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14 조경

[기고]조세환 교수·한양대 도시대학원 도시경관생태조경전공
라펜트l조세환 교수l기사입력2014-01-12

요즘, 조경분야의 업계, 학계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참으로 무섭다.

 

‘구조조정이다.’, ‘일거리, 일자리가 없다’, ‘학생이 없다’. 1970년대 이후 그리고 수년 전까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회자되던 조경업의 현실은 차라리 끔찍하다함이 옳다.

 

40년 전 조경은 황금 깃발을 날리며 태동했다. 대학의 조경학, 조경산업, 조경직제 등 관련 제도는 오늘날의 LH공사 등과 같은 명성(?)을 누렸던 ‘한국종합조경공사’까지도 설립하며 불과 2~3년에 걸친 짧은 시간에 단숨에 틀을 잡았다. 그렇게 시작해 달려온 시간이 이제 40년이고, 30여년의 황금기를 거치며 오늘의 조경분야 현실은 차가운 얼음장으로 변했다.

    

산업화시대에 풍미했던 한국조경 태동의 동력, 이제 다해


한 마디로 말해서, 한국조경 태동시의 강력한 동력이 이제 다했다고 함이 옳다. 어쩌면 한국조경은 1972년 이후 태동기에 국가 정책적으로 45도 각도로 힘차게 쏘아 올려 졌다가-언제였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역포물선의 정점(Climax)을 치고 이제 하향곡선을 그리며 내리 치닫고 있는 형국인지도 모른다.

 

이른바, 산업화시대의 동역학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었다. 후회 없는 자기반성을 하자면, 그 정점에 이르기 전에 우리에겐 스스로 새로운 혁신 활동이 있어야 했다. 생태학에서 얘기하는 자기조직화, 그것도 직선을 그리며 내닫는 가역적 조직화가 아니라, 전혀 새롭고 안정적인 생태계로 다양하게 진화하는 비가역적 자기조직화의 길을 택해야 했다(한국생태복원기술학과 업의 분화는-조경이라는 이름을 출생 뿌리로 붙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어쩌면 우리 조경분야에서 비가역적 자기조직화를 기한 사례가 될 수도 있겠다). 산업화와 켤레 되어 태동된 한국조경은 그러나 안타깝게도 느린 듯 빠르게 다가온 동시대 지식창조사회 도래와 그것이 갖는 강력하고 다양한 환경변화의 흐름을 일찌감치 감지하고 파악하지 못했다.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의 개미 연구에 의하면 자기희생을 하며 열심히 집을 지은 개미들은 자기 집을 지키기 위해 더 치열하게 싸움을 한다고 한다. 그 분석에 따르면 우리 한국조경 분야 현실의 원인은 어쩌면 우리 조경 집을 스스로의 뼈가 부서지는 노력 없이 너무 쉽게 그냥 얻어서 불편 없이 사용한 데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대 지식창조사회의 복잡성과학과 조경분야의 항로 

     
20세기 산업문명의 시대를 넘어, 21세기 지식창조사회에 우리에게 보내온 새로운 과학의 구세주는 열역학의 법칙이다. 어떤 주변의 복잡한 환경에 우연-이것은 혁신 또는 창조라고 할 수 있다-이라는 돌팔매가 던져졌을 때 물체는 전혀 새롭고 다른 방향으로 확산되어 간다는 것, 바로 진화론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비가역적 자기조직화의 법칙이다. 우리는 조경계의 구세주로 이 새로운 과학에 렌즈를 들이대고 꼼꼼히 들여다보고 새로운 길을 열어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산업화사회는 환경에의 적응이 중요한 화두가 되었지만, 기술이 더 발전한 지식창조사회는 적응을 리드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우리 조경계에 근래에 걸쳐 진행된 상황만큼 복잡한 상황의 시간들이 있었던가? 지난 수년간 조경계 내·외부로 혼잡의 소용돌이가 몰아쳐온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복잡하기 그지없다. 어쩌면 한 칼에 아우를 수 없는 통제 불가능의 복잡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 복잡한 형국을 낚기 위해서는 구정물만 일으키는 내 웅덩이를 뒤질게 아니라 또 다른 연못과 호수와 바다로 나아가는 다양한 길을 찾고 닦아야 한다.

 

뿐만이 아니다. 그 블루 오션에 이른다 치더라도 한 두 개의 낚시로 고기를 낚기에는 세상의 고기들이 너무 넓게 퍼져 있다. 떡밥을 던지고 낚싯대를 담구기보다는 이 세상에 떠돌고 있는 정체불명의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는  어쩌면 씨줄 날줄의 그물(Net)을 만들고 던져야 하는 새로운 지혜를 터득해야 할지도 모른다.

 

학회, 협회의 다변화와 협동화 등 새로운 전략 필요

 

이제 이 새로운 시대에 우리 조경가 모두가 눈을 뜨고 개미처럼 집단지능의 행동미학을 일으켜야 한다. 한 두 사람의 리더십에 기대기에는 세상이 너무 복잡하다.

 

21세기 복잡성 과학을 통한 조경계의 새로운 전략은 오히려 복잡성 창출에 의해 복잡성에 적응해야 하고, 우연이라는 과학을 통해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우리 조경분야의 전략 대상은 엄청 복잡하다. 국토교통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안전행정부, 통일부, 산림청 등이 그들이다. 나아가 중앙정부 산하 기관 및 지방정부로 내려가면 국토환경디자인, 녹색거리사업 등 사업의 이름으로 수많은 더 다양한 조직에서, 또 다른 사업의 이름으로 조경 관련 프로젝트가 전개된다. 근래엔 또 정원산업과 문화를 문화융성 차원에서 새롭게 출범시킨다는 국가정책도 제기되고 있고, 산림청에서는 정원 관련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가칭)한국정원문화학회, 한국산림조경학회 등 학회 창립 시급

 

최근에 정부의 강력한 문화융성정책 방향에 맞춰서 ‘한국정원문화협회’가 지난 해 12월 16일에 창립되었다.(사)한국조경사회의 발 빠른 새로운 대응은 이런 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그와 함께 (가칭)한국정원문화학회를 시급하게 창립하여 문화체육관광부, 또는 산림청과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해야 한다. 

 

조경이라는 거대 덩치의 한 개체(예컨대, 한국조경학회)로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곳을 다 진단하고 처방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이 시기를 놓치면 또 정원을 타 분야에 빼앗기고 조경분야의 자기조직화적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실패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더하여, (가칭)한국조경연합학회라는 한 지붕 아래 산림조경, 경관조경, 인공지반녹화조경, 농촌조경, 생태관광조경, 도시재생조경, LID조경, 기후변화조경 다양한 명칭과 기능의 학회도 누군가에 의해 창립되어야 한다.

 
·협회 창립에 용기있게 나서고, 손가락질 대신 격려와 참여 필요

 

그러나 오늘날 조경분야의 이러한 전략목표 성취를 통한 새로운 질서 구축은 과거 시대와 같이 ‘잔 다르크’ 같은 한 영웅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문학자와 생물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인류의 미래는 지적 능력을 갖춘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에서 협동 능력을 갖춘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로 진화해 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제 우리 조경가들 모두가 개미처럼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는 한편, 부지런히 활동하고 협동하여 진화하는 소영웅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함께 조경분야를 망(Net)의 네트워크로 조직화해 가야 한다. 그렇게 나서지 않으면 빅뱅을 거친 태양이 작은 별 즉, 왜성으로 축소되면서 우주 공간에서 사라지듯이 우리 조경 전문분야는 더 축소되고 왜곡될 것이 틀림없다.

 

응답하라! 2014 조경! : 모든 조경가가 관심을 가지고 용기 있게 나서야

 

그러니 그러한 새로운 전문분야를 나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조경가들은 의병처럼 조경분야를 위해 나설 것을 독려하자. 또 그렇게 해서 나서는 용기있는 조경가들에게 과거에서나 있음직했던 것처럼 학회나 협회의 분열을 조장한다는 손가락질 대신에 이제 따뜻한 찬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모두가 협동의 팔을 걷어 부치고 도와주자.

 

환경 변화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는 생물체는 결국 자연 선택을 받지 못한다. 타고난 고유의 유전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환경 속에서 다양하게 선택 받을 수 있는 혁신적 적응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현대 진화생물학, 진화심리학 등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지금 우리 조경가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이러한 사회변화의 큰 흐름이고 새로운 도전의 전략이다. 한국조경 태동의 40년이 지난 지금, 앞으로의 40년은 지금까지 조경 0세대가 이루어 놓은 토대위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우리 조경 1세대들의 몫이다. 응답하라! 2014 조경가들이여!    

 

응답하라! 2014의 조경가들이여! 

 


글_조세환 교수(한양대 도시대학원 도시경관생태조경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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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조세환 교수  ·  한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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