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생활미감(生活美感)으로서의 조경

글_이훈길 논설주간(ㄱ_studio 대표)
라펜트l이훈길 논설주간l기사입력2014-06-05

생활미감(生活美感)으로서의 조경


길 논설주간(ㄱ_studio 대표)

 

생활 주변에는 조경이 있다. 하루 종일 일하는 사무실 안과 밖에도, 아파트의 외부공간에도, 출퇴근하기 위해 걸어다니는 보도에도,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기 위해 나간 공원에도, 사람들이 휴일이면 여가를 즐기기 위해 나오는 광화문 광장에도, 조경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어디에도 조경은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때로는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또는 옥상에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된 옥상조경으로, 아니면 가로변 한 모퉁이에서 자라고 있는 풀 한 포기의 모습으로 항상 조경은 우리 곁에 있다. 긴장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고, 통속적이지만 평범하면서도 적정하게 유지되는 방식으로 조경은 생활의 한 부분으로 생활미감 속에 스며들어 있다.

 


획일적인 보도는 생활환경으로서의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렸다. Ⓒ이훈길

 

생활미감(生活美感)이란 아름다운 생활감정을 의미한다. 아름다운 생활이란 생활주변을 인공적으로 아름답고 조화롭게 꾸며서 이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소박하고 단순한 아름다움은 생활환경으로서의 자연과 함께 생활가치로서의 이상이 조화를 이루어야한다. 우리의 미감은 생활 차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생활감정의 크기를 보여주는 아름다움이다. 모자란 부분을 채우며 넘친 부분을 비우면서 실제 환경을 보완하고 가꾸는 생활에 가치를 둔다. 생활환경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우연하고 자연스런 미감을 즐기고 공유한다. 우리에게 생활미감으로서의 조경은 이렇게 생활의 가치를 발견하는 데서 생기며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바라보고 싶은 특별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생활하는 순간순간마다 우러난 아름다움을 즐길 뿐이다.

 

그러나 한 발짝만 집 앞 거리에 나가면 생활미감을 느낄 수 있는 조경 공간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일상적이기 보다는 특별함을, 자연스러움 보다는 인위적인 공간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같이 걷고 있는 보도를 보면 생활감정이 사라진지 오래다.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모두 같은 폭으로 되어있는 보도를 사람이 다니는 인도라고 한다. 이러한 보도는 사실 자동차를 위한 도로인 것이다.

 

그래서 가로수는 모두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져 있으며, 나무의 종류도 같고 크기마저 일정하다. 이 일정함이 아름답기보다는 지루함을 준다. 생활환경으로서의 자연스러움이 사라진 것이다. 가로수를 많이 심거나 일정하게 심는다고 질적으로 좋은 도시나 아름다운 거리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도시 녹화를 하기에 가로수 심기가 가장 손쉬우며 편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인간 중심의 생활미감으로서의 조경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획일성에 묻혀버렸다. 우리 주변에서 보는 자연 안에는 획일성이 존재하지 않듯이 가로수의 규칙성과 일정함이 도시환경에서 시민을 위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마다, 도시마다 일정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형과 지세에 따라 생활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생활미감 또한 다양하다. 그 미감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때로는 좁고 때로는 넓게 걸을 수 있는 보도가 필요하다. 이것이 생활미감으로서의 조경이다.

 

강남대로에 불법 노점상 근절을 위해 돌화분과 의자를 설치하였다. 미관은 좋아졌을지 모르지만 미감은 느낄 수가 없다. Ⓒ이훈길

생활미감으로서의 조경은 디자인을 하는 ‘만듦’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아파트 분양 광고에서는 숲의 이미지를 부각하고 숲을 판다. 분양 광고에 들어 있는 조감도를 보면 단지 속에 정원과 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숲 속에 아파트가 놓여있는 것처럼 그려져 있다.

 

이와같은 ‘만듦’은 생활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그림이다. 공원 또한 집 짓고 남는 땅에 구식 맞추느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공공의 열린 공간을 먼저 만들고 그 남는 곳에서 우리가 사는 것이어야 한다.

 

요즘 많은 관심이 되고 있는 도시농업도 특별한 것이 아니다. 모자란 공간을 채우고 넘치는 공간을 비우면서 실제 생활환경을 가꾸고 돌보는 일환이다. 이미 우리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농업을 행하고 있다. 억지로 꾸미지 아니한 생활미감으로서의 조경으로 생활의 가치를 발견하고 있었던 것이다. 휴일이면 아이들과 함께 주말농장으로 떠나는 가족, 동네에 버려진 땅을 며칠 사이에 채소밭으로 만드시는 할머니, 옥상과 베란다에서 조그만 화분에 반찬거리를 길러 식탁으로 내는 어머니까지, 이들 모두가 도시농업을 생활화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도심 속 농업활동은 도시의 녹지공간을 증가시켜 환경을 보전하고 도시경관의 향상시키는 일반적인 녹화사업의 장점과 함께 자연스러운 공동체의 형성, 건강한 여가활동, 생태체험교육, 고령자의 활력 있는 활동공간과 장애인의 재활 공간으로서 기능들을 기대하고 인간중심의 조경 공간을 만들어 나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도시에서 농업을 이야기하려고 하는 이유이며 자연스러운 생활미감으로서의 조경을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모습이다.

 


옥상, 베란다 그도 없다면 그냥 방 한 켠에 작은 채소를 심는 것만으로도 도시농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생활미감으로서의 조경은 다양한 지역적 감성과 도시환경의 조화를 추구하여 그로부터 우러나오는 아름다움인 것이다. 이를 통하여 조경은 현대 생활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생활미감으로서의 조경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_ 이훈길 논설주간  ·  ㄱ_studio
다른기사 보기
mneme2@naver.com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