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수목원에서 온 ‘편지’

‘Ready Action!’ in the Garden
라펜트l노회은l기사입력2013-01-30

연재에 앞서

수목원·식물원(이하 수목원)에서 영화, 드라마, CF, 화보 등을 촬영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동안 각종 미디어에 노출된 국내의 수목원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배경이 된 공간에 대한 전문 가드너(gardener)의 설명을 찾기는 쉽지않다. 장소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에 플러스가든(plusgarden.com)에서는 각종 촬영으로 화제가 되는 수목원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가드너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가드너의 눈으로 바라본 수목원, 촬영장으로서의 그 장소가 갖는 가치와 가드너의 역할까지 짚어보고자 한다.

 

에피소드 1 – 광릉수목원에서 온편지

 

1997...

참 많은 변화가 공존하는 시기였다.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입시 공부에서 전공 공부로, 근래 큰 인기몰이를 했던 90년대 후반을 그린 드라마는 당시 기억과 추억을 끄집어 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그 무렵 조경을 공부하기 시작한 학생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영화 한 편도 기억의 편린 속에 오롯이 자리잡고 있다. 바로 영화 편지이다.

 


 

영화 '편지'(1997) – 최진실, 박신양

 

박신양의 풋풋한 모습과 지금은 고인이 된 최진실의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다. 그저 그런 최루성 사랑영화라 생각하고 보기에는 조경학도의 마음을 뒤흔드는 요소가 너무 많은 영화였다.

 

영화의 주요 배경은 광릉수목원(現국립수목원)과 아침고요수목원이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아침고요수목원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편지의 수목원으로 기억된다. 남자 주인공의 직업 또한 수목원에서 일하는 임업연구사로 나온다. 영화에서 카메오(Cameo)로 출연한 분 중에는 실제로 당시 수목원에서 일하시던 직원도 출연하였다. 영화 포스터 속 두 주인공이 타는 자전거 또한 실제 수목원 직원들이 업무용으로 사용하던 자전거이다.

 

영화편지는 수목원이라는 공간과 영화라는 매체가 만났을 때 낼 수 있는 최고의 시너지 만들었다.

 

먼저 영화 곳곳에 식물을 활용한 에피소드가 자주 등장한다. 여주인공의 마음을 얻기 위해 꽃화분을 선물하는 모습, 이른 아침 수목원을 산책하며 수줍게 소개하던개불알꽃’(최근엔복주머니난이라고 순화(?)시켜서 부름)도 여운에 남는다. 영화 덕분에 97년 당시 개불알꽃의 인지도는 그 어느 때 보다 높았다.

 


(좌)'편지의 야외결혼식 장면(아침고요수목원 아침광장)

(우)복주머니난(개불알꽃)_사진:신귀현(제이드가든)

 

특히 남자주인공(박신양)이 유언으로 자신이 태어난 날 아버지가 심은 잣나무에 유골을 묻어 달라고 한 점은 여러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목장을 국내에서 최초로 언급한 영화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 속 잣나무는 식재된 나무가 아니라 촬영용으로 꽂힌 나무였다. 아침고요수목원에서는 촬영 후 그 자리에 소나무를 대신 심어놓았다.

 


아침고요수목원의환유나무’_사진:신귀현(제이드가든)

 

개인적으로 국립수목원은 특히 가을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대부분의 아름다운 장면도 가을에 촬영했다.

영화제작 관계자들은 국립수목원의 가장 아름다운 계절(가을)을 경험을 통해서 알았다거나, 그 곳 가드너를 통해 정보를 얻었을 것이다.

아침고요수목원은 가을보다 봄과 초여름이 특히 아름답다. 두 주인공의 신혼생활 모습이 그려진 장면도 초여름에 촬영됐다.

 

이 모든 계절적 고려가 감독의 치밀한 계획아래 이루어진 것인지 확인할 순 없지만, 수목원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 때를 잡아내는 것, 혹은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은 가드너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영화 한 편으로 촬영장소였던 수목원 뿐만아니라 그 지역까지 발전하게 되고 그러한 긍정적인 영향이 지금까지 유지되는 것을 보면, 문화컨텐츠의 힘은 상상 그 이상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물론 그 문화컨텐츠에 수목원이라는 자연 컨텐츠가 큰 보탬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필자는 영화편지를 계기로 수목원이라는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현재도 수목원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 일하고 있는 수목원을 조성하는 기간동안 완공 후에 이 곳을 공간적 배경으로 가드너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멋진 작품을 유치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곤 했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웠고 충분히 어필이 될 수 있는 공간과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수목원을 조성할 때 영화나 드라마 같은 작품의 촬영을 사전에 예측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그것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수목원은 충분히 촬영장소로서 매력적인 공간이다.

 

영화편지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여러 수목원에서 촬영되었고,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를 유치하고 원활한 협조를 이끌어내는 일이 어느 사이엔가 가드너의 역할로서 작지 않은 부분이 되었다.

 

다음에는 직접 촬영협조를 진행했던 작품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촬영유치와 촬영협조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고 여러면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기에 다른 선후배 가드너들과 함께 공유할 계획이다.

 

‘편지’에서 나왔던 황동규 시인의 작품즐거운 편지로 첫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플러스가든(www.Plusgarden.com)

플러스가든은 국내 최초의 가드너 커뮤니티이다. 이 곳은 국내외 수목원에서 일하는 가드너와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

플러스가든에는 국내외에서 촬영된 다양한 식물들의 사진자료들이 정확한 학명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플러스가든은 이 곳을 가드너들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식물과 정원을 사랑하는 분들은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는 인터넷상의 정원이라고 말한다.

 

홈페이지_ www.plusgarden.com

페이스북_ http://www.facebook.com/plusgarden

연재필자 _ 노회은  ·  제이드가든 수목관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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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0513@hanwh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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