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한 녹조와의 전쟁, 생태적 해법 나오다

천적생물을 이용한 생태적 녹조관리 워크숍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4-06-26

지난 17일 낙동강 창녕함안보 구간에 올해 처음으로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지난해보다 한달 일찍 발령한 것이다. 24일 국무회의에서 정홍원 국무총리는 평년보다 빠른 녹조발생 원인을 이상기온에 찾고, 환경부 등 관계부처에 수질관리 대책을 지시했다. 녹조와의 지리한 싸움이 올해도 되풀이 되고 있다.


그동안 오염된 수역의 녹조제거를 위해 준설, 응집제, 미생물 제제, 약품처리 방식이 사용돼 왔지만, 넓은 면적에 적용이 어렵고, 효과도 일시적이었다. 화학약품 살포에 의한 2차오염은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상고온이란 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이상고온은 다시 녹조문제로 서서히 우리 수자원을 위협하는 형세다. 지난 100년간(1911~2010)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1.8℃ 상승했다. 이는 세계 평균의 2배에 해당한다. 게다가 남한은 단위면적당 가두어 두는 물, 즉 인공저수지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녹조문제의 심각성이 더 커지는 이유이다.




전문가들은 물 속 공기를 빨아들이고, 수중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녹조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처방전으로 비정상적인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아썸의 ‘천적생물을 이용한 생태공학적 녹조제어기술((Neo-ACT System)’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박정환 농어촌연구원 원장도 “기후변화로 수질관리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이에 따라 생태적 수질관리는 매우 중요해 범정부적 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24일 녹조관리 워크숍에서 밝혔다.


이 기술은 녹조현상의 원인이 되는 식물플랑크톤을 섭식하는 천적인 동물플랑크톤을 분리배양시켜 조류의 증식을 억제시키는 기술로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2007년 새만금을 시작으로 경안천, 전대저수지, 그리고 초대저수지에 이르기까지 총 6곳의 현장적용 실용화 시험을 통해 녹조저감 효과를 검증했다. 이제는 본격적인 실용화 사업만을 목전에 두고 있다.



처리공정도(자료:(주)아썸) 




초대저수지 동물플랑크톤 배양시설


천적생물을 이용한 녹조제어기술은 물벼룩과 같은 동물플랑크톤을 이용해 식물플랑크톤을 제거하는, 먹이사슬 원리를 차용하고 있다. 즉 식물플랑크톤의 상위 포식자인 동물플랑크톤의 개체수를 늘린 후 녹조현상이 발생하는 수계로 보내는 방식이다. 기존의 녹조제어가 약품처리와 같은 한시적인 방법에 그쳤다고 한다면, 이 기술은 한의학 원리처럼 막힌 부분을 자연스럽게 순환시키도록 하고 있다. 수생태계 건강을 고려한 자연친화적 기술이다. (주)아썸의 권오병 대표는 이 프로젝트 전체를 놓고,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선순환 고리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질병의 자연치유를 위해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원리와 같다는것이다.


천적생물인 동물플랑크톤을 녹조발생 수역에 살포한 결과, 평균 85%의 Chl-a(클로로필-a) 저감효과를 얻을 수 있었고, 특히 남조류의 저감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술에 대한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지난 24일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와 초대저수지 현장에서 개최된 ‘‘천적생물을 이용한 생태적 녹조관리 워크숍’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농어촌공사와 (주)아썸이 공동으로 개발한 ‘생태적 녹조관리 기술’을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자리였다. 100톤 규모의 동물플라크톤을 배양하여 적용하고 있는 초대저수지 현장도 직접 둘러봤다.



박정환 농어촌연구원 원장


1부 행사인 주제발표에서는 홍대벽 농어촌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의 '농업용 호소의 녹조관리 방향 및 대응전략'에 대한 기조연설에 이어 안광국 충남대 교수의 '우리나라 농업용 호소의 수질 특성 및 생물조절을 이용한 녹조제어', 장광현 경희대 교수의 '외국의 생태적 녹조 관리 사례', 남귀숙 농어촌연구원 박사의 '천적생물을 이용한 녹조제어 기술소개 및 적용확대방안'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종합토론은 오희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를 좌장으로 박봉수 농림축산식품부 사무관, 김호일 한국농어촌공사 환경사업단 단장, 황순진 건국대 교수, 공동수 경기대 교수, 김순흠 한국환경공단 센터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발제자와 토론자 대부분은 생태적 녹조관리 기술의 활용에 호평을 보냈다. 기존의 방식만으로 효과적인 녹조제어가 어렵다는 것이다. 안광국 교수는 녹조현상을 촉발시키는 질소와 인을 줄이는 방식만으로 제어가 어렵다는 데이터를 제시하며, 생물조절에 의한 녹조제어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주)아썸과 농어촌공사의 생태적 녹조관리 기술의 사업화를 위한 제언들도 쏟아졌다. 황순진 교수는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생태적 순환을 위한 체질적 개선이기 때문에 긴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예측하기 어려운 생태계 변화도 대응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특히 장기적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넓은 수역의 초대저수지 시험적용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했다는 점에 대해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간 생물조절을 통한 녹조저감기술에 관한 연구사례가 보고된 적은 있으나, 실용화 단계에 있는 기술은 전무하였기 때문이다. 실험실이 아닌 현장적용에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이 밖에 이러한 녹조제어 뿐만 아니라 이와 연계한 경관과 생태, 그리고 이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워크숍을 통해 개진되었다.


남귀숙 박사


이번 프로젝트를 맡은 남귀숙 박사는 발제에서 지난 2년간 초대저수지의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는데, 초기보다 그 이후의 녹조제거 효과가 점증적으로 높아진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즉시성보단 지속성 측면에서 생태적 녹조관리 기술의 효용성이 증명된 것이다. 남 박사는 건강한 생태계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배양된 동물플라크톤의 개체수를 조절할 수 있는 천적 어류와 그 상위 포식자인 메기의 군집조절을 설명했다. 초대저수지에 적용한 인공식물섬도 천적생물의 안정적 서식을 위한 장치 중 하나였다.



권오병 대표 


권오병 대표는 천적생물을 이용한 생태공학적 녹조제어기술에 대해 “가시적으로, 보이는 기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란된 생태계에 인간이 개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의 적용을 망설이면 안된다고 말한다. 빠르게 밀려오는 기후변화의 위험, 가둬두는 수량이 많은 나라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래서 권오병 대표는 10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연구와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실제 현장에 적용되어온 사례가 없기 때문에 학계에 보고되면 세계에서 최초로 기록에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뚜렷한 확신처럼 불안함이 공존한다는 심경도 털어놨다. 복잡하고 거대한 생태계를 다루는 기술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지금의 기술은 완성이 아니라 과정의 시작일 뿐이며, 세대를 거치며 변화에 적응하고 진화해 나가야 할 기술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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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_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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