 있는데, 그 수집 가용면적이 5만1200㎡에 이른다. 이 곳에서 흘러들어가는 물은 각각 3개의 물탱크(1000t가량 집수가능)로 수집되며, 하나의 탱크는 각종 정원 및 화장실 용수로 사용되는 물을 모으기 위해서, 또 다른 탱크는 장마철 홍수대비용으로 비워두고, 마지막 탱크는 화재나 비상시 사용하는 용수로 쓰고 있다. 이 곳에서 1년동안 재활용하는 빗물의 양은 4만t이나 된다고 한다.  


관악구의 한 어린이집에 설치된 빗물저금통(출처:문화체육관광부)

빗물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
미국 서부의 유타주 등 일부 주에선 빗물 사용권이 주 정부에 있어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빗물을 모아서 사용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가뭄에 따른 수자원 부족 현상 때문이다. 한방울의 비라도 소중하게 쓰도록 주 정부는 단속원들을 고용해 불시에 일반 주택거주자들의 집을 찾아가 물을 불법으로 모으는지 확인한다는 것이다.

지구의 한 편에서는 빗물을 모으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현실에 처해 있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상대적으로 풍요롭게 물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지나면 우리의 형편이 지금과 같다고 장담할 수 없다. 최근 40년간 댐은 3배로 늘었지만, 홍수와 가뭄도 늘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보다 거시적이고 긴밀한 빗물활용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나창호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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