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

정혜신의 가든에세이
라펜트l정혜신 대표, 전용성 작가l기사입력2013-01-23

등학교 3학년 아이에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웠던 때가 언제'인지를 물었더니

잠시 생각한 끝에 '다섯 살 때 집 앞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혼자 걸을 때'라고 말하더군요.

지난 일을 말하면서도 아이는 그때의 패닉한 느낌을 재차 경험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당시 아이에겐 그저 길 향해서 앞으로 걷는것 이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겠지요.

 

가기는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만날 수 있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어린 아음에도 막연하게나마 알면서 걷는 걸음은, 불안과 공포와 그리움의

혼합 덩어리였을 겁니다.

 

어두운 밤길을 가던 도중에 마주 오는 사람을 만났을 때 상대에게 '방금 전에 당신 앞서

이 길을 지나간 사람이 있었습니다. 빨리 쫓아가면 만날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해주는

풍습을 가진 시골 마을이 있다지요.

 

그런 검박한 풍습이 마음에 와 닿는 것은, 그렇게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위로를 받으면서 살고 싶은 우리의 속마음 때문이 아닐런지요.

 

우린 어차피 진행을 멈출 수 없는 삶의 도상에서 서로를 만나고 있는 중이니까요.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現 마인드프리즘(주) 대표

 

저서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마음미술관’ (2007)
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 (공저, 2006)
삼색공감 (2006)
사람 VS 사람 (2005)
젊은 날의 깨달음 (공저, 2004) 
남자 VS 남자 (2001)
불안한 시대로부터의 탈출 (1999)     


칼럼연재

「한겨레신문」 ‘정혜신칼럼’ 2003/01~ 2008/02
「시사저널」 ‘정혜신의 정신탐험’ 2002/03~ 2004/05
「월간 신동아」 ‘정혜신의 인간탐구’ 2000/08~ 2001/11 

_ 정혜신 대표  ·  마이드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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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_ 전용성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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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키워드l가든에세이, 정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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