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사를 꿈꾸는 이에게 희망이고 싶다”

[인터뷰] 김성숙, 한국인 제1호 뉴욕식물원 정원사
라펜트l나창호 기자, Ivo M. Vermeulenl기사입력2013-12-08

올해 개최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관람객 숫자가 440만명을 기록하며, 목표 관객 수를 넘겼다. 성공이유를 순천시의 박람회장 운영관리와 마케팅에서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원에 대한 시민의 목마름이 반영된 결과였다는 평가도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순천정원박람회의 성공을 바라보며, ‘정원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정비에 발걸음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최근 한류와 결합해 한국정원의 가치를 세계 속으로 알리는 황지해 작가의 눈부신 선전과, 84명의 시민정원사를 배출시키는 등 생활속 정원문화를 선도하는 경기도와 경기농림진흥재단의 노력도 꽃처럼 아름답다.

 

정원에 대해 높아진 관심은 정원사(가드너)’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언론매체와 서적, 심지어 드라마에서도 정원사(혹은 가든디자이너)가 주인공이다. 이제는 정원문화 확산에 홀씨가 될 전문 가드너의 발굴과 양성을, 정원사의 역할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야 할 때이다. 

 

여기 세계적 규모와 수준의 뉴욕식물원에서 근무하는 김성숙 가드너가 있다. 그녀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뉴욕식물원에 발을 디딘 정원사다. 일부 매체에 소개되기도 하였고, 현재 정원잡지에 글을 연재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사람이 김성숙 정원사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다. 뉴욕식물원에서 정원사로 사는 법을 물었다.

 

[인터뷰] 김성숙 정원사 및 원예교육가(뉴욕식물원)

 


김성숙 정원사(뉴욕식물원)

 

조경학과 졸업 후, 뉴욕식물원 자원봉사 정원사로 활동하였다. '정원사'란 직업을 처음부터 희망했던 것인가?

 

조경학과 졸업 전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식물공부를 보충하고자 서울 교외의 천보식물원(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판매하던 화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당시 미국 이민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였다.

 

처음부터 정원사의 길을 걷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솔직히 가드너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잘 몰랐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한국에서 조경학과를 졸업(순천대 조경학과)하고 미국에서 조경가로 활동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정대로 대학교 졸업후 뉴욕으로 이민를 갔고, 인터넷으로만 보던 뉴욕 식물원을 직접 접하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각기 다른 성격과 특성을 가진 정원들, 웅장한 건축물들, 그리고 울창한 숲과 거대한 나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신비롭고 잘 가꿔진 뉴욕식물원에 첫 눈에 반해버렸다. 그와 동시에 뉴욕식물원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솟아났다. 바로 행동에 옮겼다.

 

그 곳에서 자원봉사 정원사로 다른 정원사 직원분들과 함께 일했다. 그리고 뉴욕식물원에 제일 아래 직급의 정원사(Botanical Garden Aide) 일자리가 나서 지원했다. 서류전형은 무사히 통과했지만 필기시험에서 떨어졌다. 같은 시기, 한 조경회사에 원서를 넣었는데 운좋게 바로 연락이 와서 채용됐다.

 

들어간 조경회사는 주로 재벌가들의 주택 조경을 담당했다. 내가 했던 주요 사무는 조경가 보조업무와 세일즈였다. 재벌들이 사는 곳은 으리으리했다.

테니스장, 수영장, 미니 골프장, 승마장 등등과 함께 넓은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상대할 때 마다 느낀 것이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진것 다 가진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 삶의 가치에 대해 고민한 것도 이 때부터이다.

 

그래서 뉴욕식물원에서 정원사가 되면 더욱 더 나은 삶을 살 거라고 생각했다. 불행한 사람들과 맞대지 않아도 되니까. 예쁜 식물을 가꾸면서 즐겁게 살 거라는 예상은 적중했다. 지금 일하러 가는 하루 하루가 즐겁다. 꼭 내 개인의 정원인양. 만나는 뉴욕식물원의 방문객들에게서 멋진 식물원을 가꿔줘서 고맙다는 칭찬을 하루에도 여러번 듣는다. 누가 뭐래도 난 행복한 정원사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먼저 뉴욕식물원은 급여, 복리후생, 휴가, 지원, 근무환경 등에서 가드너에게 최상의 대우를 해주는 곳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기존 조경회사의 급여보다도 많았고 복지혜택도 좋았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한국과 달리 미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료보험을 산다. 조경회사 재직시에는 의료보험이 없었다. 의료보험을 비싼돈을 내고 살 수 있었지만, 난 사지 않았다. 병원 한번 갈 때마다 많은 돈이 들었다. 반면 뉴욕식물원에 취업하면 다양한 의료보험 지원을 받을수 있었다. 두번째로 직업의 안정성이다. 뉴욕식물원의 가드너는 한국의 공무원(또는 그 이상)처럼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된다. 마지막으로 뉴욕식물원은 세상에서 으뜸가는 식물원 중 하나로 꼽힌다. 개인적으로 운영, 교육, 연구를 진행하면서 보고 배울 것이 많다. 직원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하는 회사이다.

 


뉴욕식물원의 도서관

 

지금은 이 곳에서 정원사와 원예교육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뉴욕식물원은 어떠한 곳이며, 구체적으로 그 속에서 본인이 맡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지?

 

뉴욕 식물원은 뉴욕시에서 가장 큰 식물원이자 세계적으로 높은 명성을 갖고 있는 식물원이다. 뉴요커이자 식물학자인 브리튼 부부의 꿈과 열정을 토양으로 1891년에 개설되었다. 살아있는 박물관이라고 일컬어지는 뉴욕식물원은 전시, 교육, 연구, 그리고 보전의 기능을 우선시한다. 다양한 식물들을 전 세계적에서 수집하고 아름다운 정원들을 만들어 대중에게 선보임으로써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 낸다. 단순한 전시기능보다는 이것을 통해 대중에게 식물의 소중함, 식물과 인간과의 관계, 원예의 필요성 등을 교육시킨다.

 

여기에는 불치병에 걸린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약 성분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학자들도 있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식물들이 멸종되기 전 세상에 알리려는 식물학자들도 있다.

 

국가적 역사 주요 지형지물로 지정된 뉴욕식물원은 세계적으로 식물들의 수집과 보존이 가장 잘 되고 있는 식물원 중 하나다. 250에이커( 100헥타르)의 땅을 가진 뉴욕식물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형을 가지고 있다. 빙하시대때 형성된 암석들과 자연적으로 생성된 언덕, 폭포, 호수, 브롱스 강이 뉴욕식물원만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개발하지 않고 자연그대로 남겨둔 50에이커( 20헥타르)의 산림은 먼 옛날, 미국 원주민들이 이곳에 살았던 흔적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침엽수원, 암석원, 장미원, 다년초원, 철쭉원, 어린이 정원 등 총 50개의 정원이 식물원 곳곳에 분포해 있고 100만 종 이상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참고로 식물학자, 과학자, 연구원, 원예교육가, 정원사, 조경가, 건축가, 경영인, 관리인 등을 포함해 전직원 숫자는 460명 정도이다.

 

정원사이자 원예교육가로서 주로 하는 일은 식물원의 다양한 식물들을 전문적으로 가꾸는 일이다. 물주기부터 병충해 관리까지, 전문적인 원예기술을 가지고 식물들을 대한다. 다양한 식물종 구축을 위한 서류업무를 보조한다. 전시회 디자인과 설치/해체 작업을 돕는다. 원예학교 학생들과 자원봉사 정원사의 멘토 역할을 하고, 또한 실무 경험을 가르친다. 부차적으로 미국인 성인들을 상대로 대학교 학점이수가 가능한 수업을 이 곳에서 가르치고 있다.

 

뉴욕식물원의 다년초 정원과 전시온실

 


전시온실 내부

 

처음이라는 것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한다. 뉴욕식물원에서 일하는 최초 한국인 가드너로서, 힘든 일,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뉴욕식물원의 원예학교 학생으로서 식물원에 근무하는 많은 분들과 친분이 있었다. 그리고 6개월간 인턴으로 뉴욕식물원의 전시온실에서 일을 했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되었다. 모두들 다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라서 특별히 힘든점은 없었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인종이 모여사는 뉴욕시인지라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이 강했다. 우리나라 사람만큼 정도 많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직장 동료들이 곧 잘 도와줬다. 성별과 나이, 그리고 인종을 초월해 식물을 가꾸는 모든 사람들은 마음이 착한 것 같다. 

 

아침마다 직장에서 회의를 하는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일반적인 한국 회사의 상사와 부하직원의 수직관계가 아니었다. 특히 자신들의 의견을 주고받을 때,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 의견을 제시하고 경청하는 것을 보고 많은 걸 느꼈다. 직급을 떠나 서로 의견을 말하고,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모든 과정이 인상깊었다.

 


도서관 가는길
 

한국의 정원문화도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는 정원문화를 선도할 전문적인 가드너 양성이 숙제로 떠오른다. 뉴욕식물원에도 원예학교가 있는데, 어떠한 형태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뉴욕식물원의 원예학교는 영어로 ‘The School of Professional Horticulture at The New York Botanical Garden’이라고 쓴다. 뉴욕식물원의 원예학교는 이론과 실무를 통해 최고의 정원사(원예사)를 배출하고, 졸업과 동시에 학생들이 탄탄한 직업을 갖는 것에 목표를 둔다. 그 설립이념에 맞게 약 100년 전통의 원예학교가 배출한 전문인력들은 크게는 세계적으로, 작게는 뉴욕에서 잘 나가는 정원사, 가든디자이너, 조경가, 식물원장, 원예교육가, 조경관련 사업가, 육종가,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식물학, 토양학, 병충학, 가든 디자인 등의 이론수업과 더불어 다양한 부서에서 가드닝에 대한 모든 것과 식물원의 전반적인 사항을 전문가와 일을 함께하며 배운다. 말그대로 프로를 만드는 원예교육기관이다.

 


뉴욕식물원의 식물연구센터

 


뉴욕식물원의 미국자생식물원

 

해외 식물원 진출을 희망하는 예비가드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보다 사회성, 성실성, 책임감을 겸비한 바른 인성을 갖추어야 한다. 추천인을 통한 미국의 인맥관계를 고려한 사항이기도 하지만, 인성이 좋은 사람은 어디서든 성공한다. 원예와 영어실력 그리고 미국에서 인정하는 자격증 취득이 현실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미국 현지인을 뛰어넘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무기로 지니고 있다면 더 좋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드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조금씩 싹을 틔우는듯 하다. 정원사가 드라마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가드너들의 자생적 커뮤니티도 생겼다. 정원관련 잡지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앞으로 한국에 정원문화가 꽃을 피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원관련 잡지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미디어 매체를 통해 정원사의 직업이 소개되었다는 점은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정원가꾸기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는 뜻이다.

 

이 관심을 활용해서 원예, 조경, 환경 관련된 직종에 계시는 분들이 더 많은 사람들과 정원가꾸기의 기쁨을 나누고,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정원문화를 이끌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한국에 진정한 정원문화가 꽃피우리라 생각한다.

 


뉴욕식물원의 장미정원

 

한국의 조경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에서 조경을 공부할 때, 캐드로 그려내는 조경 설계에 의미를 더 많이 부여했던 것 같다. 미국의 조경회사에서 주택조경을 할 당시, 캐드 작업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적절한 식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했다. 고국의 조경인들이 조경디자인을 할 때 식물에 대한 공부가 더 많이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개인적으로 뭔가를 배우고, 그 배움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꾸준히 정원문화에 대한 교육, 홍보, 멘토의 역할을 하고 싶다. 그리고 한국에 정원문화를 무럭무럭 발전시키는데 이바지 하고 싶다.

 

현재, 크게 세가지를 계획하고 있다. 먼저, 최근들어 식물원 경영에 관심이 생겨, 이에 대한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 뉴욕식물원에서 정원사 및 원예교육가로 계속 활동 하면서, 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둘째, 한국에 원예, 정원가꾸기 책들이 정원문화 선진국들에 비해 많지 않다. 책쓰기와 강연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정원문화를 많이 알리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뉴욕식물원은 세계적으로 다른 식물원들의 표본이 되고있다. 이 곳에서 일하는 최초 한국인 가드너로서 정원사를 꿈꾸는 분들께 희망을 주고싶다.

 


 

김성숙 정원사 및 원예교육가



- 순천대학교 조경학과 졸업
- The School of Professional Horticulture 졸업
- 전 미국 로즈데일 조경회사 근무
- 현 뉴욕식물원의 정원사 및 원예교육가
- http://blog.naver.com/sukran8319 블로그 운영 중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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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_19@hanmail.net
사진 _ Ivo M. Vermeulen  ·  뉴욕식물원 전담사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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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공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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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세요
2014-02-03
移댁 멋지십니다~! ^^
201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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