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수]한민족의 벗, 소나무

조경수 이야기_2회
라펜트l이선아 박사l기사입력2013-02-22


 

숭례문의 복원작업에는 어떤 나무가 사용됐을까? 원래 숭례문의 부재(部材)로 사용된 나무는 모두 소나무이다. 1960년대 초 숭례문 보수공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복원 공사에는 강원도 삼척에서 베어낸 금강소나무를 부

재로 썼다고 한다. 이번에도 강원 삼척시의 준경묘의 금강소나무가 복원에 사용됐다.

 

소나무의 명명

소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침엽교목으로 학명은 Pinus densiflora Sieb. et Zucc.로 속명인 Pinus는 산에서 나는 나무라는 뜻의 켈트어 핀(Pin)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서 자라며, 우리말로는 솔, 한자 이름은 송() 또는 송목(松木)이라 불렸다.

 

그러나 널리 통용되고 있는 적송(赤松)이라는 호칭은 수피가 붉다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일제시대부터 사용되었던 말로 비판없이 지금껏 사용되고 있다. 또한 육지에서 자라난다 하여 육송(陸松)이라고도 하였고, 여인의 자태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하여 여송(女松)이라고도 칭하였다. 소나무의 영어이름은 일본인들이 먼저 소개함에 따라일본 붉은 소나무’라는 이름의‘Japanese Red Pine’으로 명명되고 있다.

 

 

소나무의 식생과 종류

소나무의 잎은 2개씩 속생하면서 약간 비틀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 꽃은 4~5월에 개화하고 그 이듬해 가을에 열매를 맺는다. 소나무는 배수가 잘되고 강한 산성토양의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독립수나 3주로 군식을 한다.

 

소나무 종류로는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송(海松, P. thunbergii Parl.), 즉 곰솔이 있다. 곰솔의 영어이름은‘Black Pine’인데, 수피가 검어서 흑송(黑松, 검솔)이라 하다가 곰솔로 변했다 한다. 곰솔은 내염성이 높아서 해안가나 간척지 조경용으로 널리 사용된다.

 

반송(P. densiflora for. multicaulis Uyeki)은 소나무의 한 품종으로 지표면에서부터 줄기가 여러 개로 갈라져서 수형이 우산모양의 역삼각형 형태를 띠고 있다.

 

그리고 숭례문뿐만 아니라 광화문 등 여러 문화재 복원공사 시에 사

용되는 금강소나무(剛松, P. densiflora for. erecta Uyeki)는 춘양목(春陽木)이라고도 불리며, 강원도와 경북 일대만 자생하는 특산 식물로 줄기가 곧고 수피가 유난히 붉은색을 띠며 재질이 단단해서 궁궐을 짓거나 왕의 관을 제작하는데 사용하였다.

 


좌_반송(P. densiflora for. multicaulis Uyeki)

우_보은 속리 정이품송(문화재청)

 

한민족의 벗, 소나무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삶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데, 아이가 태어나면 금줄을 치고 솔가지를 매달아서 액운을 물리치기도 했으며,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소나무 가지로 불을 피고 살았다. 마지막 생을 다했을 때 사용하는 것도 소나무로 만든 관을 최상으로 취급했기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소나무와 삶을 같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소나무의 수꽃가루인 송화 가루는 다식이나 떡으로 식용하였고, 솔잎으로는 추석에 송편을 쪄먹기도 하고, 술을 담아 즐겼다. 그래서인지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소나무가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소나무는 과연 언제부터 살았을까? 경상도 지방에 전해져 오는 <성주풀이>에 나타나 있다.

 

성주신과 솔씨(소나무 씨앗)의 근본이 안동 땅 제비원인데, 원래 천상 천궁에 있던 성주가 죄를 짓고 땅을 내려와 정배살이를 왔다. 땅에 내려와 여기 저기 정처없이 떠돌다가 강남제비를 따라 제비원으로 들어가 숙소를 정하였다. 제비원에서 바라본 인간 세상은 너무나 위험하고 불안하여 나무 위에 살거나 땅을 파고, 그 속에서 사는 인간의 모습에 성주신은 마음이 아파하였다. 집 없이 사는 인간들에게 집을 지어 주고 싶어, 성주신은 하느님에게 소원을 빌었고, 그 소원을 전해 듣고 크게 감동하여 하느님이 응답하시기를 제비원에서 솔씨를 전해 받으라고 했다. 성주신은 솔씨를 전해 받아 온 산천에 골고루 뿌렸고 소나무는 무럭무럭 잘 자랐다. 집을 지을 재목감이 되자 그 중에서 자손번창하고 부귀공명을 누리게 해 줄 성주목(星主木)을 골랐고, 함부로 베지 못하게 하였다. 날을 받아 갖은 제물로 산신제를 올린 뒤에 베고 다듬어 집을 지었다. 이때 성주는 대들보에 좌정하였으므로 상량신(上樑神)이라고 한다. 집의 대주(垈主: 가장)가 잡는 성줏대는 소나무 가지이며, 이 소나무는 집을 지은 나무의 상징이자 성주의 상징이다. 소나무를 신격화하여 모심으로써 집안의 안전과 가문의 번창을 기원하는 소박한 신앙을 표현했다.

 

<성주풀이>는 집을 지을 때 무당이 길흉화복을 주관하는 최고의 가신(家神)인 성주신을 모시기 위해 부르던 노래이다.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했던 한국인의 결정체는 집이었고, 집은 소나무가 지닌 우주의 골격으로 삼고 있음으로 <성주풀이>가 소나무의 탄생신화가 되는 것이다.

 

또한 예로부터 소나무는 절개, 기개, 지조, 성실, 장수, 생명, 순결을 상징해왔다.

 

비바람, 눈보라와 같은 자연의 역경 속에서 변함없이 늘 푸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소나무의 기상은 꿋꿋한 절개와 의지를 나타내는 상징으로도 쓰여 왔다. <애국가>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라고 했듯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우리의 강인한 의지와 씩씩한 기상을 소나무를 통해 상징화하고 있는 것이다.

 

군자의 절개, 송죽 같은 절개, 송백의 절개를 지녔다는 등의 표현은 절개 또는 지조를 나타낸 말들이다. 혼례식의 초례상에서 소나무 가지와 대나무를 꽂은 꽃병을 한 쌍 남쪽으로 갈라놓는데 이는 신랑 신부가 소나무와 대나무처럼 굳은 절개를 지키라는 뜻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소나무는 수명이 길어 예로부터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를 나타내었다.

 

그러나 소나무의 병해충으로 가장 문제시 되고 있는 것은 소나무에이즈라고 불리는 소나무재선충이다. 소나무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를 매개체로 삼아 소나무에 기생하는 선충으로 형성층 세포를 파괴하고, 관의 맨 위쪽부터 말라 나무전체로 번져 나무가 붉게 시들어 고사시키는 병이다.

 

우리나라의 조경공사뿐만 아니라 분재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소나무. 민족의 기상이 서려있는 이 나무가 다음의 독일의 민요처럼 언제나 늘 푸르게 자라기를 기대해본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쓸쓸한 가을날이나 눈보라 치는 날에도

소나무야 소나무야 변하지 않는 네 빛

연재필자 _ 이선아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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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una75@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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