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구성요소(2)

그림 그리는 조경가_14회
라펜트l정정수 소장l기사입력2014-05-23

정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말하는 정원에 대한 단상, 이를 듣노라면 어딘지 모를 미진함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설령 전문가에게 맡겨 조성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저것 공부하면서 채워가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이곳저곳을 부수면서 작거나 크게 다시 만들어 보아도, 결과는 좋지 않아, 결국 수업료로 만만치 않은 금액을 지불하게 된다.


이런 방법으로는 죽을 때까지 만족을 느끼지 못한 채 부수고 쌓기를 계속하게 된다. 좋은 조경을 갖고 있다는 것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한다.



평범했던 법면을 파주석으로 정리한 휀스(Fence)는 건축적 시설이지만, 작아 보였던 건물을 정원전체 공간 속에 배치함으로써 안정적 규모로 자리 잡게 하고 있다.


파라솔(Parasol), 테이블(Table), 의자(chair)

정원은 육체와 정신, 그리고 마음을 함께 쉬게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꽃을 가꾸거나 살펴보다가도 쉴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테이블과 의자는 정원에서 쓰이는 가구이다. 정원에서 흔히 쓰이는 흰색 철제(주물) 의자와 테이블 세트는 정원을 꿈꾸는 사람들 대부분이 생각하는 시설물이다. 처음에는 녹색 정원과 어울려 보이는 듯, 하지만 조금 낡거나 어느 한 곳이 부러지기라도 한다면 초라해 보이기 그지없다. 정원 한가운데 자랑스럽게 놓여져 있던 이것을 버리기는 아깝고 해서 정원 한쪽구석에 방치하면, 그곳은 정원으로서 기능을 잃고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에 비해 나무로 제작된 의자는 낡거나 오래될수록 그 정원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어 그 가치를 더하게 된다.


정원 용품이나 재료가 자연 친화적인 것의 가치는 낡을수록 좋아지고, 정원도 오래될수록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원이 된다. 요즘 친환경적인 조경을 위해 나무를 사용하여 데크나 의자를 만든다. 여기에 문제가 있는데 썩지 않도록 약품처리 된 나무를 사용하지 말아야한다. 이러한 목재에는 비소 성분이 많이 사용되어 인체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잠자리, 나비와 같은 곤충들도 이곳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현대 미술과 현대 생활을 주도하는 어떠한 디자인도 표현하거나 제작할 때 그 작가의 내면에 고전적 사고가 내포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은 현대적이기 보다는 경망스럽다는 평가를 면치 못한다.


자연을 사랑하고 고전을 이해하는 따뜻한 가슴을 지닌 예술가의 모던한 표현은 반드시 그 깊이를 가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연을 사랑하자!! 그것은 곧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빛을 가리는 재료 또한 다양하다. 아직 정원을 갖지 않았다 해도 꿈을 가지고 발품을 팔아 정보를 많이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선택의 다양성을 늘리고, 어울림까지 만들 수 있다. 정원은 작은 노동(운동)을 포함한 정신적 육체적 쉼이다(2013).


정자와 파고라(Pavilion & Pergola)

내 집에 있는 내 정원이라도 아무 곳에서나 쉴 수는 없다. 어떤 곳은 바라보기만 해야 되고, 가꾸어 주기만을 바라는 식물도 있다. 이런 곳은 정원사이외에는 꽃밭에 한발자국도 들여놓아선 안된다. 아름다운 정원이 망가진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쉬어야 할 장소는 따로 정해져야만 한다.


파라솔, 테이블, 의자와 같은 시설물은 옮겨가면서 사용할 수 있지만 정자와 파고라는 제자리에 고정된 건축물과 같다. 집을 지을 때 거실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을 중시하듯 정자와 파고라의 위치를 정할 때, 지반의 형태는 물론 주변의 풍경을 빌려보는 차경을 고려해야 한다.


초가정자는 어느 한편으로 볼 때 우리의 서민정서에 부합되는 면이 많다(벽초지 수목원).


담장과 문(Wall, Fences & Gates)

분리된 공간을 이동하기 위해 담 사이를 통과할 수 있게 만든 문은 통행을 조절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정원 안에 설치되는 문은 그 기능보다 공간구획을 위해서 만드는 경우가 더 많다.


고궁 내에 있는 담을 통과하기 위한 문은 물론이며 우리나라의 시골집에서도 집 뒤뜰을 통해 텃밭으로 이어지는 대충 만들어진 문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기능이 각각 다른 정원을 어설픈 담으로라도 구분함으로써 시각적 혼란스러움을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러한 문은 일반적인 담과 같이 시각적이고 물리적인 프라이버시를 지키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더 좋다.


이같은 공간 구획은 동서양 모든 정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멀리 떨어져 살면서 문화가 다르다 해도 조형적 미술언어는 같은 것이라 보여 진다.


전남 구례에 있는 운조루을 찾을 기회가 생기면 집안 뒷마당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곳은 우리나라의 전통양식을 갖춘 건축물중 공간구획을 위해 담을 가장 지혜롭게 사용한 곳으로 그 쓰임새를 이해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다.



집주인은 담장으로부터 허물어지듯이 내려앉은 샤스타데이지를 지키기 위해 문의 한쪽은 사용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엿보게 한다.



측백나무 수벽이 열주와도 같이 아름다운 담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캐나다 밴쿠버).

연재필자 _ 정정수 소장  ·  환경조경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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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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