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고 잔인한 오해, 다육식물 구하기

[가든하다] 다육식물 ①
라펜트l가든하다l기사입력2013-09-22

정원은 일상성과 감수성이 혼재된 장소이다. 그 속엔 자연이 없는 곳에 자연을 만들려는 인간적인 욕구가 내재돼 있다. 사유화된 자연을 통해 느끼는 인간 정서와 정원이라는 공간을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정원의 어원 ganoden에서 gan이 둘러싸는 공간이라고 한다면, oden이 의미하는게 바로 즐거움과 기쁨이다.

 

정원에 대한 사람들의 높아진 관심은 잡지와 관련 콘텐츠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많은 내용이 공간과 설명 중심으로 생성되어 있다. 그래서 정원일을 하는 사람의 감성을 녹인 내용을 찾기가 쉽지않다.

 

이에 라펜트에서는  감각적인 가드닝 콘텐츠로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있는 가든하다(대표 정천식)’의 감성정원 이야기를 꾸준하게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흔하고 잔인한 오해 Saving succulents

 

헤어진 남녀가 있다. 6년을 만나다가 여자는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 받았는데, 그 이유가 성격차라고 한다. 성격차를 깨닫고 이별을 고하는데 6년이 걸렸다니. 그런데 주변에 이런 일들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나한테는 남들은 모르는 아주 히스테릭한 면이 있거든. 그런데 그 사람은 나의 그런 면을 고스란히 다 받아주고 포용해 주더라고. 적어도 나는 그렇게 착각을 했던 거지. 그런데 어느 순간 그가 그 동안 꾹꾹 눌러 참아왔던 나의 단점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졌다는 거야.” 이해하고 있다는, 혹은 이해 받고 있다는 착각이 반복되고 누적되면 오해를 낳고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육식물은 이런 오해를 사기 쉬운 반려 식물이다. 장기간 비가 내리지 않는 시기에 식물의 특정기관에 물을 저장하여 생존할 수 있는 이 식물의 특성 때문이다. 뜨거운 사막에 홀로 서있는 선인장, 또는 사무실 책상 컴퓨터 옆에 놓인 다육 화분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들을 동시에 떠올리며, ‘별다른 관리 없이도 늘 같은 모습으로 살아주는 식물이라는 엄청난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육식물은 사막의 기후를 좋아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선인장을 포함하는 대부분의 다육식물들은 사막에서 오지도 않았다. 다만 여타 식물보다 더 오래 가뭄을견딜수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살아 남았을 뿐이다. 강한 햇볕과 극심한 가뭄을 즐기며 그곳에 있었던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칸막이로 둘러싸인 사무실 책상 위는 어떨까? 새로 들여온 다육 화분은 당장 한두 달은 물도 빛도 없이 씩씩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며 우리를 안심시킨다. 심지어 컴퓨터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잡아먹으며 지내는 것을 행복해 한다고 철썩 같이 믿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약한 모습을 보이며 시들기 시작하는데, 이때 당황한 초보 오피스 가드너는 식물에게 필요한 게 당연히 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후에 더욱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작은 죄책감을 느낀다. 뭘 해야 할지 모르니 애꿎은 화분에 또 물을 붓는 것이다. 그러면 시든 잎과 뿌리가 이제는 과습으로 무르기까지 하면서 결국 최후를 지켜본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수순을 밟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멀쩡한 식물도 내가 키우면 다 죽는다고 생각하는 브라운썸(Brown thumb) 트라우마를 갖게 된 우리는 다시는 식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다육식물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햇빛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오랫동안 싱그러운 모습을 유지한 다육식물의에서 비롯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다육식물은 집에서 빛이 가장 많이 드는 곳에 하루에 4시간 이상 두는 것이 가장 좋다. 빛을 잘 머금은 다육식물은 가을이 되면 환상적으로 붉게 물든 모습을 보여준다. 사무실 책상 위의 다육 화분들도 빛 좋은 날에는 함께 데리고 나가 최소한의 일광욕은 시켜주어야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다. 물을 줄 때는, 아래서 두세 번째 잎들이 힘이 없고 잔주름이 보일 때 흠뻑 주면 된다. 이 잎들이 떨어지면서 목대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주름이 생겼다고 해서 놀랄 필요는 없다.

 

물과 햇빛은 모든 식물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며, 사실 당연한 일인데 이상하게도 자주 잊고 만다. 매일 들여다보고 관찰하면 상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자연히 알게 된다. 묵묵하다고 해서 관심과 배려가 필요 없다고 오해하지 말자. 그러한 반려인도, 반려 동물도, 반려 식물도 없기 때문이다. 

 

 


가든하다(gardenhada)는 “사람은 왜 꽃을 심고, 가드닝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활동영역을 넓혀가는 회사이다.
가드닝 제품 디자인, 온라인스토어 운영, 콘텐츠 제작 등의 일을 하며 도시가드너를 위한 모바일커뮤니티 ‘gardenhada for iPhone’을 서비스하고 있다.


H gardenhada.com | F facebook.com/gardenhada

| T 02.736.0926 | App gdhd.kr/launching_20130409

 

연재필자 _ 가든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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