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아이들

조재은 수필산책_3회
라펜트l조재은 작가l기사입력2013-03-12

이 땅의 곳곳에 아이들이 만든 천국이 있다.

 

요즘 초등학교 회장 선거는 어른들 정치 선거의 축소판이다. 피켓과 포스터 제작을 전문회사에 맡기고 유세 원고도 대필해주는 곳에 맡긴다. 어른의 손으로 만들어진 농담까지 들어간 원고를 외우게 하여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급 선거에 내보낸다. 어른에 오염된 아이들을 보면 맑은 물이 흐르던 시내가 하수 천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는 듯 하다.

 

그러나 어른으로부터의 오염을 스스로 막고, 깨끗한 샘을 지키며 사는 아이들이 있다.

 

부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회장선거가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인 1급 지체장애인 인식이가 회장 선거에 후보로 나섰다. 후보는 10명이나 되었지만, 개표결과는 놀라웠다. 2위와 압도적인 차이로 인식이가 당선 된 것이다.

 

인식이 어머니는 몸의 균형이 잡히지 않아 급식 판도 짝이 타 주는 아들이 중책을 맡을 수 없다고 완강히 반대를 했다.

 

담임 선생님도 곤혹스러워 아이들에게 이 뜻을 전했지만 아이들 생각은 단호했다. “힘들면 우리가 도울 테니 그냥 하게 두세요. 우리가 뽑은 회장을 왜 어른들이 바꾸려 해요.” 그 동안 학급 회의를 서툴게 2번 진행했는데 친구들은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황사와 스모그로 뿌옇고 탁한 공기로 꽉 찬 세상에 이런 청정지대가 있다.

 

인식이네 반 아이들은 현실에서 천국을 느끼게 해 주었고, 이란의 가난한 어린 남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천국의 아이들>은 화면에서 천국을 보여 주었다.

 

알리의 집은 월세가 밀려 있고 엄마는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다. 알리는 엄마의 심부름으로 동생의 구두를 고치러 가다가 구두를 잃어버린다. 집안 형편을 아는 남매는 부모에게 말도 못하고 오빠의 운동화 하나를 오전, 오후로 서로 나누어 신는다. 오전반인 동생이 학교에 갔다 오면 알리가 받아 신고 학교로 급히 뛰어간다.

 

어느 날 알리는 전국 어린이 마라톤이 있는데 3등 상품이 운동화라는 것을 보고 동생에게 3등을 해서 꼭 운동화를 타다 줄 것을 약속한다.

3등을 하려고 열심히 뛴 알리는 1등을 하고 만다. 동생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알리가 1등을 하고도 왜 우는 지 약속을 잘 어기는 어른들은 알지 못한다.

 

눈물 흘리는 알리와 인식이를 둘러싸고 활짝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바로 천국의 아이들이다. 아이들이란 거울에 비춰보면 어른의 때 묻은 모습은 더욱 부끄럽다. 2천여 년전 예수님은 이미 말씀하셨다.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연재필자 _ 조재은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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