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쾨켄호프 플라워 가든쇼(2)

이정언 박사의 쾨켄호프 탐방기
라펜트l이정언 박사l기사입력2014-05-31

쾨켄호프는 꽃과 숲으로 이루어진 정원이며 공원이었다, 공원 사이로 흐르는 운하의 물길은 네덜란드 대표 경관. 그러나 운하는 단지 물길만이 아니라 쾨켄호프 둘러보기의 또 다른 이동 수단이고 재미꺼리이다. 배를 타고 운하를 지나며 바라보는 튤립과 수많은 꽃들의 군락은 동화속의 나라에 온 것 같았다.


운하를 따라 흘러가며 바라보았던 쾨켄호프는 일순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을 연상하게 했다. 현상공모 당선작에는 분명히 여러 갈래 물길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느 순간 커다란 연못만 남아있었지. 한국의 공원이나 정원에서 붙박이 연못 DNA는 어찌 그리도 끈질기고 모질던지, 돌연변이가 나올 꿈은 못 꾸나보다. 물길은 물 저장 및 저류 능력도 향상시키고, 다양한 기능과 경관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말이다. 



운하와 튤립


사실, 그렇게 흐르는 물을 활용한 경관을 창출하려면 타 분야와의 협력은 필수적이고, 그것의 가치도 인식하여야 하며, 아낌없이 돈을 지불할 국민들의 경제적 의사가 있어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한 듯이 수용하려면 국가의 경제력과 문화적 창발성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은 당연한 것일 터. 네덜란드를 일주일간 여행하며 내내 의문점이었던, “도대체 이 사람들 무슨 돈으로 이 엄청난 토목공사를 할 수 있었을까?” 15세기 중반부터 중상주의 정책, 산업혁명의 이른 성취, 동인도회사와 같은 세계를 향한 진출 등 그들의 역사에서 그 답은 쉽게 찾을 수 있을것 같았다. 비교해 보면, 우리의 봉건 조선시대에 그들은 이미 열린 나라로 세계를 향해 나아가 경제력과 문화력을 키워나간 나라인 것이다. 


쾨켄호프를 찾는 남녀노소는 모두가 건강하고 즐겁다. 아이들을 위해 준비된 놀이터는 모래밭과 자연소재의 놀이시설들로 자연 그 자체를 즐긴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필자마저도 동심의 자연세계로 빠져들었다. 순간, 그 아이들이 타고 노는 미끄럼으로 기어 올라가 타고 내려오기를 몇 번이나 반복을 했다. 그들과 진심으로 섞이고 싶었고, 구경꾼이 아닌 그들과 함께 즐기는 사람이고 싶었다. 곧 노란리본의 영상과 함께 가슴앓이를 해야 할 것을 무의식적으로 꾀고 있었지만, 그 순간만은 나에게 일상에서 벗어난 천국이었다.








꽃 가꾸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온실에서 자연스레 실천적 경험을 즐긴다. 자원봉사자, 전문가들의 설명과 실습 지도가 있지만 모두가 즐거운 경험의 연장인 것처럼 보였다. 쾨켄호프 곳곳에서는 난전시회, 백합전시회, 국화전시회도 함께 열린다. 네덜란드 화훼기술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수경시설, 휴게시설과 조형물 등 모두가 꽃들의 향연과 함께 이용자들에게 따스하고 상쾌한 날들을 기억하고 경험하게 한다.


숲속으로 거닐며 느끼는 숲과 꽃의 만남은 그 중에서도 으뜸이었다. 공원이라는 과거와 꽃 전시가 보여주고 경험하는 현재, 나무라는 높음과 꽃의 낮음, 숲이라는 짙음과 꽃이라는 화사함 이 모두를 통해 유쾌하게 느껴져 오는 네덜란드 특유의 유럽식 디자인은 부러움 그 자체로 다가왔다.
















“우리나라는 외부공간을 꾸밈에 있어서 왜 이들처럼 적극적이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불현 듯 스쳐지나갔다. 박사과정 연구실에서 교수님께서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한국은 자연환경이 너무 수려하기 때문에 굳이 자연을 찾아가며 만들고 디자인 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집에서, 또 바깥으로 나가서 4계절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네덜란드와 같은 북쪽의 나라들은 거의 6개월에 이르는 긴 겨울, 툰트라와 같은 거무칙칙한 느낌의 토질, 해수면보다 낮은 육지, 그로 인해 빚어지는 검은 흙과 습지들, 이 어두운 자연환경에서 우울증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그들은 디자인을 통해 국토를 개조하지 않을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자연환경 개조로 진화의 방향을 틀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그들의 디자인을 발전시킨 동력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헤이그(Haag)에서 둘러 본 워터프론트와 사구제방 등 해안 방재시설은 참으로 놀라왔다. 우리에게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기초가 허술한 모래 위에 누각을 짓듯 기초가 약하여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그런데 네덜란드에서는 틀린 말이다. 모래제방위에 얼마나 큰 호텔을 지어놓았고, 얼마나 튼튼하던지.... 요즘, 자연환경관리기술사 시험과 환경부 보도 자료에 자주 등장하는 사구(sand dune, 砂丘)복원의 최고 성과품이 거기에 있었다.


쾨켄호프 방문을 마치고 암스텔담, 로테르담 등 네델란드 주요 도시를 탐방한 뒤 아쉬운 마음으로 네덜란드를 떠났다. 다음 기회에 또다시 쾨켄호프를 찾겠노라고 다짐하며. 이왕지사 내년에 또? 아! 그런데, 인천행 비행기를 타려고 스키폴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머리가 갑자기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돌아가서 할 일이 태산 같은데...(실제로 인천공항 도착 삼십분 후 핸드폰은 쉼 없이 윙윙거렸다.) 비전과 희망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임을 머리에 쉴 새 없이 되뇌였다. 자아 최면걸기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또 다시 서울, 사무실, 지금은?



쾨켄호프 마스터 플랜


글·사진 _ 이정언 박사  ·  선진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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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ny2000@empas.com

네티즌 공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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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나마 일상에서 탈출하여 자유를 만끽하고 오셨네요~
부럽습니다~ 쾨켄호프 답사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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