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동해구를 찾아서

한국전통조경학회 국내학술답사
월간 환경과조경l강기범 통신원, 이형주 기자l기사입력2014-05-09


한국전통조경학회(회장 안계복)는 정기총회의 일환으로 지난 4월 26일 '신라 동해구를 찾아서'를 주제로 경주 일대 답사를 진행했다.

신라 문화재의 보고인 경주의 모습을 전문가의 설명과 함께 자세히 관찰하고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며, 우리 문화재를 복원하고 활용할 방향에 대해 학회 회원 간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답사 일정은 경주 동궁과 월지, 사천왕사지, 황룡사지, 문무대왕릉, 이견대, 감은사지, 기림사 순으로 이어졌다.



첫 답사지는 사적 제 18호로 지정되어 있는 경주 동궁과 월지로, 안압지(2011년 7월 경주 동궁과 월지로 정식 명칭 변경)로 잘 알려진 곳이다. 7년간에 당나라와 벌어진 치열한 전쟁 속에서 문무대왕은 674년에 국난극복을 위해서 큰 연못을 파고 못 가운데 3개의 섬을 조성하고, 여기에 진귀한 새와 기이한 짐승을 길렀다고 전해진다.

경주 동궁과 월지 일대는 일제강점기에 철도가 지나가는 등 많은 훼손을 입었지만, 1970년대 이루어진 발굴과 복원사업으로 통일신라시대의 원지를 대표하는 유적으로 거듭났다. 

안계복 교수(대구가톨릭대)는 “경주 동궁과 월지는 신라 동해구의 출발점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문무대왕은 월지에서 해가 뜨는 동해구 방향으로 연못에 긴 수경축을 만든 다음 이곳에 용왕전을 만들고 국난극복을 위한 제사를 지낸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의 1칸짜리 정자 건물은 복원이 잘못되었으므로 재조성 문제를 검토해야된다고 설명했다.

이창환 교수(상지영서대)는 “현재의 월지와 동궁 주변의 산책로를 만들 때 못의 깊이가 상당히 깊어 사람들의 안전에 위험을 주기 때문에 철책을 설치해 놓았는데, 철책의 역할이 옛 사람들에게는 필요가 없었기에 설치를 안 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안전 철책에 대한 선조들의 생각을 강조했다.

이후 일행은 신라동해구의 두 번째 지점인 낭산에 있는 사천왕사지로 향했다.



사적 8호에 지정되어 있는 사천왕사지는 문무대왕이 7년 나당대전 개전 초기에 50만 당나라 대군을 물리치기 위해 매우 시급히 조성한 사찰이며, 당나라 대군은 전쟁을 더 이산 확전시키지 않고 물러나게 된다. 신라가 최초로 건립된 쌍탑식 가람으로서 화려하게 녹색 유약을 발라 만든 사천왕상이 발굴된 호국사찰의 성격을 갖춘 사찰이다.

이곳 낭산 일대는 원래 사천왕사를 짓기 전부터 신유림이라 하여 신선이 하늘에서 내려와 노닐던 신성한 곳으로, 선덕여왕에 관련된 일화도 내려오고 있다.

신라 선덕여왕이 죽기 전에 “내가 죽으면 도리천에 묻어 달라”고 했다. 도리천이란 불교에서 말하는 수미산 꼭대기 즉 사천왕 위에 있는 부처님의 세계인데 어떻게 인간이 그곳에 무덤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신하들이 여왕에게 묻자 낭산 기슭이 바로 도리천이라고 알려줘 낭산 기슭에 여왕의 능을 만들었다. 선덕여왕이 죽은 지 31년 후 왕릉 아래에 사천왕사를 세워 여왕의 예견을 감탄했다는 설화도 있다. 현재 절터에는 강당지, 중문지, 금당지, 좌우경루지, 탑지, 당간지주, 건물초석 등이 남아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신라동해구 방향과 관계가 없지만 꼭 보아야만 할 곳이기 때문에, 신라의 최대의 사찰로서 신라 불교문화의 정수가 모두 망라된 황룡사지를 찾았다.



룡사지는 사적 제 6호로 진흥왕 14년에 월성 동쪽에 새로운 대궐을 짓다가 황룡이 나타났다 하여 이를 절로 고쳐 황룡사라하고 100여 년간 축조를 했다고 전해진다. 고려시대 몽고군 침입 때 불에 타 현재는 그 터만 남아있지만, 그 터의 규모와 사료에 전해지는 황룡사 9층 목탑의 기록을 보았을 때 당시 선조들의 기술이 매우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최재영 교수(경주대학교)는 “황룡사를 복원하기 위해 경주에 3천억 원의 지원금을 받는 조건으로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경주에 만드는 것을 수용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어리석은 짓이 아닐 수 없다. 3천억 원의 금액이 경주에서 그동안 벌인 기초 사업들을 마무리 짓는데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지금은 남은 금액이 없어 황룡사의 9층 목탑의 복원을 시작조차 못했다. 현 지자체와 복원에 대한 논의를 했지만 자금상의 사정으로 인하여 2020년 이후에 논의가 될 수 있다고 한다”면서 복원 작업에 빠른 진전이 있기를 바랐다.
황룡사 9층 목탑과 황룡사 복원 문제는 우리 문화의 자존심과 전통성, 그리고 하이테크노로지가 결합된 것으로, 하루빨리 복원해서 그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알리는 것이 소망이라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황룡사지를 살펴 본 이후 간 곳은 신라 동해구의 마지막 지점 문무대왕릉과 이견대다.



문무대왕릉은 사적 제 158호로 일명 ‘대왕암’, ‘대왕바위’, ‘수중대왕릉’ 등 여러 가지의 이명이 붙어있는데, 그 이유는 대왕릉이 있는 곳이 바다의 한 가운데 있는 수중 무덤이기 때문이다.

문무대왕릉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삼국을 통일하고 당나라의 세력까지 이 땅에서 몰아내는 업적을 남긴 문무대왕이 평소에 늘 유언을 남겼는데, 그 유언이 불교법식에 의해 화장한 뒤 동해에 묻혀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에 신하들이 화장 후 동해구의 마지막 지점인 큰 바위 위에 장사를 지냈으므로 이 바위를 대왕암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현재의 문무대왕릉으로 불리고 있다. 

수중대왕릉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조경설계 사례 가운데 하나인데, 수중대왕릉은 ‘용소’와 ‘용알’이라는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 바위 사방으로 물길을 내고 언제나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구조로 설계되고 시공되었으며, 어느 날 동해상에서 일어나는 용오름 현상에 의해 문대대왕이 용으로 승천한 유적이다.



이견대는 문무대왕릉을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사적 159호에 지정되어 있다. 이견대는 수중대왕릉을 바라보면서 문무대왕이 용으로 변한 모습을 상상하는 곳이며, 또한 그의 아들 신문왕이 나라를 평안하게 다스리게 하는 천금의 보배인 만파식적을 얻었다는 유서 깊은 곳이다. 이견대라는 이름은 『주역』의 ‘비룡재천 이견대인’이라는 이름에서 따온 것이며, 현재의 건물은 1970년대에 복원된 것이다.

이견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감은사지가 있다. 



감은사지는 사적 제 31호로 『삼국유사』에 따르면 "문무대왕이 감은사를 짓기 시작하였으나 끝내지 못하고 돌아가셨기 때문에, 신문왕이 부왕의 유지를 이어받아 나라를 지키는 사찰로서 682년에 완공하였다"고 전해진다. 이 절의 금당은 부왕이 죽은 뒤 그 화신인 용이 출입할 수 있도록 조성된 것이 유명하다. 

감은사 금당터는 비교적 잘 보존되어, 지표에는 원형 주좌가 각출된 1개의 초석이 있고, 곳곳에 사각형 초석과 대석이 있으며, 금당 마루를 이루었던 장대석 등이 있다. 여기에 사용된 화강암 부재 가운데에는 음양 무늬가 새겨져 있는 것이 특이한데 이것에 관한 연구도 추후 필요하다. 감은사지 동·서의 삼층석탑은 국보 제 112호로 석탑높이가 13.4m로 이중기단 위에 몸체석을 올린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살펴본 곳은 불국사 다음가는 규모인 기림사다. 



이 절은 신라 초기에 천축국의 사문 광유성인이 창건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처음에는 임정사라 불리다가 원효가 도량을 확장하면서 기림사로 개칭했는데 정확한 창건연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기림사는 비로나자불을 모신 고색창연한 대적광전을 비롯하여, 수령이 500년 이상인 보리수나무와 목탑터가 있는 지역과 성보 박물관, 삼성각, 명부전, 관음전 등이 있는 지역으로 나뉜다. 신라 선덕여왕 때 처음 지은 후 6차례나 다시 지어졌다는 대적광전은 배흘림기둥의 다포식 맛배지붕으로 단아하고 웅장한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신문왕이 만파식적을 얻고 돌아가는 길에 이 곳 근처에서 쉬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과거의 찬란한 유산이 재 모습을 갖추지 못한 채 그 터만 남아 기록으로만 남아있는 문화유산들이 많다. 이러한 유산들이 한시라도 빠르게 본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앞으로 한국전통조경학회의 사명이 될 것이라 이번 답사를 빌어 짐작해본다.

_ 강기범 통신원  ·  우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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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_ 이형주 기자  ·  환경과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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