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조경, 소통과 만나다

② 참여, 우리 시대의 화두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4-01-05

"제도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사례와 연구결과가 뒷받침되어야 지원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지지와 호응이다. 그것이 명분이 된다.(중략) 조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성숙되었을 때 제도적 결과물을 도출해 낸다면, 그것을 이루기란 어렵지 않다."

 

- 2012년 4월 15일자 [김광진 당선자"조경학도 고민, 소통하고 싶다"]

 

조경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강조하는 것. 바로 조경 제도 세우기이다.

 

현대사회에 있어 정치과제의 양적인 증가로 국회가 행정에 위임하는 위임 입법이 늘었지만, 근본은 의회의 입법절차를 걸쳐 법을 만드는 삼권분립에서 시작한다. 의회란 결국 국민의 의사결정없이는 성립할 수 없기 때문에 입법과정은 국민의 의지가 깃들 수 밖에 없다. 제도와 사회적 인식은 같은 물결 속에서 합목적성을 안고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2013년 조경분야 화두는 사회적 인식과 함께 걷는 소통이었고, 라펜트도 그것에 주목했다.

 

※파란색 제목 클릭시 해당 기사로 이동

 


미국조경가협회의 조경알리기 캠페인(사진_ASLA)

 

서울시에서 추진했던 시민주도형 녹색문화운동 '서울, 꽃으로 피다.'도 그 중 하나다. 이 캠페인에서 서울시는 전체 총 가구수인 355만 가구 모두가 상추, 봄 꽃 하나라도 심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오해영 푸른도시국장은 인터뷰에서 "그동안 푸른도시국에서는 시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공익적 공원녹지 사업을 벌여왔지만 그것에 대해 시민들이 인지하고 못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 꽃으로 피다'같은 대규모 캠페인을 추진했던 것도 조경과 녹색환경에 대한 시민의식을 한차원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서울시 취지에 공감한 국내 정상급 조경가들은 동네숲, 골목길 등 자투리 공간을 푸르게 만드는데 재능기부로 기꺼이 참여했다. 서울형 공공조경가 그룹(위원장 김인수)이다.

 

시는 ‘서울형 공공조경가 그룹’을 출범하기 위해, 학계, 시민단체, 조경∙건축 등 관련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공원혁신분과 위원 20명을 선정했으며, 공간조경분과 위원은 9월 공개 모집과 선정위원회 심사를 통해 19명을 선정했다.

 

공공조경가 그룹은 공간조성 멘토뿐 아니라, 올 4월 서울시 공원녹지의 새 비전을 담은 '푸른도시 선언'을 수립하는 과정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자임하였다. 이 외에도 원앤티에스 등 조경회사와 함께 사회복지시설에 따뜻한 힐링정원을 조성하거나,  아파트의 숲과 정원에 대한 강연까지 녹색문화 전방위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2012년 12월 9일자 [공원전문가 한자리에 ‘서울형 공공조경가’ 출범]

-2013년 4월 19일자 [푸른도시선언, 공공조경가 주도로 전략수립]

-2013년 6월 19일자 [공공조경가·조경업체, 복지시설 7개소에 힐링정원]

 

 

공공기관이 축이된 서울형 공공조경가 그룹과 달리, 조경분야가 중심이 되어 태동한 단체가 있다.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원장 임승빈)이다.

 

임승빈 원장은 5월 27일 개원식에서 "그동안 산발적으로 이루어진 조경분야 봉사활동이 지속가능하게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국민모두가 환경조경복지에 동참하도록 하는데 설립목적이 있다"며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상향식 녹색복지사업 속 전문가(조경가) 참여에 방점을 찍었다. 김승환 교수(동아대)도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의 창립이야말로 조경 40년사에서 가장 고귀하고 훌륭한 선택”이라는 평가와 함께, 조경가의 사회적 공헌활동에 박수를 보냈다.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은 올해 가평꽃동네 식재봉사를 시작으로 전쟁과여성 인권박물관 정원조성, 이화동 환경나눔프로젝트 등 녹색나눔 운동을 차례로 추진하였다. 특히 지난 7월과 8월 2달동안 서울시와 함께 시민을 대상으로 '2013 시민조경아카데미'를 개최함으로써, 153명의 조경리더를 배출했다. 9월 30일에는 환경부 재단법인 설립 인가를 받아 공익적 사회활동에 대한 기반을 단단히 했다.

 

- 2013년 5월 28일자. [환경조경나눔연구원, 녹색복지 조경계 응답]

- 2013년 7월 3일자. [2013 시민조경아카데미]

- 2013년 10월 22일자. [조경나눔 프로젝트, 이화동 벽화마을에 온기를]

 


 

한국조경의 중심도 같이 움직였다. (사)한국조경학회(회장 김한배)는 조경의날 기념식인 10월 28일 '한국조경헌장'을 선포했다. 조경의 내부적 가치를 정립하는 가운데 대중에게 조경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한국조경헌장’을 제정하기 위해 결성된 조경헌장제정특별위원회(위원장 조경진)는 10여 차례 이상의 회의를 통해 헌장의 목적과 성격, 비전과 미션을 고민했다. 헌장에는 조경의 가치와 영역, 대상, 과제 등이 정립되어 있다. 변화하는 시대환경 속 조경의 대응을 화두로 진행된 '조경진흥 아이디어 공모전(대상 정경진, 조수연, 김대현)'도 한국조경학회 주최로 열린 의미있는 행사였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한 구호로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선 대중 속으로 깊이 파고드는 후속작업이 함께 요구되고 있다.

 

- 2013년 9월 29일자. [한국조경헌장, "쉽고 명쾌하게"]

- 2013년 10월 31일자. [“3,40대 조경인의 사명감 필요한 시기”]

 

 

  

이러한 측면에서 라펜트는 해외사례를 통해 그 단서를 찾아보려 했다.

 

라펜트가 먼저 소개한 것은 2013년 미국조경가협회(ASLA)의 'YPS'이다. YPS란 'Year of Public Service'의 약자로, '공공서비스의 해'를 뜻한다. 미국조경가협회 회원들은 그들이 수행하고 있는 사회봉사 프로젝트를 글과 사진, 동영상 등을 통해 단체로 보내주고, 미국조경가협회는 이를 한 곳으로 취합하여 웹사이트와 SNS에 아카이브로 구성해 홍보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YPS의 일환으로 미국조경가협회는 2013년 1월 국립공원관리청과 파트너십을 맺고 각 지역에 산재한 49개 지부 조경가들이 가로, 자전거도로 그리고 휴게시설물 등에 대한 기술자문을 하였다.

 

조경가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할 수 있는 아카이브 수집과 구축, 이를 지속적으로 노출할 홍보전략의 필요성, 거기에 정부 등 단체와의 전국적 파트너십과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조경단체가 주도하였다는 점도 미국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8월 21일자 조경뉴스에서는 1986년 설립한 미국의 조경재단(The Landscape Performance Series, LAF)의 활동상을 소개했다.
조경재단은 환경문제에 대한 처방을 위해 조경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또 이를 검증하는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다. 조경 프로젝트를 통해 가져온 환경, 경제, 사회적 혜택을 실증화하고 계량화 시키는 연구도 그 중 하나이다. 산업과 연계한 교육프로그램, 전문서적 발행, 녹색공간 만들기 역시 LAF가 추진해온 일이다. 특히 조경의 혜택이 내재된 아카이브 구축으로, 시민사회로 접근하려는 LAF의 연구성과는 ASLA 사례처럼 우리에게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 2013년 5월 21일자. [조경가의 사회적 역할 ‘미국은 캠페인 중’ ]

- 2013년 8월 21일자. [조경의 혜택 알리기, 효과적인 데이터 노출이 열쇠]

- 2013년 2월 14일자. [조경가와 건축가, 무엇이 다를까?]

- 2012년 2월 26일자. [미국 조경가들이 거리로 나오는 까닭은?]

- 2011년 8월 21일자. [“조경, 하늘아래 거의 모든 디자인” ]

 


조경재단의 지속가능한 조경사례  중 하나로 수록된 '청계천'(www.lafoundation.org)

 

조경분야 내부의 소통을 위한 시도들도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먼저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대표 황용득)'에서 처음 제안하고 주최한 '나는 설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비평과 토론문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주었다. 1회 행사는 10월 12일 ‘다산도시 설계공모 후기’에 대해 다루었고, 2회부터는 한국조경사회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2회때는 당인리 공원화 조경설계 공모 후기가 개최됐다. 나는 설계한다 시리즈는 당선작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공모전 참가작들을 새롭게 조명하자는 것에서 출발한다. 공모전과 조경설계를 둘러싼 불합리한 시스템이 공론화 되었고, 새로운 처방을 모색하는 기회도 마련되었다. 이는 2012 대한민국 조경박람회에서 처음 시도된, '나는 조경가다'처럼, 조경가가 설계실 문 밖을 나서서 많은 사람과 생각을 공유하는 지속적인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의미가 더 새롭다.

 

네이버 밴드로 뭉친 설계사 대표들이 소통을 통해 창립한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회장 안세헌), 또 최근 (사)한국조경사회 밴드모임도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진화에서 비롯된 새로운 시도들이다. 페이스북을 활용한 조경 커뮤니티도 2013년들어 활성화 됐다.

 

- 2013년 11월 14일자. ["현상공모 문제는 PA 도입으로 처방가능"]

- 2013년 10월 23일자. [“2년 사이 반토막… 돌파구 마련하자” ]

- 2012년 10월 1일자. [전세계 조경분야 최고 소셜네트워크? ]

 


설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다산도시 설계공모 후기'

 

전문가들은 소통과 제도, 그리고 산업육성, 이 세가지가 다른게 아니라고 말한다. 제도는 내부의 결집과 외부와의 소통을 통해 정립될 수 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제도는 산업은 물론 분야 전체의 주춧돌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일례로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제정된 이후, 정부는 건축설계산업 육성을 위해 2억3천 이상의 공공건축 용역을 설계공모로 의무화하는 안을 마련해 두었다. 이 밖에 실비정액가산방식, 책임건축사 제도 도입, 국가 표준 설계기준 등도 추진 중이다.(최근 하위법령이 입법예고 됐다.) 법률의 제정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2013년 이 법이 제정되기까지 개념을 정립하는데에만 3년여의 긴호흡을 필요로 했으며, 그 전에도 다양한 선행연구가 있었다. 법안에 대한 건축분야의 지속적인 합의과정도 함께 수반됐다.

 

그러나 이와반대로 정부와 지자체에서 거둬들인 조경의 성과는 달지 않았다.
2014년 서울시 푸른도시국 예산이 서울시의회에서 375억원 증액된 3064억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2013년 예산보다 756억원 줄어든 액수다. 예산안 처리 마지막까지 희망의 불씨를 남겨두었던 정부의 국정과제인 생활권공원 예산마저도 새해 첫날 국회에서 통과된 2014년도 예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100만명의 염원이 깃든 국가도시공원법(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조경산업진흥법 제정안이 아직 국회에 남아있다. 시멘트 일색의 도시에서 녹색인프라가 도시의 기반이 되는 가칭 녹색기반법도 추진된다고 한다. 쉽게 달아올랐다가 식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조경의 사회적 참여와 대국민 인식 전환운동이 필요한 이유이고, 또 다시 소통을 말하는 이유이다.

 

국가도시공원 100만명 서명 전달

 

조경은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야 한다. 타자를 위한 존재의 가치를 보여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도 다중을 위해 공공조경이 있었다. 반면 소수의 호사가적 취미로만 존재하거나, 소비공간에서 자연의 시뮬라크르가 되어 자본의 호명에 충실한 적도 많았다. 그러한 공간에서 조경은 다중의 기호적 욕망을 자극하는 자본의 첨병이었다.‘장소’를 만든다는 구실로 또 다른 곳의 장소성을 훼손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마침내 자본의 양극화에 이은 공간의 양극화를 초래한데 무관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조경이란 말의 의미는 매우 양가적이다. 이를 방치하면 조경의 의미가 더욱 왜곡될 수 있고, 결국 조경과 조경인의 입지를 약화시키게 된다.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공동체와 함께 하는, 공동체를 위한 조경임을 종종 되새길 필요가 있다. 조경의 사회 참여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이다.” 

-오정학 라펜트 논설위원 <조경의 공동체적 의무 ‘사회참여’> 3월 23일자 조경뉴스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ch_19@hanmail.net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